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을 쫓는 아이 - 열네 살 소년이 우연한 곳에서 자신의 꿈과 조우하는 이야기
케이트 톰프슨 지음, 나선숙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11월
평점 :
절판


질풍노도의 시기!
가치관의 혼란, 몸은 어른이 되었어도 정신은 그에 따르는 성장을 하지 못한 상태인 청소년들이 통과의례처럼 거쳐야 하는 시절. 일찍 어른이 되고 싶은 충동, 부모로부터 벗어나고 싶은 생각은 누구나 한번 이상은 가졌으면서도 행동으로 옮긴 아이와 옮기지 않은 아이들로 구분된다. 그러나 지금은 그 시기가 더 빨라졌고 이미 초등학교 시절에 가출, 흡연, 이성문제가 화두가 되는 만큼 그들만의 내면세계를 좀 더 잘 알고 싶은 욕심에 선택한 책이다.

 

시대가 달라진 것을 반영하기라도 하듯 우리 눈으로 보면 주인공 바비란 녀석은 엄청난 사고뭉치다. 차를 훔쳐 무면허 과속운전을 일삼는 등 그 나이에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이상의 사고를 쳐 철부지 같은 홀어미를 곤혹스럽게 하는 존재로 자리잡은 아주 특이한 녀석이다.

더블린이란 도시에서 시골로 이사를 단행한 엄마에 결정에 끝까지 반발해 고장난 자동차를 타고 더블린으로 다시 돌아갈 계획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바비의 좌충우돌 시골생활기가 펼쳐 진다. 그 시절 누구나 그렇듯 또래의 패거리에 속하게 되면 그 무엇도 두렵지 않은 세대가 아닌가. 인생 뭐 있어 폼생폼사라는 생각으로 똘똘 뭉쳤던 우리네 친구 한두명은 그런 생각으로 우리와 다른 무용담을 화려하게 장식했던 것처럼~~


바비와 비슷한  자식을 둔 부모가 된 친구가 있다. 매일 쌈박질로 피해학생의 학부모 앞에 무릎을 꿇고  배상금을 물어주고 급기야 서울로 전학을 하게 되었으면서도 그 녀석의 일상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한다. 한가지 위안은 우리 집은 사교육비가 전혀 안들어~라며 씁쓸한 미소를 짓는 친구의 얼굴이 스쳐지나간다. 자식중 하나는 데니스와 같이 무던한 녀석이긴 해도 부모 욕심엔 성에 차지 않는다. 둘을 확 섞어버렸으면 좋을 것은 서로 상반된 자식으로 겪는 갈등을 대부분의 집에서 겪고 있다. 그 점에선 우리집도 예외는 아닌 것 같다.


기성세대의 시각으로 보면 그네들의 생각. 행동이 어두운 밤을 연상케 하는 지극히 부정적으로 보이지만 그네들의 잣대로 보면 어찌보면 낮이 밤보다 더 깜깜하고 어른들의 눈길에서 자유로워진 밤이 더 환한 낮이 아닐까란 생각도 해본다.

 

14살의 나이에 바비를 낳은 엄마,  열 네살이 된 바비, 아버지가 다른 동생 데니스..너라면 나의 상황을 이해할 수 있겠니?란 바비의 승질만 음성이 들리는 듯하다.

 

아버지란 존재는 애시당초 바비에겐 존재감이 없었던 존재, 모범생같은 동생 데니스(그러나 다른사람이 있는 상황엔 떼쟁이가 되는)가 태어나면서 관심과 사랑을 받고 싶은 욕망의 표현으로 말썽부리기를 선택한 바비의 행동은 엇나가기만 한다.

자기를 낳은 어머니의 나이가 되어버린 바비에겐 세상만사가 불만투성이는 아니었을까. 너무 일찍 세상의 단맛 쓴맛을 봐버린 애어른 바비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은 그리 녹록치만은 않아 보인다.

소설의 도입부에 이렇게 촌구석으로 도망친다고 해도 그 사람들에게서 벗어날 수 있을까란 바비의 독백이 아주 강한 복선을 깔고 있다는 호기심을 자극한다.

 

촌구석에서 탈출을 끊임없이 모색하나 실패하는 바비의 사고치기, 집주인 할머니가 묘한 여운을 남기듯 던진 요정의 이야기는 또 어떻게  전개될지 묘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이야기에 한순간에 풍덩 빠져버린다. 안타까움, 안쓰러움, 그 녀석에 대한 미움이 일순간 일다가도 동정의 시선을 거둘수 없는 묘한 존재가 펼치는 기상천외한 이야기를 통해 우리 모두가 우리 자식들에게 가해자가 되고 있는 것은 아닌가란 생각이 부지불식간 들게 한다.

 

넌 어려서 아무것도 몰라. 그러니 국으로 공부만 열심히 해라,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으면 저렇게 된다는 무언의 협박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 아이들은 알게 모르게 여러 채널을 통해 이미 어른 세계의 비밀을 알아버린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면서도 이기적인 생각을 버리라는 부모들의 말은 모순이란 것을 그네들도 알아버렸다고,

 

사고뭉치 바비의 모습은 여과장치 없이 있는 그대로 그려내어 나를 당혹케 한다. 그래도 엄마인데 그런 말을 할 수 있지. 이런 호로자식 같으니라고. 아일랜드 청소년들의 모습이 정말 그럴까.. 차를 훔치고 난폭운전, 도둑질에 마약까지~~어쩜 우리나라도 음지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으니.. 출구없는 방에 갇힌 존재가 되어버린 아이들이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일 아닐까도 싶다.

 

가정이 정상적이지 못하고 무너질때 아이에게 어떤 일이 일어나고 치명적인 상처를 주게 되는지? 다시 한번 심각하게 생각하게 만든다.

말썽꾸러기 사고뭉치 바비에게도 잘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것을 통해 희망의 메시지를 읽고 조금은 따뜻하고 훈훈해진 기분이 들어 다행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