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탐정 홈즈걸 1 - 명탐정 홈즈걸의 책장 명탐정 홈즈걸 1
오사키 고즈에 지음, 서혜영 옮김 / 다산책방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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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책을 소재로 하는 책도 많고 책을 읽은 사람들이 자신이 읽은 책에 대한 후일담이나 서평을 묶은 책도 많이 출간되고 있지만 책과 독자들이 만나는 장소인 서점을 무대로 하는 작품은 많지는 않은 것 같다. 그것도 서점을 무대로 책을 매개로 하여 벌어지는 사건을 소재로 하는 추리 소설이라니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구미를 끌어당길 것은 분명하다.

 

서점하면 항상 좋은 일,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직원이니 책에 대해 모르는 것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으로 그들에게 아주 다양한 질문을 던진다. 이것이 그들을 곤혹스럽게 한다는 것을 좀 알아주었으면 하는 생각이 담긴 책이다.

 

명탐정 홈즈걸의 책장은 세후도 서점 사건 메모 시리즈 3권중 1권으로 13년 이상 서점에서 근무한 저자의 경험담을 기반으로 컴퓨터에 저장해두었던 작품이 출판사의 편집장의 눈에 띄어 세상에 나온 작품이다.
역 빌딩 6층의 100평 규모의 세후도 서점을 무대로 쿄코라는 여직원과 다에라는 아르바이트생 다에가 짝을 이뤄 해결한 다섯가지 사건을 다룬다.

 

혼자 사는 노인이 이웃의 중년남자에게 대신 책을 사달라고 부탁했지만 정확한 정보가 없고 이상한 단어(아노쥬사니-치 이이욘산완 아아사부로니)를 이용해 책을 찾아내는 과정과 노인이 전하고자하는 엄청난 비밀이 담긴 판다는 속삭인다.

 

행방불명이 된 엄마 사와츠미가 읽던 책을 근거로 세후도를 찾는 중년 여인과 그녀의 남동생의 이루지 못한 사랑이야기가 담길 슬픈 이야기 사냥터에서 그대가 손을 흔드네

 

서점에서 정기구독자에게 잡지를 직접 배달한다. 정말 요즘엔 보기 힘들어진 동네 서점에서나 있었을 법한 이야기다. 사고뭉치 히로미가 책 배달을 갔다가 다친 이야기, 그리고 노엘이란 미용실에서 발생한 잡지를 매개로 벌어진 낯뜨거운 사건을 해결하는 이야기인 배달 빨간 모자~

 

병원에 입원한 딸에게 줄 책을 사려는 엄마를 위해 책을 골라주는 남자~ 한권, 두권, 세권, 네권, 다섯권~ 엄마를 통해 얻은 책이지만 점점 빨려든 그녀, 퇴원후 서점을 찾아와 그 사람을 찾아달라는 이야기인 여섯번째 메시지..

 

책을 많이 팔기 위해 출판사가 서점을 대상으로 벌이는 디스플레이 경진대회, 인기절정의 트로피컬인 만화를 소재로 한 디스플레이 끝내주게 아르바이트생과 친구들이 작업했지만 다음날 스프레이로 훼손이 되는데 도대체 누가.. 표절이란 무거운 주제를 다루는 디스플레이 리플레이~

 

서점에 근무한다고 많은 책을 읽는 것은 아니다. 은행에 근무한다고 돈이 많은 것은 아닌 것처럼..일본의 서점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소재로 하는 이야기지만 우리 동네 서점에서도 이런 일이 일어났을 법한 이야기다. 특히나 첫번째 이야기는 암호처럼 전달된 단어를 근거로 책을 찾아내거나 뉴스, 이미지, 내용을 소재로 책을 찾아달라고 하면 얼마나 당혹스러울까?
이 책을 읽고 혹시라도 다양한 방법으로 질문을 하는 사람이 늘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주 평온한 일상만 있을 것 같은 서점을 무대로 자신이 경험한 일들을 소재로 하여 맛깔스럽고 가슴이 훈훈해지는 추리소설을 연작으로 써내는  작가가 우리나라 서점에서도 배출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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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끝마을 아름다운 절
금강 지음 / 불광출판사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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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과 끝이란 단어에 사람들은 큰 의미를 부여한다.
우리나라 땅의 끝, 땅끝마을(土末)을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 해남의 해안가 마을, 달마산에 아름다운 절 미황사가 있다.
대흥사의 말사로 작고 초라한 주인도 없이 버려졌던 절집이 아름답게 승과 속이 소통하는 장소이자 산으로 들어간 절을 마을로 내려온 절집이 된 미황사엔 수도 없이 많은 사람들이 찾아온다.  본사인 대흥사보다도 더 유명해진 사연의 한가운데엔 1989년부터 미황사를 이끌어온 지운스님과 현공스님, 금강스님이 있었다.

 

금강스님이 미황사(http://www.mihwangsa.com) 웹사이트에 수행일기로 올린 글들을 간추려 모아 펴낸 책이 바로 땅끝마을 아름다운 절이란 책이다. 책을 읽기 전에 한번 접속했더라면 책을 읽는 감동이 더했을텐데, 책을 모두 읽고서야 미황사의 홈페이지를 찾아들었다.
대도시에서 찾아가기엔 교통편이 불편한 곳이지만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참사람의 향기, 한문학당, 템플스테이, 산사음악회, 괘불재, 당제, 49재, 서정분교 살리기운동 등의 행사를 통해 미황사는 절집으로서만이 아니라 인근 주민들의 중심공간이자 세상과 소통하는 절집이 된 것 같다.


선승의 길을 포기하고 속과 소통하는 주지의 소임을 껴안은 금강스님의 해맑은 얼굴처럼 미황사는 그렇게 아름다운 절이 되었다.
1982년 17세의 나이로 출가한 금강스님과 동갑인지라 다시 보게 된다. 채우면 채울 수록 허해지고 비우면 비울 수록 풍족해진 다는 말씀은 아닐지라도 인생의 절반이상을 달려온 사람들은 뒤돌아보고 반성하게 되는 일들이 늘어나게 되어 어딘가 일상에서 탈출하여 마음을 비우는 진정한 휴식을 취해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일구월심으로 하게 된다. 그러나 그것도 쉽지 않은 일..매월 진행되는 참사람의 향기나 부정기적으로 이뤄지는 템플스테이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들게 만든다.

 

일출과 낙조 모두가 빼어난 절 미황사, 미황사 인근 마을 사람들은 섣달 그믐날에 차례를 지내고 새해 첫날은 그들이 준비한 음식으로 미황사에 일출을 보며 맞이한다는 풍습이 새롭고 이 좋은 절경을 뭇사람들과 나누어 개방한다는 절집의 인심~
크고 웅장하게 짓는 것에 주력할 것이 아니라 이웃과 함께 소통하고 그들과 더불어 사는 것에 무게중심을 둔 미황사의 이야기들은 최근 세계 최대의 교회건출을 추진하여 논란이 되고 있는 사랑의 교회와는 크게 대조된다.(무종교인인 나의 입장에서도 이런 절집, 이런 류의 교회, 성당이 많아져 우리 사회 좀더 푸근해졌으면 좋겠다)

 

눈빛 하나, 손짓 하나 몸짓 하나에 사랑을 담아
만나는 이마다 행복하게 하겠습니다.
먼저 행복하고 먼저 자유로워지겠습니다.
이만큼 있어야, 이렇게 되어야 할 수 있는 일이 아님을 알아
적으면 적은 대로,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나눠가는 보살이 되겠습니다.(18쪽)


 

"옴 아모카 살바다라 사다야 사바하." 소원을 이루어 주는 진언(190쪽)

 

절집을 아주 많이 들락날락거렸으면서도 일주문만 보았지 그 기둥에 새겨진 글귀는 전혀 보지 못했다. 역시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다.

 

入此門來 莫存知解
절집에 올 때는 '내가 어느 학교를 나왔고 얼마나 공부했는지, 우리 집 가문은 어떻고 재산은 얼마인지, 지위가 얼마나 높은 지'에 대한 생각을 가지고 들어오, 그 생각의 무게만큼 손해이다.
그러한 생각을 버리도록 하는 '입차문래 막존지해'라는 말이 있다. 문을 들어 올 때에는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것을 버리라는 것이다. 산속 절집을 찾아 올라오면 처음 만나게 되는 일주문 양쪽에 쓰여 있는 글귀이다.(86쪽)

 


겨울, 봄, 여름, 가을편으로 나누어 미황사의 사계와 절집의 행사와 인연을 중심으로 술술 풀어가는 금강스님의 낮은 목소리가 글을 통해 내 귓전을 울리는 듯하다.
 그곳에서 일출과 낙조를 보고 걸으면서 수행한다는 그 오솔길 숲길을 온가족이 거닐면서 오손도손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땅끝마을을 두어번 다녔으면서 걷기 싫어하고 시간이 없다고 대흥사나 미황사를 가려던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것이 참다운 여행이었을까 싶다. 헐레벌떡 눈요깃거리에만 주안을 둔 여행보다는 한 숨 쉬어갈 수 있는 여행을 위해서라도 잠시 머물러 갈 수 있는 여행을 떠나 금강스님의 말씀을 듣고 미황사의 호젓한 산길을 돌아 마음씀이 아름다운 사하촌 사람들과 막걸리 한잔을 나누고도 싶어진다.


책을 통해 주어담은 知
佛殿四物
법고는 땅 위의 생명, 목어는 물속의 생명, 운판은 하늘을 나는 중생, 범종은 땅속의 중생들에게 들려주는 법문.(22)

절에서는 목탁소리의 횟수로 알리고자 하는 내용을 전하는데 밥을 먹을 때는 한번, 운력을 할 때는 두 번, 회의를 할 때는 세 번이다.(73쪽)

 

 

齋와 祭의 차이
흔히 천도재, 49재, 관음재일 같은 재를 제사로 여기는 경우가 많다.
祭는 인간과 신을 연결하는 소통의 의식이다. 무당이나 제주가 망자와 산 사람 사이를 연결시켜주고 달래주는 의식이다.
齋는 삼가다와 부정을 피한다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어서 五戒를 지키고 수행을 하는 기간이라는 의미가 크다. 다시말해 깨침의 법을 설하여 윤회의 사슬을 끊어 육도 육회를 벗어나 성불의 길로 인도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49재를 지낼때 지켜야 할 덕목 여덟가지
첫째, 죽이려는 마음을 없애어 작은 미물일지라도 연민의 마음으로 대하여 해치지 않고 가엾게 여긴다.
둘째, 남에게 베풀 것을 생각하고 탐욕의 마음을 버린다.
셋째, 부부는 잠자리를 피하고 음탕한 마음을 없앤다.
넷째, 거짓과 속이는 마음을 멀리하고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다섯째, 정신을 산만하거나 어지럽게 하지 않고 술을 마시지 않는다.
여섯째, 향수나 화장품을 쓰지 않으며 노래하고 춤추는 행위를 하지 않는다.
일곱째, 교만한 마음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며 화려한 침구나 높은 자리를 피한다.
여덟째, 때 아닌 때에 먹지 않아야 하며 탐닉하는 마음을 갖지 않는다.(122~12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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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우와 별들의 책 - 제1회 조선일보 판타지문학상 수상작 치우 판타지 시리즈 1
이준일 지음 / 문학수첩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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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해리포터, 나니아 연대기, 타라덩컨, 이둔의 기억, 반지의 제왕 등등의 해외 판타지를 두루 읽었지만 대한민국판 판타지 소설은 한 손으로 꼽을 정도로 빈약하다. 매니아를 제외하곤 대부분이 엇비슷한 독서이력을 갖고 있지 않을까. 더 많은 우리 작품이 출간되고 독자층이 넓어져 전세계에서 작품성을 인정받을 날이 하루빨리 왔으면~

판타지 소설은 전혀 현실성이 없는 이야기지만 현실감 있게 다가와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하고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모험담이 어우러지는 장르로 온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어 좋다.

 

1회 조선일보 판타지 문학상 1억원 고료 당선작에 빛나는 우리 판타지 치우와 별들은 김정환선생님의 판타지 동화 고양이 학교, 청동거울 등을 아이들과 읽었을 때처럼 외국 작품에 견주어도 손색없는 온 가족이 만족한 작품이다.

 

여느 소설과 엇비슷하게 치우와 별들의 책 역시 마법사와 인간이 등장하고 마법사들의 세계와 인간의 세계가 분리되어 있다. 차원으로 분리되어 있든(해리포터 등), 각기 다른 공간으로 존재하든(타라 덩컨, 이둔의 기억 등) 마법의 세계와 인간의 세계는 늘 소통을 꿈꾸고 있는 것 같다. 이 책에서는 상호공존의 모색보다는 상호 적대적 전쟁을 경험하여 장막으로 가로막혀 있어 쉽사리 오고 가지 못하는 공간으로 존재한다. 파수꾼이란 아주 능력이 출중한 존재(신적인 존재인가)가 보다 못해 간섭하여 장막을 치고 저주받은 마법사의 후손을 위해 약속을 한 것을 지키고자 하는 것에서 이 소설은 시작된다.

 

치우라는 이름에서 치우천황을 떠올리고 우리 전통의 무엇이 가미되었을 것이여란 추정을 했는데 불여우 이야기에서 나온 파란 주머니, 노란 주머니, 빨간 주머니가 등장. 적을 막는 무기가 아니라 파수군이 마법세계인 가이아랜드에 있는 치우에게 명령(?)을 하달하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엄마와 단둘이, 15살이나 되었지만 체구가 적어 왕따를 당하는 소년 치우, 어느날부터 엄마는 몹쓸 병에 걸려 아무것도 먹지 않고 자지도 않고 글을 쓰다가 졸도를 하는 지경에 이른다. 종이가 떨어지면 벽에도 남긴 엄마가 쓴 글에서 치우에게 바라는 엄마의 메시지가 담겨 있다. 강남 역에 있는 세 마리 토끼와 한 마리 늑대라는 간판을 단 곳을 찾아가 도움을 청하라.

 

그곳에서 만난 진실을 말하는 노인, 꿈을 지켜주는 청년, 희망을 먹는 꼬마를 만나 선택을 한다. 15살 소년이 감당하기 힘든 엄마의 병을 고치기 위해 꿈을 지켜 주는 청년의 도움을 받아 가이아랜드로 출발..저주의 받은 마녀의 후손이란 말을 들었어도 치우에겐 마법사들의 세계는 낯설기만 하다. 그래도 세상은 통한다. 진실함을 무기로 치우는 올리비아, 후디영감(베로니카)의 마음을 얻고, 두더지, 비블레, 흡혈귀에게 은혜를 베풀어 위기의 순간에 그들을 구해주기도 한다.

 

어느 곳이든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하고 싶어하는 호기심이 정상 이상으로 강한 부류들이 꼭 있고 세상을 정복하고야 말겠다는 악인은 존재하는 모양, 평화롭기만 했던 마법의 세계도 평지풍파가 인다. 장막을 헤치고 인간세상으로 가 정복하고 싶은 메데스티를 사로잡아 재판을 열려는 가이아랜드의 수장인 알렉시아간의 대결의 와중에 태양검을 찾으로 발렌테란 의회건물로 숨어들었던 치우 일행이 휘말린다.

 

사건이 거듭될수록 가이아랜드의 선조들의 비밀이 하나 둘씩 드러나고 금단구역으로 설정된 선조들이 잠들어 있는 곳에서 발견한 별들의 책에 담긴 엄청난 과거의 비밀~~

설령 그것이 진실이라 하더라도 맞대면할 것인가? 아니면 덮어둘 것인가? 어떤 진실을 명명백백하게 밝히면 좋지만 어떤 진실은 모두를 위해 덮어두는 것이 좋은 경우도 있다.

 

지구소년 치우가 엄마의 병을 고치러 떠난 환상적인 모험여행에서 만나는 마법사들의 이야기와 어쩔 수 없이 휘말리게 된 싸움에서 힘을 얻고 지혜를 얻어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치우의 놀라운 활약상!

 

치우는 엄마의 저주를 풀고 무사히 집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 태양의 검과 별들의 책, 그리고 치우 가족에게 숨겨진 엄청난 비밀을 알게 된 순간..그래서 그랬구나~ 안타까움과 놀라움 교차하는 판타지 소설이 바로 치우와 별들의 책이다. 상 값을 톡톡히 하는 작품임에 틀림없다. 완결된 이야기가 아니라고 한 만큼 치우 2탄에 내심 거는 기대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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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의 바이올린
조셉 젤리네크 지음, 고인경 옮김 / 세계사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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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사회 초년병이었던 시절 교양을 쌓는답시고 ~ 길라잡이란 이름을 달고 나온 책을 여러 종 읽었다.
그러나 그때뿐 나의 교양은 나아지지 않았다. 연극, 클래식, 국악~ 경험하지 않고 책만 내리 읽는다는 것의 한계라고나 할까?
교양인의 기준이 무엇일까? 어떤 사람들을 우리는 교양인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것도 10인10색이 아닐까 싶다.
그만큼 다방면의 폭넓은 교양을 담지한 사람은 만나기 힘든 시대이다. 소설을 읽고 교양을 쌓을 수 있다면 일거양득이 아닌가. 그것도 재미있는 추리소설로..

 

내겐 부족한 예술에 대한 기초 상식을 넓혀주었던 미술을 소재로 한 일본에서도 인정하는 추리소설가 이은의  '수상한 미술관'을 읽었던 그 느낌을 잊지 못해 파가니니와 바이올린 명기 스트라디바리우스에 얽힌 사연을 모티브로 한 스페인 작가 조셉 젤리네크의 신작 악마의 바이올린을 선택했다. 역사적 사실을 근거로 실존인물이 등장하는 만큼 완전한 허구가 아니라는 이야기가 나의 구미를 강하게 당긴다.
이 작가는 베토벤를 소재로 한 10번 교향곡이란 작품의 후속작이며  베토벤과의 경쟁에서 진 음악가의 이름을 필명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본명은 이 책 어디에도 나오지 않는다.
하필이면 경쟁에서 진 사람을 필명으로 했을까? 옮긴이도 궁금해 하고 있다.

 

스페인어권 문학을 자주 접하고 있다. 이 책을 옮긴이의 작품도 자주 접한다. 스페인어 인구가 많아서인지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가도 많고 작품도 다양한 것 같다.
 동일 언어, 문화를 공유하는 사람의 수가 많다는 것은 작가들에겐 행운이란 생각을 해 본다. 자본주의 논리로 따진다면 그만큼 시장이 크다는 이야기니까?

스페인, 파가니니, 스트라디바리, 바이올린 아는 것 보다 모르는 것이 99%이상이라 악마의 바이올린은 처음부터 나의 무식을 드러내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라라사발과 지휘자의 대화는 물론이고 페라도모경위와 그 아들이 연주회 참석시 박수치는 예절에 대한 이야기까지~
읽으면서 느끼는 점은 주인공이나 등장인물의 이름을 외우기가 무척이나 어렵다는 것이다. 라라~ 리리사태, 라라사~ 라라사발을 온전하게 기억하기까지 반 수 이상의 페이지를 읽은 다음이다.

 

이 소설은  바이올린 연주의 신화인  니콜로 파가니니가 임종 당시 던진 "그 안에는 악마가 들어있소" 한마디가 사제의 입을 통해 널리 퍼지게 되자 아무런 검증도 없이 그가 악마와 결탁을 하였고 그가 자신의 입으로 시인했다는 이야기가 사방으로 퍼져나갔고 교회의 반대로 니스에 묻혔다가 사후 36년 이후에나 그의 고향 제노바에서 유택을 마련하게 되었다는  역사적 사실을 모티브로 한다.(네이버 역사 인물 니콜로 파가니니 참고)

 

젊고 아름다운 바이올리니스트인 라라사발이 마드리드에서 스타라디바리우스로 성공적인 연주를 마치고 피아노 위에서 살해를 당하고 그의 몸에서 나온 피로 '악마'라는 의미의 이슬람어로 글씨가 써진 채로 발견이 된다. 천재 연주자의 죽음을 둘러싼 갖가지 의문과 추측, 주변인물들을 조사하면서 밝혀지는 스트라디바리우스에 담긴 놀라운 비밀, 악마와 결탁한 파가니니가 연주한 스트라디바리론 연주하지 마라. 그럼 당신은 죽을 것이다. 그것도 파가니니와 동일한 날인 5월 28일에~ 라라사발도 2014년 5월 28일에 살해를 당한다.

 

네이버 역사 인물편이나 기타 기록들을 펼쳐보니 28일이 아니라 27일이다. 우리 기준으로 날짜를 적은 것일까 역자의 번역실력은 다른 작품에서 익히 알고 남음이 있지만 대한민국의 기준이 들어간 것이 눈에 띈다. 한강 모래밭에서 바늘 찾기(296P)란 속담이 나온다. 바로잡았으면 좋겠다.

 

보통사람보다 빼어난 재주를 지닌 사람들을 보고 귀신같다는 말을 우리가 통상하는 것처럼 유럽인들은 악마에게 영혼을 팔았다거나 악마와 손을 잡았다는 이야기를 하는 모양이다.
우리의 표현은 긍정적이라면 유럽의 표현 천재에 대한 시샘을 넘어 그의 목숨을 빼앗을 수도 있는 극언이다. 중세시대의 마녀 사냥의 흔적이라고나 할까. 천재는 일반 사람들에게는 추앙의 대상이지만 그를 시기 질투하거나 그와의 경쟁에서 패배한 이들에겐 그가 죽었으면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 인지상정이 아닐까? 이 소설에서도 라라사발과 일본인 바이올리니스트 산토리 고토의 경쟁의식 또한 만만치 않게 표현된다.

 

악마~ 그의 존재는 기독교적 신앙이나 이슬람적 신앙을 전제로 하는 존재자이다. 데드 이블, 바알, 사탄, 시대에 따라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며 사람의 의식속에 존재했던 이름이다.
안동 임청각 앞에 가면 귀신들린 나무라 하여 갖가지 신비한 전설을 남기고 신령스러운 존재로 받들어지던 나무가 어느 날 밤사이 전기톱으로 밑둥이 싹둑 잘린채로 발견되었다.
나무에 나쁜 짓을 하면 동티난다고 하여 금줄을 둘렀던 나무, 그 나무를 베었던 그 놈은 어떻게 되었을까 궁금하다.

 

살인범을 추적하기 위해 활용하는 기법도 흥미진진한 기법이다. 향수에 담긴 사연과 상식을 덤으로 얻었으니 이 책은 여러가지로 많은 지식을 안겨다준다.


나는 왜 눈치를 못채었나.
이리도 쉽게 실마리를 풀 수 있는 복선이 있었다니.. 그것도 도입부에 나왔는데...
마지막 장을 덮을 때까지 라라사발의 죽음의 원인이나 살해동기가 미궁속을 헤맨다. 살인자가 고백한 것이 진실인가...스트라디바리에 깃들인 악마는 정말 존재하지 않는 것인가?
여전히 의문이다. 또 세월이 흘러 스트라디바리를 손에 넣은 어느 바이올리니스트의 부음을 듣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궁금하다.
바이올린의 3대 명기 하면 스트라디바리, 과르넬리, 아마티인가. 스트라디바리(Stradivari)와 과르네리(Guarneri), 과다니니(Guadagnini)인가.
이 소설에선 후자다. 지식인도 제대로 활용해야지 잘못보면 독이 될수도 아니다 전자가 맞을지도 모르겠다. 아시는 분 바로잡아 주시라.

 

소설과 관련된 보충 지식..
네이버 역사인물- 바이올린 연주의 신화 니콜로 파가니니
http://navercast.naver.com/worldcelebrity/history/497

"그 안에는 악마가 들어있소"- 임종 당시의 한 마디
 한때 뛰어난 바이올리니스트로 명성을 얻은 그의 경이적인 연주 실력은 “악마에게 영혼을 팔아버린 대가로 얻은 것”이라는 이야기가 파다했다. 사제가 오늘 환자를 찾아온 주된 목적도 그것이었다. 곧 지옥으로 향할 죄인에게 마지막으로 영혼이 구제될 기회를 제공하려는 것이었다.

후두 결핵을 앓고 있던 환자는 침대에 누워 숨을 거칠게 몰아쉬고 있었다. 악마가 나타나기 전에 최대한 빨리 이 음악가의 고백과 참회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지나친 부담 때문이었을까? 사제는 방에 들어서자마자 다짜고짜 환자에게 물었다. “도대체 당신의 바이올린에는 어떤 비밀이 있기에 그토록 놀라운 선율을 내는 것이오?” 한발 한발 찾아오는 죽음의 고통에 시달리던 음악가는 그저 손짓만 했다. 아무 대답도 하기 싫으니 제발 나가 달라는 뜻이었다. 하지만 물러서기는 커녕 한층 더 집요해지는 사제의 질문에 마침내 환자도 짜증이 솟구친 모양이었다. “그 속에는 악마가 숨어 있소.” 거의 들릴까 말까 하는 목소리로 이렇게 속삭인 다음, 음악가는 갑자기 바이올린 쪽으로 손을 뻗었다. 순간 사제는 비명을 지르며 그 집에서 뛰쳐나갔다. 그리고 만나는 사람마다 붙잡고 이야기했다. 악마와 결탁했다는 그 바이올리니스트가 본인의 입으로 그 사실을 시인했다는 것이었다. 존경받는 성직자의 증언이라서 그랬을까? 이 소문은 그간의 구구한 추측에 대한 확증으로 여겨졌으며, 아무런 검증이나 의심도 없이 사방팔방으로 퍼져 나갔다.
 
그렇다면 그 음악가는 왜 그런 쓸데없는 말을 했던 것일까? 그런 소문이 근거 없음은 누구보다도 본인이 더 잘 알고 있었을 텐데 말이다. 어쩌면 임종의 자리에서까지 뜬소문에 대한 추궁을 받는 데 대한 분노 때문이었을까? 너희들이 원한다면 얼마든지 그렇다고 말해주마 하는 반발심 때문이었을까? 소문이 퍼지거나 말거나, 사람들이 믿거나 말거나, 어느 쪽이든 이제 그에게는 아무 상관없었으리라. ‘악마의 바이올리니스트’라는 별명을 얻었던 천재 음악가 니콜로 파가니니는 바로 그날, 14세 된 아들이 혼자 임종을 지키는 가운데 지중해 연안의 도시 니스에서 58세를 일기로 사망했기 때문이다. 1840년 5월 27일, 오후 5시 경의 일이었다. 

 

스트라디바리(Stradivari)와 과르네리(Guarneri)
스트라디바리우스가 섬세하게 조각되고 다듬어진 반면, 과르네리는 거칠게 손질돼 나무의 결이 그대로 드러난다.
연주자들은 대개가 초기에는 스트라디바리를 선호하다 말년에는 과르네리를 더 좋아한다고 한다.
음색이 스트라디바리는 여성적, 과르네리는 남성적인 소리이기 때문일까?
현재 남아있는 바이얼린의 수는 스트라디바리우스는 540여대, 과르네리는 150대 정도이다.

 

과다니니(Guadagnini)
현악기의 고장인 크레모나 남서쪽 피아첸차에서 활동한 로렌초 과다니니(1695~1745)가 첫 시조이다.
그의 아들 조반니 바티스타 과다니니(1711-1786)가 비로소 과다니니의 명성을 확립하였고,
말년에는 스트라디바리의 영향을 받은 명기를 다수 만들어냈다.

 

* 사진출처 네이버 역사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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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을 쫓는 아이 - 열네 살 소년이 우연한 곳에서 자신의 꿈과 조우하는 이야기
케이트 톰프슨 지음, 나선숙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11월
평점 :
절판


질풍노도의 시기!
가치관의 혼란, 몸은 어른이 되었어도 정신은 그에 따르는 성장을 하지 못한 상태인 청소년들이 통과의례처럼 거쳐야 하는 시절. 일찍 어른이 되고 싶은 충동, 부모로부터 벗어나고 싶은 생각은 누구나 한번 이상은 가졌으면서도 행동으로 옮긴 아이와 옮기지 않은 아이들로 구분된다. 그러나 지금은 그 시기가 더 빨라졌고 이미 초등학교 시절에 가출, 흡연, 이성문제가 화두가 되는 만큼 그들만의 내면세계를 좀 더 잘 알고 싶은 욕심에 선택한 책이다.

 

시대가 달라진 것을 반영하기라도 하듯 우리 눈으로 보면 주인공 바비란 녀석은 엄청난 사고뭉치다. 차를 훔쳐 무면허 과속운전을 일삼는 등 그 나이에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이상의 사고를 쳐 철부지 같은 홀어미를 곤혹스럽게 하는 존재로 자리잡은 아주 특이한 녀석이다.

더블린이란 도시에서 시골로 이사를 단행한 엄마에 결정에 끝까지 반발해 고장난 자동차를 타고 더블린으로 다시 돌아갈 계획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바비의 좌충우돌 시골생활기가 펼쳐 진다. 그 시절 누구나 그렇듯 또래의 패거리에 속하게 되면 그 무엇도 두렵지 않은 세대가 아닌가. 인생 뭐 있어 폼생폼사라는 생각으로 똘똘 뭉쳤던 우리네 친구 한두명은 그런 생각으로 우리와 다른 무용담을 화려하게 장식했던 것처럼~~


바비와 비슷한  자식을 둔 부모가 된 친구가 있다. 매일 쌈박질로 피해학생의 학부모 앞에 무릎을 꿇고  배상금을 물어주고 급기야 서울로 전학을 하게 되었으면서도 그 녀석의 일상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한다. 한가지 위안은 우리 집은 사교육비가 전혀 안들어~라며 씁쓸한 미소를 짓는 친구의 얼굴이 스쳐지나간다. 자식중 하나는 데니스와 같이 무던한 녀석이긴 해도 부모 욕심엔 성에 차지 않는다. 둘을 확 섞어버렸으면 좋을 것은 서로 상반된 자식으로 겪는 갈등을 대부분의 집에서 겪고 있다. 그 점에선 우리집도 예외는 아닌 것 같다.


기성세대의 시각으로 보면 그네들의 생각. 행동이 어두운 밤을 연상케 하는 지극히 부정적으로 보이지만 그네들의 잣대로 보면 어찌보면 낮이 밤보다 더 깜깜하고 어른들의 눈길에서 자유로워진 밤이 더 환한 낮이 아닐까란 생각도 해본다.

 

14살의 나이에 바비를 낳은 엄마,  열 네살이 된 바비, 아버지가 다른 동생 데니스..너라면 나의 상황을 이해할 수 있겠니?란 바비의 승질만 음성이 들리는 듯하다.

 

아버지란 존재는 애시당초 바비에겐 존재감이 없었던 존재, 모범생같은 동생 데니스(그러나 다른사람이 있는 상황엔 떼쟁이가 되는)가 태어나면서 관심과 사랑을 받고 싶은 욕망의 표현으로 말썽부리기를 선택한 바비의 행동은 엇나가기만 한다.

자기를 낳은 어머니의 나이가 되어버린 바비에겐 세상만사가 불만투성이는 아니었을까. 너무 일찍 세상의 단맛 쓴맛을 봐버린 애어른 바비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은 그리 녹록치만은 않아 보인다.

소설의 도입부에 이렇게 촌구석으로 도망친다고 해도 그 사람들에게서 벗어날 수 있을까란 바비의 독백이 아주 강한 복선을 깔고 있다는 호기심을 자극한다.

 

촌구석에서 탈출을 끊임없이 모색하나 실패하는 바비의 사고치기, 집주인 할머니가 묘한 여운을 남기듯 던진 요정의 이야기는 또 어떻게  전개될지 묘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이야기에 한순간에 풍덩 빠져버린다. 안타까움, 안쓰러움, 그 녀석에 대한 미움이 일순간 일다가도 동정의 시선을 거둘수 없는 묘한 존재가 펼치는 기상천외한 이야기를 통해 우리 모두가 우리 자식들에게 가해자가 되고 있는 것은 아닌가란 생각이 부지불식간 들게 한다.

 

넌 어려서 아무것도 몰라. 그러니 국으로 공부만 열심히 해라,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으면 저렇게 된다는 무언의 협박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 아이들은 알게 모르게 여러 채널을 통해 이미 어른 세계의 비밀을 알아버린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면서도 이기적인 생각을 버리라는 부모들의 말은 모순이란 것을 그네들도 알아버렸다고,

 

사고뭉치 바비의 모습은 여과장치 없이 있는 그대로 그려내어 나를 당혹케 한다. 그래도 엄마인데 그런 말을 할 수 있지. 이런 호로자식 같으니라고. 아일랜드 청소년들의 모습이 정말 그럴까.. 차를 훔치고 난폭운전, 도둑질에 마약까지~~어쩜 우리나라도 음지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으니.. 출구없는 방에 갇힌 존재가 되어버린 아이들이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일 아닐까도 싶다.

 

가정이 정상적이지 못하고 무너질때 아이에게 어떤 일이 일어나고 치명적인 상처를 주게 되는지? 다시 한번 심각하게 생각하게 만든다.

말썽꾸러기 사고뭉치 바비에게도 잘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것을 통해 희망의 메시지를 읽고 조금은 따뜻하고 훈훈해진 기분이 들어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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