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수아비춤
조정래 지음 / 문학의문학 / 2010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모난 돌이 정 맞는다. 나서면 다친다. 호박처럼 둥글둥글하게 살아라. 세상에 털어서 먼지 안나오는 놈 있나?, 우리가 남이가?
일제강점기, 해방정국, 6.25, 독재정권을 거치면서 은연중에 우리 몸에 배여든 처세술이다. 나와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문제라고 눈감고 묵언의 동의를 해온 기억이 많다. 나이가 들 수록 늘면 늘었지 결코 줄어들지 않는 비리공화국 대한민국의 현주소다.
 재벌의 비리처벌은 허수아비춤에서 갈파한 그동안 경제발전에 이바지한 공이 크므로, 경제에 지장을 주지 않기 위해서라는 그럴 듯한 미사여구로 솜방망이 처벌을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태봉그룹, 일광그룹이 소설속의 재벌이었으면 싶지만 아직도 건재하고 점점 더 강도가 강해지는 비리로 수많은 개미투자자들이 전재산을 날리고 있다. 3년만에 왔다는 횡령주범 부자의 낯짝을 어제 맞대면하는 순간 삽자루로 뻔뻔스러운 그 낯짝을 후려치고 싶었다. 하늘이 있다면 그들은 천벌을 받아 마땅하지만 적반하장도 유분수라고 오히려 기세등등함이란. 법 보다 주먹이 가깝다고 하지만 서민의 주먹은 약하게 써도 강력처벌을 받으니 법에 호소하기도 어렵고 주먹으로 호소하기도 어려운 지경이다. 더러운 세상~ 챙기고 싶다. 뒷돈 받는 것도 능력이란 말이 우리 주변에서도 쉽게 자랑삼아 회자되는 것을 듣고 있자니 영 뒷맛이 개운치 않다. 지금은 그 부정부패로 내가 총을 맞고 있으니.. 이놈을 죽여 살려.

삼성테크윈의 비리문제로 이건희 삼성그룹회장이 진노했다는 뉴스와 함께 사장이 사의를 표했다고 한다. 이 책의 모티브가 된 전방위 로비, 불법 증여로 인한 승계가 바로 삼성의 모습임에도 그들의 가족은 아직도 건재하다. 연일 터지는 사주의 비자금조성, 횡령, 그리고 그들의 주구가 되어버린 골든 패밀리와 뇌물로 엮여진 그물망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좀 먹고 있다. 그것이 허수아비춤이 적나라하게 까발리고 있다. 검찰, 경찰, 세무공무원, 언론사, 국정원까지 한통속이 되어 돌아가는 대한민국이라면 다 엎어버리고 다시 세워야 한다.

지난한 세월 피흘려 정치민주화를 이룩했지만 경제민주화는 요원하기만 하다. 복지나 공정한 분배를 이야기하면 포퓰리즘이란 단어로 매도하는 황색언론의 뒷배에는 허수아비춤의 일광, 태봉그룹이 존재하고 황금만능주의에 영혼을 팔아버린 윤성호, 박재우, 강기원이 존재한다. 권언유착, 정경유착, 권경유착, 경언유착~ 실제로 내가 경험한 일과 겹쳐지는 순간 전업작가로 살아온 작가가 정말 많은 조사를 했구나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제 대한민국을 움직이는 것은 권력이나 언론이 아니라 재벌이라고. 우스갯소리로 언론사의 승진인사를 당사자보다 빨리 파악하고 영전화분을 보내는 그룹이 있다고 들으니 가히 그들의 정보력은 국정원을 능가하는 수준이라고 할밖에~

모든 기업들이 한 점 부끄러움 없이 투명경영을 하고, 그에 따른 세금을 양심적으로 내고, 그리하여 소비자로서 줄기차게 기업들을 키워 온 우리 모두에게 그 혜택이 고루 퍼지고, 또한 튼튼한 복지사회가 구축되어 우리나라가 사람이 진정 사람답게 사는 세상이 되는 것, 그것이 바로 ‘경제민주화’다.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세워 표심몰이에 한몫 한것이 분명한 반값 등록금~ 88만원 세대가 지금 그 등록금 문제로 광화문에 촛불을 피우고 있다. 대통령이 공약을 추진하고 싶으나 추진할 힘이 없다면 오히려 촛불시위를 권장해 공약 이행의 추동력을 얻으면 얼마나 좋겠는가. 24주년을 맞는 6.10민주화 운동 기념일 전국이 등록금 촛불로 일렁일 것이다.

정말 불가능한 일인가, 할 수 있음에도 못하는 일인가? 기업들이 세금을 제대로 내고 이 땅의 경제구조하에서 불로소득을 많이 번 계층이 세금을 제대로 낸다면 바로 시행가능할 수도 있지 않은가?

골든 패밀리가 남회장을 위해 주구노릇을 충실히하고 받은 인센티브가 기십억이지만(우리라면 목숨마저 내놓을 돈이지만) 그들은 만족하지 않는다. 우리가 니놈을 위해 챙겨준 돈이 얼만데. 이자도 안되는 돈을 받고 나가떨어지라고. 그러나 그들은 자폭은 절대 하지 않는다. 자폭하면 생매장되다시피 하니 말이다.

재벌비리 엄정하게 수사하자는 회식자리의 소회가 좌천의 빌미가 되는 상명하복의 검찰문화, 지금 중수부해체문제로 들끓고 있다. 중수부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 알고 있다면 해체는 당연지사겠지만 권력과 재벌의 바람막이가 되어주는 중수부라면 영구존속하고픈 것이 그들의 바램 아닐까

전변호사와 허민교수의 삶이 이 대한민국을 그래도 밝고 정의로운 나라로 만들어가는 촛불이지만 바람 앞에 선 형국이다. 주색으로 전변호사를 매장시키려는 그들의 시도는 어떻게 되었을까 그 뒷이야기가 궁금하다.

진정한 작가이길 원하거든 민중보다 반발만 앞서 가라. 한 발은 민중 속에 딛고. 톨스토이의 말이다. 진실과 정의 그리고 아름다움을 지키는 것이 문학의 길이다. 타골이 말했다. 작가는 모든 비인간적인 것에 저항해야 한다. 빅토르 위고의 말이고, 노신은 이렇게 말했다. 불의를 비판하지 않으면 지식인일 수 없고, 불의에 저항하지 않으면 작가일 수 없다. 나랏일을 걱정하지 않으면 글(시)이 아니요, 어지러운 시국을 가슴 아파하지 않으면 글이 아니요, 옳은 것을 찬양하고 악한 것을 미워하지 않으면 글이 아니다. 다산 정약용의 말이다.

허수아비춤을 통해 비리공화국 대한민국의 현주소를 보여주었다. 민주주의의 최후 보루는 시민의 조직된 힘입니다란 고 노무현대통령의 말씀처럼 전국방방곡곡에 시민단체가 우후죽순으로 돋아나 비리로 점철된 대한민국을 깨끗하게 청소하고 비리를 저지른 자가 낯짝 들고 다니기 힘든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너부터가 아니라 나로부터 각성하고 여럿이 함께 손잡고 2012년 똑똑하게 한표를 행사하고 그들을 발본색원할 법을 제정 집행하도록 추동하고 그래도 안된다면 조직된 힘을 보여주어야 할때다.

경제민주화! 결코 미뤄서는 안되는 역사적 소명이다. 그것이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부모된 자 힘써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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