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이 온다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한강 지음 / 창비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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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정말이지 눈물이 많은 사람이다.
그래서 어떤 내용일지 뻔히 알고 읽으려 하고 있던 <소년이 온다>를 읽게 된다면
반드시 목 놓아 꺼이 꺼이 울게 될 줄 알았다.
물론 나는 정말 눈물이 많은 사람이라..
어떤 책장들에서는 흐르는 눈물을 휴지로 꾹꾹 찍어내며 읽긴 했지만
생각보다 이 책은 그렇게까지 슬프진 않았다.
다만, 이 책을 다 읽고 나니 엄청나게 무섭고 두려워졌다. 이 세상이.  

 

그날 광주에서 있었던 일은 결코 끝이 아니다.
<소년이 온다> 에필로그에서 한강 작가님이 쓰신 말씀처럼 

 

2009년 1월 새벽, 용산에서 망루가 불타는 영상을 보다가 나도 모르게 불쑥 중얼거렸던 것을 기억한다. 저건 광주잖아. 그러니까 광주는 고립된 것, 힘으로 짓밟힌 것, 훼손된 것, 훼손되지 말았어야 했던 것의 다른 이름이었다. 피폭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 광주가 수없이 되태어나 살해되었다. 덧나고 폭발하며 피투성이로 재건되었다.

♣ 소년이 온다 - 한강 :p 207 (에필로그 중에서)

 

용산의 그날도 그러했고,
작년에야 찾아 읽게 된 공지영 작가님의 책 <의자놀이> 그 속에  쌍용자동차 사태도 그랬고, 세월호 사건도 그랬고, 또 또 또다시, 앞으로도 얼마든지, 언제든지, 이런 말도 안 되는 일들은 내가 미처 알지 못하는 어디선가, 누군가에게 계속 계속 일어나고 있으리라는 공포감 때문에 무서웠고,

 

이토록 부조리하고 위험한  세상 속을...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비겁한 내가
숨이 다하는 그날까지
질기게 질기게 살아 내야 되는구나
두려워졌다.

 

 

그래요, 양심.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게 그겁니다.
군인들이 쏘아 죽인 사람들의 시신을 리어카에 실어 앞세우고 수십만의 사람들과 함께 총구 앞에 섰던 날, 느닷없이 발견한 내 안의 깨끗한 무엇에 나는 놀랐습니다. 더이상 두렵지 않다는 느낌, 지금 죽어도 좋다는 느낌, 수십만 사람들의 피가 모여 거대한 혈관을 이룬 것 같았던 생생한 느낌을 기억합니다. 그 혈관에 흐르며 고동치는, 세상에서 가장 거대하고 숭고한 심장의 맥박을 나는 느꼈습니다. 감히 내가 그것의 일부가 되었다고 느꼈습니다.

 
♣ 소년이 온다 - 한강 :p 114 

 

아니! 사회 정의고 도덕이고 양심이고 뭐고가 중요한 게 아니라 적어도 내가 살고 봐야지, 
억울하고 허망하게 쓰러져간 그들 안의 깨끗한 무엇에 나는 너무 속이 상하고 울화통이 터졌다.
적어도 그런 건. 말이 통하는 사람들 앞에서만, 인간으로서 가져야 할 최소한의 공감 능력을 가진 자들 앞에서만 지킬 것이지. 어쩌자고 인간이기를 포기한 짐승들 앞에서까지 그렇게 올곧고 순수해야 했는지, 그들 속에 내 가족이 있었다면? 내 친구가 있었다면? 나는 정말 미쳐 돌아 죽어버렸을 것만 같아 더 더욱 속이 상하고 울화통이 터지다 못해 화가 났다. 

 
그렇게 허망하게 꺼져버리기엔 너무나 아까운 사람들.. 꽃 같은 영혼들..
부디 하늘나라에서는 아무런 걱정도 근심도 없이 평안하시기를..
 

 

네가 죽은 뒤 장례식을 치르지 못해, 내 삶이 장례식이 되었다.
네가 방수 모포에 싸여 청소차에 실려간 뒤에.
용서할 수 없는 물줄기가 번쩍이며 분수대에서 뿜어져 나온 뒤에.
어디서나 사원의 불빛이 타고 있었다.
봄에 피는 꽃들 속에, 눈송이들 속에. 날마다 찾아오는 저녁들 속에.
다 쓴 음료수 병에 네가 꽂은 양초 불꽃들이.

♣ 소년이 온다 - 한강 :p 102

 

이 책을 써주신 한강 작가님,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부디 <소년이 온다>가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고 알려져 두 번 다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부디 <소년이 온다>가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고 알려져 이 세상도 조금은 괜찮은 세상이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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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선 2015-02-06 17: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년5월에 이거 읽다가 정말 힘들었어요.. 눈물나서.

꽃핑키 2015-02-08 02:40   좋아요 0 | URL
그쵸? 저는 울 준비 단단히 하고 읽어서 그랬는지? 꺼이꺼이 펑펑펑~ 까지는 못 울었어요;;

cyrus 2015-02-06 21: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생각보다 이 소설을 읽기 전에 망설인 독자분들이 많군요. 저도 가슴 아픈 역사의 한 장면을 묘사한 활자를 눈으로 편안히 읽을 수가 없었어요.

꽃핑키 2015-02-08 02:45   좋아요 0 | URL
네, 책은 이미 구매해 놓고 못 읽고 있다고 하시는 분들 진짜! 많으셨어요;;
저도 4개월 묵혔다가 이제야 읽었지만, 다 읽고나면 늘 진작 읽을 걸 ㅠㅠ 후회되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