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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강 머리 앤 ㅣ 허밍버드 클래식 4
루시 모드 몽고메리 지음, 김서령 옮김 / 허밍버드 / 2014년 12월
평점 :
품절
어려서부터 우리 집은 가난했었고~ 남들 다하는 외식 몇 번 한 적이 없었고~ 야이 야이이야~ ♪
우리 집도 그래서 그랬나? 나는 어릴 때 기억이 거짓말처럼 진짜 몇몇 장면들 밖에는 남아 있지 않지만..
초등학교 오륙 학년 때까지? (아닌가? 이삼 학년 때까지? 암튼;;) 우리 집엔 칼라 TV가 없었다.
그래서 남들 다 칼라 TV로 보는 주근깨 빼빼 마른 빨강 머리 앤, 을
어쩌다 가끔? 우리 집 맞은편에 사는 부자집 딸 공주네 집에서 (친구 이름이 진짜 공주였다!!!)
되게 눈치 보면서, 감질나게 봤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이 기억이란 놈은 참 희한하게도 믿을 게 못돼서
어쩌면 눈치 보며 감질나게 봤던 그 만화영화가 빨간머리 앤이 아니고 파트라슈나 뭐 다른 거였을 수도 있지만..
암튼, 내 희미한 기억으로는 대충 그렇다.
그래서 나는 이날 이때까지 진짜 <빨강머리 앤>이라는 소설책을, 동화책으로든, 만화 영화로든 제대로 본 적이 없었는데..
어떻게 이런 불쌍한 저를(ㅋ) 딱!! 알아보신 천사 같은 출판사 담당자님을 만나서..
감개무량하게도 그 유명한 <빨강머리 앤>을 그것도 완전 제대로 된!!!! ㅋㅋ
김서령 작가님의 번역본으로 읽을 수 있는 호사를 누리게 되었다.
에 - 김서령 작가님으로 말씀드릴 것 같으면 ㅋㅋ
제가 참 좋아하는 - 우리에겐 일요일이 필요해 쓰신 작가님이시고,
2014/07/12 날짜에 "나는 왜? 이렇게 멋진 분을 이제야 알게 되었을까?" ㅋㅋ 라는..
책리뷰도 남긴 적이 있었는데.. ☞ http://pinky2833.blog.me/220057990851
엄마야, 김서령 작가님, 정말 멋있는 분인지는 내 진작 알았지만, 번역 일도 하시는 줄은 나도 이번에 첨앎!!
나는 무려 12월 마지막 날 즈음과 1월 1일 사이에, 이 두꺼운 빨강머리 앤을 (총 496쪽)
눈물 콧물 찍어내며 너무나 감동적으로 읽었는데.
배은망덕하게도 ㅋㅋㅋ ㅠㅠㅠㅠ 책만 닳도록 쪽쪽 빨아 읽고 책리뷰를 이제야 남깁니다. (저를 매우 쳐 주세요ㅠㅠ)
어떤 책은 읽고 난 여운이 너무 길어서 어떻게든 리뷰를 써 보려고 머리를 쥐어짜 봐도..
그러니까 (머릿속으로는 온갖 2백만 가지의 책을 읽으며 느꼈던 감동과 작은 생각 생각들이 서로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계속 빙빙 강강술래를 돌고 있는데..) 그걸 막상 글로 표현을 하려고 하면 아, 진짜 사람 미춰버리게 한 글자도 안 써지는 그런 책이 있는데.
이 빨강머리 앤이 내겐 뭐랄까? 너무 어마 무시하게 감동이어서, 이제야 겨우 마음을 추스르고 정돈을 해서 글로 옮길 수 있게 되었달까?
(아니 어쩌면 순전히 게을러서일지도;; 모르겠지만요 ㅠ)
글쎄, 어떤 사람은? 이 <빨강 머리 앤>을 보고
"아니 애들이나 볼 것 같은? 이런 책을? 어른 사람이 읽고 과연 감동을 받을 수 있을까? 말도 안 돼" 할 수도 있겠지만..
내가 읽은 <빨강 머리 앤>은 책은 아. 진짜 초.감.동.
빨강머리 앤이 참 불쌍한 아이라는 건 나도 알고 있었지만,
매슈 아저씨와 마릴라 아줌마가 (이 두 분이 부부가 아니라 오빠와 동생 사이였다는 것도 나는 첨 앎!ㅋ)
입양을 희망했던 아이는 여자아이가 아니라 남자아이였는데... 어쩌다 잘못 ㅠㅠ 오게 된 아이였다는 걸 알게 된 25쪽부터 나는 어찌나 마음이 짠하던지 ㅠㅠㅠㅠ 아, 이 불쌍한 아이를 어쩌면 좋을까? 완전 맘 졸이며 한 페이지 한 페이지를 넘기는데,
그런 것도 천지 모르고, 우리의 빨강 머리 앤은
가방을 들어 준다는 매슈 아저씨에게 신이 나서 이렇게 재잘재잘 노래를 부르는데..
그가 쑥스러운 듯 말했다.
"늦어서 미안하구나. 가자. 마당에 말이 있단다. 가방을 줄래?"
아이는 신이 나서 대답했다.
"아녜요, 제가 들 수 있어요. 안 무거워요. 소중한 물건들이 여기 몽땅 들었는데도 하나도 안 무거운 거 있죠. 게다가 딱 정해진 방법대로 들지 않으면 손잡이가 빠져 버려요. 제가 요령을 아니까 제가 드는 편이 나아요. 이건 진짜 진짜 오래된 가방이거든요. 벚나무 위에서 자는 것도 괜찮았겠지만, 그래도 와 주셔서 정말 기뻐요, 우리 마차를 한 참 타야 하는 거 맞죠? 스펜서 부인이 8마일쯤 될 거라고 하셨거든요. 저는 마차 타는 걸 정말 좋아해요. 아, 아저씨와 함께 살고 또 가족이 될 수 있다니 정말 근사해요. 전 한 번도 누구와 가족이 되어 본 적이 없거든요. 진짜 가족 말예요. 고아원은 최악이었어요. 겨우 넉 달 있었지만 그걸로 충분해요. 아저씨는 고아원에서 살아 본 적이 없어서 거기가 어떤 덴지 짐작도 못하실 거예요. 상상도 못 할 만큼 나빠요. (중략) 물론 고아원 사람들은 착했어요. 하지만 고아원에서는요, 상상할 거리가 정말 없어요. 그냥 딱 고아들뿐이에요. 그래도 그 애들에 대해 상상하는 건 재밌어요.
♣ 빨강 머리 앤 - 루시 모드 몽고메리 (김서령) :p 35~36
나는 특히, 소중한 물건들이 몽땅 들어 있는 가방을 자기가 들겠다고 야물딱지게 얘기할 때부터. 또, 물론 고아원 사람들은 착했지만 고아원에서는 상상할 거리가 정말 없어서 그러니까 진짜 딱 고아들뿐이어서.. 최악이라는 빨강머리 앤의 이 사랑스러운 속사포 수다를 듣는데... 하나도 귀가 따갑지 않은 거다.
또,
매슈 아저씨의 마차를 타고 마릴라 아줌마의 집으로 가는 길에서는 또 어떻고! 가는 내 내 우리의 빨강 머리 앤은
방금 세상에 태어난 요정처럼 온 세상을!!! 어찌나 내내 감탄 또 감탄을 하며 듬뿍 즐기는지!!
지나는 길에 보이는 나무 한 그루 한 그루, 돌멩이 하나하나에 모두 다 눈을 맞추며!! ㅋㅋ 아름답다 찬사를 보내고, 감탄을 하고, 또 감탄을 하고, 아아아 그런 모습들은 또 얼마나 사랑스럽던지 하트하트!!
또, 나는 완전 제대로 앤에게 빙의가 돼서
그래!! 나도 앤처럼 온 세상을 아름답게 보는 능력을 길러야겠어!!! 불끈 결심도 했다가..
말이 나왔으니 말이지만.. 요즘처럼 각박한 세상에서도 잠깐만 마음의 여유를 갖고 하늘만 한 번 올려다봐도 새삼 구름이 얼마나 예쁜지, 햇살이 얼마나 고마운지, 하늘 색은 또 얼마나 파랗고 예쁜지? 그리고 또, 세상엔 감사할 일도 얼마나 많은지!! 이토록 추운 겨울날 따뜻한 방에 앉아서 이렇게 멋진 소설을 읽을 수 있다는 것도 너무너무 감사하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두 건강해줘서 감사하고, 맛있는 맥심 모카골드가 세상에 존재하는 것조차도 너무 고맙고, 아... 이런 식으로 나가다간 또 책리뷰가 삼천포로 빠지겠다.
정신줄 다시 붙잡고!!
아 암튼 ㅠㅠㅠㅠㅠ 이 감격의 빨강 머리 앤은.
나의 이런 저급한 문장으로는 도저히 발톱에 때만큼도 표현할 수가 없다.
마음 같아서는 밤새도록 이라도 <빨강 머리 앤> 예찬을 쏟아 낼 수 있을 것 같았는데 ㅠ
이런 형편없는 ㅋㅋㅋ 리뷰가 너무 길어지는 것도 읽는 분들께 민폐인 것 같고;; ㅋㅋㅋ
어떻게? 이 수다쟁이 꼬마 아가씨가 ㅋㅋㅋㅋ 무뚝뚝하기 그지없는 상여자!! 마릴라 아주머니의 마음을 사로잡게 되는지?
진짜 어떻게!! 앤이 보고 있는 바로 앞에서 "어머나, 예뻐서 데려온 건 아니네요, 정말, 정말이지 그러네요. 엄청나게 야위고 못생긴 아이네요, 마릴라. 이리 와 볼래? 좀 보자. 세상에나. 무슨 주근깨가 이렇게 많니? 머리는 또 뭐가 이렇게나 빨개. 홍당무 같잖아! 얘, 이리 와 보라니까."-117쪽 라고 말하는 몰상식하고 못생긴!!!!! 무계념 레이첼 아줌마를 견뎌내는지? 궁금하지 않나요????
아, 참고로 친애하는 우리 마릴라 여사님께서는
우연히 듣게 된 "가여워라, 어쩜 저렇게나 까맣고 못생겼을까."
그 상처를 지우는 데만 50년이 걸렸다고 하십니다 ㅠㅠㅠㅠ
아 진짜 (ㅠㅠㅠㅠ) 왜 저런 안하무인들은 바퀴벌레처럼 사라지지도 않고 세상 곳곳에 널리 널리도 퍼져 있는 걸까요?
그래도 우리에겐
"마릴라, 아직 실수를 한 개도 저지르지 않은 내일이 남았다는 건 멋진 일인 거죠?" -294쪽
라며 햇살처럼 우리를 환하게 밝혀주는 <빨강 머리 앤>이 있으니까 정말 너무너무 다행인 거~죠!!
빨강 머리 앤 ㅣ 루시 모드 몽고메리 (김서령) ㅣ 허밍버드 ㅣ 총 496쪽 ㅣ 소설>서양현대고전
별점 ★★★★★ 꽃핑키 초대박 추천책!!
리뷰 요약 : 빨강 머리 앤을 읽고 나면 온 세상이 아름다워 보임. 애들이나 보는 만화라고 무시해서 미안. 내 생애 최고의 서양 현대 고전 소설! 2015년엔 빨강 머리 앤과 함께 잃어버린 동심 찾기 캠페인이라도 벌이고 싶다!
끝으로! 소장가치 200% 허밍 버드 클래식 컬렉션 인증샷을 뙇!!!
책 실물이 하나 같이 정말 정말 예뻐서, 택배 상자에서 얘네들 꺼낼 때 얼마나 행복했는지!!!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나는 완전 하트 눈이 되어서 아름다운 신상 명품 백 바라 보는 심정으로 애기들아~ 하며 쓰담쓰담 했다.
진짜 내가 돈만 많으면 ㅠㅠ 사랑하는 지인분들께 한 세트씩 다 사드리고 싶음.
참고로 2013/12/25에 썼던 어린왕자 책리뷰는 여기에 ☞ http://pinky2833.blog.me/2011932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