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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끝마을 아름다운 절
금강 지음 / 불광출판사 / 2010년 1월
평점 :
처음과 끝이란 단어에 사람들은 큰 의미를 부여한다.
우리나라 땅의 끝, 땅끝마을(土末)을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 해남의 해안가 마을, 달마산에 아름다운 절 미황사가 있다.
대흥사의 말사로 작고 초라한 주인도 없이 버려졌던 절집이 아름답게 승과 속이 소통하는 장소이자 산으로 들어간 절을 마을로 내려온 절집이 된 미황사엔 수도 없이 많은 사람들이 찾아온다. 본사인 대흥사보다도 더 유명해진 사연의 한가운데엔 1989년부터 미황사를 이끌어온 지운스님과 현공스님, 금강스님이 있었다.
금강스님이 미황사(http://www.mihwangsa.com) 웹사이트에 수행일기로 올린 글들을 간추려 모아 펴낸 책이 바로 땅끝마을 아름다운 절이란 책이다. 책을 읽기 전에 한번 접속했더라면 책을 읽는 감동이 더했을텐데, 책을 모두 읽고서야 미황사의 홈페이지를 찾아들었다.
대도시에서 찾아가기엔 교통편이 불편한 곳이지만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참사람의 향기, 한문학당, 템플스테이, 산사음악회, 괘불재, 당제, 49재, 서정분교 살리기운동 등의 행사를 통해 미황사는 절집으로서만이 아니라 인근 주민들의 중심공간이자 세상과 소통하는 절집이 된 것 같다.
선승의 길을 포기하고 속과 소통하는 주지의 소임을 껴안은 금강스님의 해맑은 얼굴처럼 미황사는 그렇게 아름다운 절이 되었다.
1982년 17세의 나이로 출가한 금강스님과 동갑인지라 다시 보게 된다. 채우면 채울 수록 허해지고 비우면 비울 수록 풍족해진 다는 말씀은 아닐지라도 인생의 절반이상을 달려온 사람들은 뒤돌아보고 반성하게 되는 일들이 늘어나게 되어 어딘가 일상에서 탈출하여 마음을 비우는 진정한 휴식을 취해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일구월심으로 하게 된다. 그러나 그것도 쉽지 않은 일..매월 진행되는 참사람의 향기나 부정기적으로 이뤄지는 템플스테이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들게 만든다.
일출과 낙조 모두가 빼어난 절 미황사, 미황사 인근 마을 사람들은 섣달 그믐날에 차례를 지내고 새해 첫날은 그들이 준비한 음식으로 미황사에 일출을 보며 맞이한다는 풍습이 새롭고 이 좋은 절경을 뭇사람들과 나누어 개방한다는 절집의 인심~
크고 웅장하게 짓는 것에 주력할 것이 아니라 이웃과 함께 소통하고 그들과 더불어 사는 것에 무게중심을 둔 미황사의 이야기들은 최근 세계 최대의 교회건출을 추진하여 논란이 되고 있는 사랑의 교회와는 크게 대조된다.(무종교인인 나의 입장에서도 이런 절집, 이런 류의 교회, 성당이 많아져 우리 사회 좀더 푸근해졌으면 좋겠다)
눈빛 하나, 손짓 하나 몸짓 하나에 사랑을 담아
만나는 이마다 행복하게 하겠습니다.
먼저 행복하고 먼저 자유로워지겠습니다.
이만큼 있어야, 이렇게 되어야 할 수 있는 일이 아님을 알아
적으면 적은 대로,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나눠가는 보살이 되겠습니다.(18쪽)
"옴 아모카 살바다라 사다야 사바하." 소원을 이루어 주는 진언(190쪽)
절집을 아주 많이 들락날락거렸으면서도 일주문만 보았지 그 기둥에 새겨진 글귀는 전혀 보지 못했다. 역시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다.
入此門來 莫存知解
절집에 올 때는 '내가 어느 학교를 나왔고 얼마나 공부했는지, 우리 집 가문은 어떻고 재산은 얼마인지, 지위가 얼마나 높은 지'에 대한 생각을 가지고 들어오, 그 생각의 무게만큼 손해이다.
그러한 생각을 버리도록 하는 '입차문래 막존지해'라는 말이 있다. 문을 들어 올 때에는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것을 버리라는 것이다. 산속 절집을 찾아 올라오면 처음 만나게 되는 일주문 양쪽에 쓰여 있는 글귀이다.(86쪽)
겨울, 봄, 여름, 가을편으로 나누어 미황사의 사계와 절집의 행사와 인연을 중심으로 술술 풀어가는 금강스님의 낮은 목소리가 글을 통해 내 귓전을 울리는 듯하다.
그곳에서 일출과 낙조를 보고 걸으면서 수행한다는 그 오솔길 숲길을 온가족이 거닐면서 오손도손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땅끝마을을 두어번 다녔으면서 걷기 싫어하고 시간이 없다고 대흥사나 미황사를 가려던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것이 참다운 여행이었을까 싶다. 헐레벌떡 눈요깃거리에만 주안을 둔 여행보다는 한 숨 쉬어갈 수 있는 여행을 위해서라도 잠시 머물러 갈 수 있는 여행을 떠나 금강스님의 말씀을 듣고 미황사의 호젓한 산길을 돌아 마음씀이 아름다운 사하촌 사람들과 막걸리 한잔을 나누고도 싶어진다.
책을 통해 주어담은 知
佛殿四物
법고는 땅 위의 생명, 목어는 물속의 생명, 운판은 하늘을 나는 중생, 범종은 땅속의 중생들에게 들려주는 법문.(22)
절에서는 목탁소리의 횟수로 알리고자 하는 내용을 전하는데 밥을 먹을 때는 한번, 운력을 할 때는 두 번, 회의를 할 때는 세 번이다.(73쪽)
齋와 祭의 차이
흔히 천도재, 49재, 관음재일 같은 재를 제사로 여기는 경우가 많다.
祭는 인간과 신을 연결하는 소통의 의식이다. 무당이나 제주가 망자와 산 사람 사이를 연결시켜주고 달래주는 의식이다.
齋는 삼가다와 부정을 피한다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어서 五戒를 지키고 수행을 하는 기간이라는 의미가 크다. 다시말해 깨침의 법을 설하여 윤회의 사슬을 끊어 육도 육회를 벗어나 성불의 길로 인도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49재를 지낼때 지켜야 할 덕목 여덟가지
첫째, 죽이려는 마음을 없애어 작은 미물일지라도 연민의 마음으로 대하여 해치지 않고 가엾게 여긴다.
둘째, 남에게 베풀 것을 생각하고 탐욕의 마음을 버린다.
셋째, 부부는 잠자리를 피하고 음탕한 마음을 없앤다.
넷째, 거짓과 속이는 마음을 멀리하고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다섯째, 정신을 산만하거나 어지럽게 하지 않고 술을 마시지 않는다.
여섯째, 향수나 화장품을 쓰지 않으며 노래하고 춤추는 행위를 하지 않는다.
일곱째, 교만한 마음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며 화려한 침구나 높은 자리를 피한다.
여덟째, 때 아닌 때에 먹지 않아야 하며 탐닉하는 마음을 갖지 않는다.(122~123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