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홀한 글감옥 - 조정래 작가생활 40년 자전에세이
조정래 지음 / 시사IN북 / 2009년 10월
평점 :
품절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 그리고 허수아비춤, 내가 읽은 조정래님의 작품이다.

故홍명희작가님이 임꺽정을 집필할 당시 일제가 교도소안에서도 집필을 허락할 정도였다고 한다면 우리의 조정래님은 보수세력의 집요한 좌빨 공세로 경찰, 검찰, 안기부의 조사를 십년 이상을 받아야만 했다는 것이 대비된다.
그는 우리민족의 자랑스런 작가요 보물이다.
읽는 사람의 역사의식, 세상의 눈을 변화시킨 대하소설 3부작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작업이 아니다. 문단 데뷔 40년, 대하소설 3편을 쓰느라 20년 이상을 황홀한 글감옥에서 보내야만 했던 지난한 세월에 존경의 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아직도 끝나지 않는 과거사의 상흔들, 기필코 이루어야만 하는 남북한의 평화적 통일, 그리고 경제민주화. 그는 작가이자 올곧은 역사선생님으로 나의 뇌리에 깊이깊이 각인되어 있다. 태백산맥이 아니었다면 그리도 빨리 우리가 RED Complex란 망령에서 많은 사람들이 놓여날 수 있었을까? 그럼에도 아직도 구시대적인 좌빨 논리로 우리 역사의 수레바퀴를 정지 내지 과거로 되돌리는 힘들이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


언제쯤이 되어야 우리는 한라에서 백두까지 막힘없이 달릴 수 있을 것인가? 일본의 사소설류에 가까운 1인칭 시점의 작품들이 난무하는 지금! 한강 이후의 현대사를 대하소설로 작가님에게 요구하는 것은 무리겠지만 그래도 그만한 분이 없기에 내심 욕심이 난다.
누가 뒤를 이어 우리 세대의 아픔을 이야기 해줄까? 한강과 겹치지만 80년 이후의 대한민국의 파란만장한 역사도 누군가의 손에 의해 큰 줄기로 정리되어 나왔으면 좋으련만.


황홀한 글감옥은 시사저널에서 참언론을 외치며 어깨동무 시사인을 창간한 분들에게 도움을 보태기 위해 대학생 독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형식으로 작가의 작가론, 글 잘 쓰는 법, 역사, 그리고 본인의 성장기, 집안 이야기, 소회를 담아낸 책이다.


글 잘쓰는 것은 타고난 것보다 부단한 노력의 산물이다. 사전을 끼고 살아야 하며, 좋은 책을 많이 하고, 많이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며 글쓰기는 그 다음이다.(다독, 다상량이 우선이고 다작은 나중이란 것이다.)


평생의 동지이자 시인인 김초혜님에게 사랑을 고백하기 위해 그린 링컨의 초상화, 역사 를 든 사진, 물감값이 많이 들어서 미대 진학을 포기한 것이 다행이다 싶고. 자칫하면 부친에 이어 스님이 될뻔 한 사연, 아들과 며느리에게 태백산맥 필사를 시키고 독자 참여 필사본 원고까지.. 사람의 키를 능가하는 어마어마한 원고지, 그리고 천명 이상의 등장인물중 겹치는 인물이 고작.. 본인은 없다고 믿었는데 어느 여성 독자가 날카롭게..


너무나 오랫동안 앉아서 집필을 해 장이 내려앉아 치료를 받았다는 이야기는 다산 정약용의 과골삼천과 아울러 그분들의 놀라운 집념이 우리에게 축복을 주신 셈이다.


느낌가는 대로 읽은 그분의 작품, 시간이 허락한다면 다시 한번 인물을 메모하고 작가님이 일러주신 대로 제대로 대하소설을 읽고 싶다. 영화 태백산맥이 검열없이 제대로 촬영되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소설을 읽고 영화를 보고 급실망했는데 그 시절 상황이면 이해도 가고 남는다.(임권택감독님 역시 연좌제 문제로 영화를 하게 될 수 밖에 없었던 것을 아는지라)



조금 더 열린 시대에 한강과 아리랑이 영화나 드라마화될 예정이라니 참으로 기대가 된다. 황홀한 글 감옥에서 놓여나 이제 조금 쉬시려나 싶었는데 창작의 혼을 불태우고 있다


대하소설로 세상보는 눈을 틔우고 역사의식을 고취하여 나를 조금이나마 변하게 만든 그분은 정신적인 스승이다. 대하소설을 출간순으로 읽었다면 재독은 역사순으로 그리고 그분의 모든 작품을 독파하는 전작주의자가 되고 싶다.


 
작가는 인류의 스승이며 산소이다.(문화사가들이 작가에게 바친 헌사)

 

소설가의 산소 역할의 산소는 무엇일까? 그건 '진실'입니다. 사회적 진실, 역사적 진실, 인간적 진실을 옹호하고 육성하고 지키는 일, 그것이 바로 산소의 역할입니다.

아무리 자유를 보장하고, 인권을 존중하고, 평등을 유지하려는 민주주의 사회나 국가에서도 계층간, 계급간, 권련간.집단간에 갈등과 모순과 대립이 생기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 과정에서 야기되는 것이 비인간성이며 불의이며 편법입니다. 옳고, 바르고, 참된 것을 위하여 모든 비인간적인 것에 저항하고 맞서야 하는 것이 작가의 소임입니다. 그 옳고 바르고, 참된 것을 작품으로 지키고 실현하는 것이 곧 진실입니다.

 

" 여러분이 쓰고 싶은 것이라면 무엇이든지, 정뭘 뭐든지 써도 좋다. 단, 진실만을 말해야 한다" -스티븐 킹의 유혹하는 글쓰기중에서


모든 비인간적 불행에 저항하고, 올바른 인간의 길을 옹호해야 하는 작가는 오로지 진실만을 말해야 하는 존재입니다. 그것은 인생을 총체적으로 탐구하는 작가에게 주어진 사회적 책무입니다. 그 책무를 달고 즐겁게 이행할 의지와 각오가 없다면 작가가 되기를 바라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혜밍웨이의 스페인 내전 참전, 사르트르의 레지스탕스 활동, 에밀 졸라의 드레퓌스사건 고발)

 

'진실'만 말하고자 하는 작가는 필연적으로 진보적일 수밖에 없으며, 기득권을 향유하는 보수 세력과는 갈등하고 맞설 수밖에 없습니다. 그것이 바로 소설의 비판정신이며 휴머니즘의 실현이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진보적인 자각의 질은 조금은 성직자의 길이기도 하고, 조금은 철학자의 길이기도 하고, 조금은 개혁자의 길이기도 합니다. 그 길은 편할 리 없지만 보람 있고, 작품으로 감동적인 형상화를 이루어내면 독자의 박수갈채 속에서 그 생명을 오래 보장 받게 될 것입니다. 문학은 종교와 철학과 과학과 다른 그 무엇일 것입니다.

종교는 말해서는 안되는 것을 말하려는 것이며, 철학은 말할 필요도 없는 것을 말하려는 것이며, 과학은 말할 수 있는 것만 말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문학은 꼭 말해야 하는 것을 말하는 것입니다. (35쪽~36쪽)

 

소설은 인간에 대한 총체적 탐구이다.

'작가는 역사를 몰라서는 작품을 쓸 수 없지만, 역사가는 문학을 몰라도 역사 연구를 할 수 있다.'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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