황홀한 글감옥 - 조정래 작가생활 40년 자전에세이
조정래 지음 / 시사IN북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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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백산맥, 아리랑, 한강 그리고 허수아비춤, 내가 읽은 조정래님의 작품이다.

故홍명희작가님이 임꺽정을 집필할 당시 일제가 교도소안에서도 집필을 허락할 정도였다고 한다면 우리의 조정래님은 보수세력의 집요한 좌빨 공세로 경찰, 검찰, 안기부의 조사를 십년 이상을 받아야만 했다는 것이 대비된다.
그는 우리민족의 자랑스런 작가요 보물이다.
읽는 사람의 역사의식, 세상의 눈을 변화시킨 대하소설 3부작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작업이 아니다. 문단 데뷔 40년, 대하소설 3편을 쓰느라 20년 이상을 황홀한 글감옥에서 보내야만 했던 지난한 세월에 존경의 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아직도 끝나지 않는 과거사의 상흔들, 기필코 이루어야만 하는 남북한의 평화적 통일, 그리고 경제민주화. 그는 작가이자 올곧은 역사선생님으로 나의 뇌리에 깊이깊이 각인되어 있다. 태백산맥이 아니었다면 그리도 빨리 우리가 RED Complex란 망령에서 많은 사람들이 놓여날 수 있었을까? 그럼에도 아직도 구시대적인 좌빨 논리로 우리 역사의 수레바퀴를 정지 내지 과거로 되돌리는 힘들이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


언제쯤이 되어야 우리는 한라에서 백두까지 막힘없이 달릴 수 있을 것인가? 일본의 사소설류에 가까운 1인칭 시점의 작품들이 난무하는 지금! 한강 이후의 현대사를 대하소설로 작가님에게 요구하는 것은 무리겠지만 그래도 그만한 분이 없기에 내심 욕심이 난다.
누가 뒤를 이어 우리 세대의 아픔을 이야기 해줄까? 한강과 겹치지만 80년 이후의 대한민국의 파란만장한 역사도 누군가의 손에 의해 큰 줄기로 정리되어 나왔으면 좋으련만.


황홀한 글감옥은 시사저널에서 참언론을 외치며 어깨동무 시사인을 창간한 분들에게 도움을 보태기 위해 대학생 독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형식으로 작가의 작가론, 글 잘 쓰는 법, 역사, 그리고 본인의 성장기, 집안 이야기, 소회를 담아낸 책이다.


글 잘쓰는 것은 타고난 것보다 부단한 노력의 산물이다. 사전을 끼고 살아야 하며, 좋은 책을 많이 하고, 많이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며 글쓰기는 그 다음이다.(다독, 다상량이 우선이고 다작은 나중이란 것이다.)


평생의 동지이자 시인인 김초혜님에게 사랑을 고백하기 위해 그린 링컨의 초상화, 역사 를 든 사진, 물감값이 많이 들어서 미대 진학을 포기한 것이 다행이다 싶고. 자칫하면 부친에 이어 스님이 될뻔 한 사연, 아들과 며느리에게 태백산맥 필사를 시키고 독자 참여 필사본 원고까지.. 사람의 키를 능가하는 어마어마한 원고지, 그리고 천명 이상의 등장인물중 겹치는 인물이 고작.. 본인은 없다고 믿었는데 어느 여성 독자가 날카롭게..


너무나 오랫동안 앉아서 집필을 해 장이 내려앉아 치료를 받았다는 이야기는 다산 정약용의 과골삼천과 아울러 그분들의 놀라운 집념이 우리에게 축복을 주신 셈이다.


느낌가는 대로 읽은 그분의 작품, 시간이 허락한다면 다시 한번 인물을 메모하고 작가님이 일러주신 대로 제대로 대하소설을 읽고 싶다. 영화 태백산맥이 검열없이 제대로 촬영되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소설을 읽고 영화를 보고 급실망했는데 그 시절 상황이면 이해도 가고 남는다.(임권택감독님 역시 연좌제 문제로 영화를 하게 될 수 밖에 없었던 것을 아는지라)



조금 더 열린 시대에 한강과 아리랑이 영화나 드라마화될 예정이라니 참으로 기대가 된다. 황홀한 글 감옥에서 놓여나 이제 조금 쉬시려나 싶었는데 창작의 혼을 불태우고 있다


대하소설로 세상보는 눈을 틔우고 역사의식을 고취하여 나를 조금이나마 변하게 만든 그분은 정신적인 스승이다. 대하소설을 출간순으로 읽었다면 재독은 역사순으로 그리고 그분의 모든 작품을 독파하는 전작주의자가 되고 싶다.


 
작가는 인류의 스승이며 산소이다.(문화사가들이 작가에게 바친 헌사)

 

소설가의 산소 역할의 산소는 무엇일까? 그건 '진실'입니다. 사회적 진실, 역사적 진실, 인간적 진실을 옹호하고 육성하고 지키는 일, 그것이 바로 산소의 역할입니다.

아무리 자유를 보장하고, 인권을 존중하고, 평등을 유지하려는 민주주의 사회나 국가에서도 계층간, 계급간, 권련간.집단간에 갈등과 모순과 대립이 생기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 과정에서 야기되는 것이 비인간성이며 불의이며 편법입니다. 옳고, 바르고, 참된 것을 위하여 모든 비인간적인 것에 저항하고 맞서야 하는 것이 작가의 소임입니다. 그 옳고 바르고, 참된 것을 작품으로 지키고 실현하는 것이 곧 진실입니다.

 

" 여러분이 쓰고 싶은 것이라면 무엇이든지, 정뭘 뭐든지 써도 좋다. 단, 진실만을 말해야 한다" -스티븐 킹의 유혹하는 글쓰기중에서


모든 비인간적 불행에 저항하고, 올바른 인간의 길을 옹호해야 하는 작가는 오로지 진실만을 말해야 하는 존재입니다. 그것은 인생을 총체적으로 탐구하는 작가에게 주어진 사회적 책무입니다. 그 책무를 달고 즐겁게 이행할 의지와 각오가 없다면 작가가 되기를 바라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혜밍웨이의 스페인 내전 참전, 사르트르의 레지스탕스 활동, 에밀 졸라의 드레퓌스사건 고발)

 

'진실'만 말하고자 하는 작가는 필연적으로 진보적일 수밖에 없으며, 기득권을 향유하는 보수 세력과는 갈등하고 맞설 수밖에 없습니다. 그것이 바로 소설의 비판정신이며 휴머니즘의 실현이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진보적인 자각의 질은 조금은 성직자의 길이기도 하고, 조금은 철학자의 길이기도 하고, 조금은 개혁자의 길이기도 합니다. 그 길은 편할 리 없지만 보람 있고, 작품으로 감동적인 형상화를 이루어내면 독자의 박수갈채 속에서 그 생명을 오래 보장 받게 될 것입니다. 문학은 종교와 철학과 과학과 다른 그 무엇일 것입니다.

종교는 말해서는 안되는 것을 말하려는 것이며, 철학은 말할 필요도 없는 것을 말하려는 것이며, 과학은 말할 수 있는 것만 말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문학은 꼭 말해야 하는 것을 말하는 것입니다. (35쪽~36쪽)

 

소설은 인간에 대한 총체적 탐구이다.

'작가는 역사를 몰라서는 작품을 쓸 수 없지만, 역사가는 문학을 몰라도 역사 연구를 할 수 있다.'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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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산드라의 거울 1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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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보다 한국에서 먼저 유명해진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 일부 작품만 제외하고 거의 대부분의 작품을 읽었고 서가에 신과 상상력사전이 꽂혀 간택을 기다리고 있으니 이만하면 나도 베르베르 전작주의자의 반열에 오르고 있는 셈인가?

우리나라 사람을 주인공으로 등장시켰다고 해서 화제가 되었는데. 주인공이 대한민국인이 아니라 탈북 청소년이었다. 저으기 실망시러웠으나 그래도 한민족.. 가끔 한국인으로 표현하는데 어색타..

트로이의 미래를 예언할 수 있었던 공주 카산드라.. 조작된 의자왕의 이야기에 등장하는 무녀의 점괘 신라는 반달, 백제는 보름달.. 
사주팔자나 타로카드를 보면 좋은 말이 나오면 좋은데 안좋은 이야기가 나오면 기분 잡치는 것처럼.. 누가 자기네 나라 망한다는 예언을 하는데 좋아할 소냐.. 의자왕의 소견도, 트로이 왕의 소견 좁음을 탓해선 안될 것 같다. 망할 예언을 했으면 흥할 방법도 가르쳐주어야 하는데 거기까진 힘든 모양이다.

카산드라의 거울은 과거의 카산드라, 현재의 카산드라를 소재로 하는 작품이나 현시대의 문제상황을 적나라하게 꼬집고 그것이 후대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두 카산드라가 미래로 가 현재의 카산드라의 책임방기에 대해 재판받는 장면을 보니 자연은 후대에게 빌려 쓰는 것이란 것을.,..

미래를 아는 능력을 인위적으로 만들기 위해 두 자녀를 자폐아로 만들어버린 비정한 부모.. 이집트 여행길에서 카산드라만 남기고 테러로 숨져 카산드라에게 트라우마를 남긴다.  그녀가 선택한 곳이 파리의 쓰레기 처리장. 거기서 만난 전직 용병, 여배우, 탈북청년 아프리카 주술사.. 그리고 짚시들.. 그렇게 더러운 곳이 지금 파리에도 있을 것이라 생각하니 서울도 예외는 아니란 생각..

그런데 왜 그녀는 테러장면만 미리 보게 될까 이는 이집트 테러의 트라우마 영향이란 생각이 든다..

미래를 미리 보는 능력이 있다면 어떨까? 엄청난 스트레스를 감내해야 할 것 같다. 용한 점쟁이가 자신의 집이 경매로 팔리는 것은  예상하지 못했다는 기사가 나온다.. 문제상황만 보인다면 정말 힘들 것 아닌가. 해결책은 스스로 강구해야 하니 말이다.

자폐아들만 모아놓은 학교의 교장의 집요한 괴롭힘과 추적, 한번도 만난 기억이 나지 않는 오빠와의 운명적인 해후.. 오빠는 수학적 능력으로 죽음 위험도를 확률로 나타내는 선물을 안기는데

과연 오빠와 카산드라는 어떻게 될까.. 그리고 하치장에서 만난 막장 인생들과 카산드라는 어떻게 테러를 막고 희망의 나무를 심을지 흥미진진하게 읽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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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수아비춤
조정래 지음 / 문학의문학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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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난 돌이 정 맞는다. 나서면 다친다. 호박처럼 둥글둥글하게 살아라. 세상에 털어서 먼지 안나오는 놈 있나?, 우리가 남이가?
일제강점기, 해방정국, 6.25, 독재정권을 거치면서 은연중에 우리 몸에 배여든 처세술이다. 나와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문제라고 눈감고 묵언의 동의를 해온 기억이 많다. 나이가 들 수록 늘면 늘었지 결코 줄어들지 않는 비리공화국 대한민국의 현주소다.
 재벌의 비리처벌은 허수아비춤에서 갈파한 그동안 경제발전에 이바지한 공이 크므로, 경제에 지장을 주지 않기 위해서라는 그럴 듯한 미사여구로 솜방망이 처벌을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태봉그룹, 일광그룹이 소설속의 재벌이었으면 싶지만 아직도 건재하고 점점 더 강도가 강해지는 비리로 수많은 개미투자자들이 전재산을 날리고 있다. 3년만에 왔다는 횡령주범 부자의 낯짝을 어제 맞대면하는 순간 삽자루로 뻔뻔스러운 그 낯짝을 후려치고 싶었다. 하늘이 있다면 그들은 천벌을 받아 마땅하지만 적반하장도 유분수라고 오히려 기세등등함이란. 법 보다 주먹이 가깝다고 하지만 서민의 주먹은 약하게 써도 강력처벌을 받으니 법에 호소하기도 어렵고 주먹으로 호소하기도 어려운 지경이다. 더러운 세상~ 챙기고 싶다. 뒷돈 받는 것도 능력이란 말이 우리 주변에서도 쉽게 자랑삼아 회자되는 것을 듣고 있자니 영 뒷맛이 개운치 않다. 지금은 그 부정부패로 내가 총을 맞고 있으니.. 이놈을 죽여 살려.

삼성테크윈의 비리문제로 이건희 삼성그룹회장이 진노했다는 뉴스와 함께 사장이 사의를 표했다고 한다. 이 책의 모티브가 된 전방위 로비, 불법 증여로 인한 승계가 바로 삼성의 모습임에도 그들의 가족은 아직도 건재하다. 연일 터지는 사주의 비자금조성, 횡령, 그리고 그들의 주구가 되어버린 골든 패밀리와 뇌물로 엮여진 그물망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좀 먹고 있다. 그것이 허수아비춤이 적나라하게 까발리고 있다. 검찰, 경찰, 세무공무원, 언론사, 국정원까지 한통속이 되어 돌아가는 대한민국이라면 다 엎어버리고 다시 세워야 한다.

지난한 세월 피흘려 정치민주화를 이룩했지만 경제민주화는 요원하기만 하다. 복지나 공정한 분배를 이야기하면 포퓰리즘이란 단어로 매도하는 황색언론의 뒷배에는 허수아비춤의 일광, 태봉그룹이 존재하고 황금만능주의에 영혼을 팔아버린 윤성호, 박재우, 강기원이 존재한다. 권언유착, 정경유착, 권경유착, 경언유착~ 실제로 내가 경험한 일과 겹쳐지는 순간 전업작가로 살아온 작가가 정말 많은 조사를 했구나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제 대한민국을 움직이는 것은 권력이나 언론이 아니라 재벌이라고. 우스갯소리로 언론사의 승진인사를 당사자보다 빨리 파악하고 영전화분을 보내는 그룹이 있다고 들으니 가히 그들의 정보력은 국정원을 능가하는 수준이라고 할밖에~

모든 기업들이 한 점 부끄러움 없이 투명경영을 하고, 그에 따른 세금을 양심적으로 내고, 그리하여 소비자로서 줄기차게 기업들을 키워 온 우리 모두에게 그 혜택이 고루 퍼지고, 또한 튼튼한 복지사회가 구축되어 우리나라가 사람이 진정 사람답게 사는 세상이 되는 것, 그것이 바로 ‘경제민주화’다.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세워 표심몰이에 한몫 한것이 분명한 반값 등록금~ 88만원 세대가 지금 그 등록금 문제로 광화문에 촛불을 피우고 있다. 대통령이 공약을 추진하고 싶으나 추진할 힘이 없다면 오히려 촛불시위를 권장해 공약 이행의 추동력을 얻으면 얼마나 좋겠는가. 24주년을 맞는 6.10민주화 운동 기념일 전국이 등록금 촛불로 일렁일 것이다.

정말 불가능한 일인가, 할 수 있음에도 못하는 일인가? 기업들이 세금을 제대로 내고 이 땅의 경제구조하에서 불로소득을 많이 번 계층이 세금을 제대로 낸다면 바로 시행가능할 수도 있지 않은가?

골든 패밀리가 남회장을 위해 주구노릇을 충실히하고 받은 인센티브가 기십억이지만(우리라면 목숨마저 내놓을 돈이지만) 그들은 만족하지 않는다. 우리가 니놈을 위해 챙겨준 돈이 얼만데. 이자도 안되는 돈을 받고 나가떨어지라고. 그러나 그들은 자폭은 절대 하지 않는다. 자폭하면 생매장되다시피 하니 말이다.

재벌비리 엄정하게 수사하자는 회식자리의 소회가 좌천의 빌미가 되는 상명하복의 검찰문화, 지금 중수부해체문제로 들끓고 있다. 중수부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 알고 있다면 해체는 당연지사겠지만 권력과 재벌의 바람막이가 되어주는 중수부라면 영구존속하고픈 것이 그들의 바램 아닐까

전변호사와 허민교수의 삶이 이 대한민국을 그래도 밝고 정의로운 나라로 만들어가는 촛불이지만 바람 앞에 선 형국이다. 주색으로 전변호사를 매장시키려는 그들의 시도는 어떻게 되었을까 그 뒷이야기가 궁금하다.

진정한 작가이길 원하거든 민중보다 반발만 앞서 가라. 한 발은 민중 속에 딛고. 톨스토이의 말이다. 진실과 정의 그리고 아름다움을 지키는 것이 문학의 길이다. 타골이 말했다. 작가는 모든 비인간적인 것에 저항해야 한다. 빅토르 위고의 말이고, 노신은 이렇게 말했다. 불의를 비판하지 않으면 지식인일 수 없고, 불의에 저항하지 않으면 작가일 수 없다. 나랏일을 걱정하지 않으면 글(시)이 아니요, 어지러운 시국을 가슴 아파하지 않으면 글이 아니요, 옳은 것을 찬양하고 악한 것을 미워하지 않으면 글이 아니다. 다산 정약용의 말이다.

허수아비춤을 통해 비리공화국 대한민국의 현주소를 보여주었다. 민주주의의 최후 보루는 시민의 조직된 힘입니다란 고 노무현대통령의 말씀처럼 전국방방곡곡에 시민단체가 우후죽순으로 돋아나 비리로 점철된 대한민국을 깨끗하게 청소하고 비리를 저지른 자가 낯짝 들고 다니기 힘든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너부터가 아니라 나로부터 각성하고 여럿이 함께 손잡고 2012년 똑똑하게 한표를 행사하고 그들을 발본색원할 법을 제정 집행하도록 추동하고 그래도 안된다면 조직된 힘을 보여주어야 할때다.

경제민주화! 결코 미뤄서는 안되는 역사적 소명이다. 그것이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부모된 자 힘써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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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놈, 쉼표를 찍다 -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명랑 가족 시트콤
송성영 지음 / 삶창(삶이보이는창)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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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다’는 말은 ’좋아한다’는 말입니다. ’반갑다’는 말입니다. ’기분 좋다’는 말입니다. ’뭔가를 주고 싶다’는 말입니다. ’사랑한다’는 말입니다. 기분 좋은 말들은 엎어치나 둘러치나 다 그게 그말 같습니다. (161p)

 

"아빠 생각에 그 말은 그냥 배우면 즐겁다는 식의 단순한 말이 아니라고 봐. 뭐든지 즐겁게 배워야 한다는 겨. 그래야 그 지식이 즐겁게 평화롭게 쓰이게 되는 겨. 네가 만약 나중에 뭔가 되겠다고 출세욕으로 죽어라 공부한다면 그건 오히려 세상을 탁하게 만드는 겨. 아무리 높은 자리에 올라 출세한다고 해도 너는 괴로울 수 밖에 없는 겨. 네가 괴로우면 어떻겠어? 주변 사람들도 괴롭겠지? 결국은 아무리 배워도 즐겁게 배우지 못하고 고통스럽게 배우면 누군가를 괴롭힐 수밖에 없는 겨. 아빠도 그랬을 거여, 고통스럽게 배웠기 때문에 그 시식으로 살아오면서 수없이 많은 사람들을 알게 모르게 괴롭혔을 겨." (220p)

더 많이 더 빨리 더 편리하게, 더 편하게를 지향하는 삶의 현장에서는 도저히 맡을 수 없는 향기가 은은하게 피어오르고 있습니다.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가진 것 없어도 마음만은 부자였던 시절, 함께 일하고 함께 나누고 농삿일의 고단함을 막걸리 한사발, 노동요로 씻어내렸던 시절. 보릿고개를 면해준 새마을 운동이 가져다 준것도 많지만 잃어버렸거나 사라져버린 소중한 것들도 많다는 것을 다시금 생각하게 합니다.
잡지기자 생활을 청산하고 공주 계룡산 언저리의 농촌으로 스며든 농부 아자씨 송성영씨의 유쾌발랄하면서도 슬프고, 행복에 겨운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귓전을 울리는 촌놈 쉼표를 찍다는 내게 그렇게 다가왔습니다.

 

농촌에서 자란 그 시절의 이야기들이 주마등처럼 흘러가고 신새벽부터 깜깜밤중까지 일손을 놓치 않았던 아버지의 땀에 젖은 등이 눈에 아른거리게 합니다. 아마도 그 시절의 농법은 농부 아자씨의 농법과 많이 닮았습니다. 퇴비와 인분의 절묘한 조화, 코를 잡게하는 냄새도 잠시잠깐 해를 묵히면 아주 좋은 거름이 되어주었습니다. 환경친화적인 농법을 억지로 강요하지 않아도 그 시절엔 그랬습니다. 소출은 작았지만 우리 몸에 좋은 농작물을.. 소출을 높이기 비해 화학비료, 제초제, 수도 없이 농약을 뿌리다 보니 땅도 사람도 병이 들어갑니다.

 

농부 아자씨 지금은 뭐해요. 5대째인 배추도 쭉정이었나요. 알이 꽉꽉 들어차 배추 본래의 기운을 되찾았나요 궁금합니다. 토종이 사라지는 시대, 우리 농촌도 GMO의 영향권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캐나다인가 미국의 농부가 씨앗을 채취하여 농사를 지었다가 몬산토로부터 소송을 당해 아직도 지난 법정싸움을 하고 있다는 이야글 들은 기억이 납니다. 농부 아자씨도 그렇게 되는 것은 아니겠지요. 아자씨가 거둔 씨앗이 한반도에 두루 퍼지길 기원합니다.

십수년을 뿌리내린 곳에서, 죽어버린 땅을 살려놓았는데 한순간에 아무런 보상도 없이 호남고속철도 공사로 삶의 터전을 고흥으로 옮겨야 했던 아자씨의 절절한 심정이 가슴으로 전해옵니다. 지금도 얼마나 많은 농부 아저씨들이 개발에 밀려나고 있을까요? 한반도 운하를 위한 4대강 보 공사 현장에서도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나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어 보이는 듯하지만 그게 우리와 직결된 것이란 것을 깨닫고 힘을 보태지 못하는 소시민의 안락한 삶을 쉬이 버리지 못합니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그리 많은 것이 필요하지 않음에도 우리는 이미 더 많이 쓰는데 익숙하다보니 농부 아자씨의 삶이 바람직한 모습이다라고 고개 끄덕여도 쉽게 따라 살지 못합니다.

 

땅을 살리고 자연을 살리고 우리 모두를 살리는 삶의 모습이 무척이나 아름답습니다. 어딘가 모르게 주눅이 들고 웃는 날보다 인상 쓸 일이 더 많은 우리 아이들보다 인효와 인상이의 순진무구한 일상들이 부럽습니다. 정든 집을 따나야 할때 인효의 "’아, 집 한티 미안하네, 집아, 정말 미안하다." 말.. 아버지의 삶을 온전하게 받아들인 아이들의 생각자리가 친구들에게도 전해지고 아버지처럼 농부의 길을 선택했다니 참으로 기특합니다.

부지런해지기 위해서 땔감을 쟁여놓지 않고 겨울을 나고, 이웃사촌 영주의 방문에 떡본다고 제사지낸다는 격으로 쉬어갈줄 아는 넉넉함이 우리네 마음이라는 것을, 감추고 할 것 없이 있는 그대로의 농촌의 현실을 오롯이 내게 보여줍니다. 지금도 주야장창 일하고 있을 고향의 벗들도 마음은 농부 아자씨와 같았으면 좋겠습니다. 더 많이 거두기보다 땅에도 좋고 사람에게도 좋고 뭇생명들에게도 좋은 자연농법으로 건강한 식탁을 차릴 수 있는 농작물을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몇년전 귀농을 했던 후배가 다시금 도회지로 나와 학원 강사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땐 울컥 화가 치밀다가 한순간 현실이 그를 가만히 버려두지 않았구나 싶었습니다.

느리게 가지만 크게 거두는 농사를 짓는 농부 아자씨의 이야기에 부럽다! 그러나 어렵겠지? 이미 너무 많이 도회지의 삶에 물들었고 불편함을 감내할 자신이 없다는 것을 솔직히 고백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어느 때고 고흥땅을 지나게 되면 새로 자리잡은 좋은 땅을 맨발로 밟아보고 싶고 그 땅에 희망의 모종을 나도 심어보고 싶습니다.

그래도 아직은 희망은 있다는 메아리가 널리널리 울려퍼져 우리 식탁이 더 건강해졌으면 좋겠습니다.

털복숭이 농부 아자씨가 깃든 고흥에 가고 싶습니다.
경제성을 따진다면 못짓는다는 농사, 그 기술도 배우고 싶습니다.

 

책에서 밑줄긋기

어리석은 산짐승이 숲을 만든다.
산짐승들의 어리석음이 숲을 만들어내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 산 짐승들의 어리석음으로 맑은 공기를 마시고 추운 겨울을 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산짐승들의 어리석음이 없었더라면 숲은 어떻게 되었을까? 그들이 나처럼 영악한 인간이었다면 그 열매들을 한군데에 모아두었다가 죄 파먹었을 것이고 숲은 더 이상 생겨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들은 단지 한 해 먹을 식량만을 저장해놓고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평생 먹을 거리를 얻을 수 있는 숲을 저장해놓고 있었던 것입니다.(129p)

 

 

급하게 핀 산 벚꽃
그새
홀라당 지었네요

눈처럼 휘휘 날리다
둠벙 가득 꽃잎 내려앉아
큼직한 하늘 꽃
한 송이 피워놓았네요

하루하루,
한 생을 마감하는 순간,
참회하듯
하늘 꽃 한 송이
피워낼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 저자의 시 참회(202p)

 

따뜻한 가을바람아
시원한 가을바람아

추운 아침 내 등판에 오지 말고
욕심 가득한 저 사람에게도 오지 마라

오려거든
벼 베실 때 우리 아빠
더운 등판 식혀주고

낙엽질 때 우리 엄마
힘드시니 마당 낙엽 쓸어주고

놀다 지친 우리 동생
이마 땀도 닦아 주렴

졸졸 조는 개울물도
자장자장 쓰다듬고

여기 사는 것도
저기 사는 것도
모두모두 사랑하렴
- 송인효 가을바람(22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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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는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 - 백년의 고독, 천년의 사랑
이사강.김태환.유쥬쥬 지음 / 스테이지팩토리(테이스트팩토리)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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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만큼 好惡가 확연하게 구분되는 여행지는 없다. 광팬이 되거나 다시는 가고 싶지 않는 곳이란 극과극의 반응을 안고 돌아온다. 그들이 인도에 가서 무엇을 보고 무엇을 얻으려고 했던가에 따라, 그 사람의 마음자리에 따라 극과극의 반응을 듣는다. 들은 풍월만 있지 인도 언저리도 구경하지 못했다. 독특한 나라, 우리가 상식으로 아는 것과는 다른 나라, 문명이나 물질이란 잣대로는 도저히 가늠할 수 없는 그들 나람의 삶을 운명처럼 받아들이는 나라 인도는 가고 싶다는 마음은 언제나 충만한 곳이다.
마음 맞는 벗들과 함께 떠날 수 있는 여행이라면 그곳이 어디든, 바람불든 비내리든 무릉도원이 바로 그곳이리라.


백년의 고독, 천년의 사랑 인도는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는 책은 단순한 여행기가 아니다. 대한민국 대표 청년 예술가 3인이 함께 떠나서 다르게 경험한 인도에 대한 예술가의 감수성이 면면이 담긴 책이다. 인도 여행길에서 만난 사람들과 조우한 풍경들에서 득한 깨달음이 담긴 책이다. 솔직히 이사강이 배용준의 전 연인이었음을 연상시키는 J, 그리고 뉴스매체에 등장하는 상술엔 거부감이 아주 강하게 일었지만 영화감독 이사강, 사진작가 김태환, 설치미술가 유쥬쥬라는 인물을 알게 된것 만으로도 이 책을 읽은 보람이 있다.

  

영화감독 이사강은 '치열한 도시에서 크리에이터로 살아남기'에 대해, 포토그래퍼 김태환은 '행복을 발견하는 법'에 대해, 설치미술가 유쥬쥬는 '아티스트적 영감을 갖는 법'에 대해 그들만의 언어와 감수성을 풀어내고 있다.

 

영화감독 이사강이 소개하는 발리우드의 습속이 이채롭기도 하고 카스트의 잔존물인가 영화감독, 배우도 집안을 따진다니 카스트제도가 남긴 잔존물인 것 같지만 그것이 오늘의 인도를 만든 힘이란 생각도 든다.


'지금까지 나는 그녀의 자살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 한편으로는 삶을 선택할 권리는 없는 인간이지만 죽음을 선택할 권리는 있다는 담담한 시선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바라나시에 온 후로 생각이 달라졌다. 삶도 모르는데 죽음까지 알아야 한다는 게 스스로에게 짐이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힌두교에서는 죽음을 끝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죽음은 해방이고, 또 다른 시작을 뜻한다. 빨리 가봤자 제로에서 다시 시작하는 삶, 너무 빨리 갈 필요는 없다.' 46p


너를 용서 않으니 내가 괴로워 안되겠다. 나의 용서는 너를 잊는 것 너는 나의 인생을 쥐고 있다 놓아버렸다. 그대를 이제는 내가 보낸다. 82p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 프랑스아즈 사강.
"20대 초반에 사회와 자신과의 관계를 납득하고 타협하는 인간이 있다면 그 인간은 바보다." 무라카미 류 87p


나의 이상형
맨발로 흙을 밟으며 자연과 소통할 줄 아는 사람
진실된 것과 거짓된 것을 구별할 줄 아는 사람.
행복은 돈, 명예로부터 찾을 수 있는 게 아니라 자신의 마음가짐에서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아는 사람.
소외된 곳에 관심을 갖고 작은 힘을 보탤줄 아는 사람.
내가 어떤 말을 해도 내 눈을 바라보고 미소 지으며 들어주는 사람
내 꿈에 대해 묻고 자신의 꿈에 대해 말해줄 줄 아는 사람
표현에 인색하지 않고 작은 선물에도 감동할 줄 아는 사람
내 잘 못을 과감하게 얘기해주는 사람.
나의 외면보다 내면을 봐 주는 사람.
그런 사람과 함께 떠나고 싶다. 166p


언제나 No Problem를 외치고 야차(Good)라고 맞장구를 치고 Say Hello라고 먼저 인사를 나눌줄 아는 순박한 마음을 가진 인도인들. 극과극을 보이는 만큼 여행기에 담긴 그 모습이 인도의 모든 것이라곤 생각되지 않는다.

 

사진이 많아서 부담은 줄었지만 다른 책보다 활자가 작아 시력감퇴기에 접어든 내가 읽기엔 솔직히 부담스러웠다. 안경을 벗고 읽은 부분이 더 많았다,
여행을 떠나면 모든 근심걱정을 훌훌 털어버려야 한다. 김태환이 말한 어제와 내일을 내가 어떻게 할 수 없지만 오늘은 내가 마음먹은대로 움직일 수 있으니 지금 이순간에 충실하자.

언제고 인도에 가게되면 내가 보는 인도는 이들이 보고 느낀 인도와 어떤 차이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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