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나게 시니컬한 캄피 씨
페데리코 두케스네 지음 / 이덴슬리벨 / 2010년 7월
평점 :
절판


 

세상 부러울게 없을것만 같은 변.호.사! 그들의 일상도 우리와 별 다를게 없구나.. 위로가 되었다. 솔직히 이 책은 순전히 깔끔한 표지 디자인에 끌렸다. 제목은 좀 유치한 감이 있지만;; 글씨체가 너무 귀엽지 않은가! "발간 즉시 이탈리아 전역이 낄낄댄, 엉뚱하고 유치하지만 밉지 않은 변호사 캄피씨의 일상 대공개!"라는 타이틀도 호기심을 자극하고.. 뭔데? 나도 같이 낄낄거리고 싶잖아요. 뒹굴뒹굴 침대에 널브러져 부담없이 읽기 딱 좋은 책 같아서 돌돌돌 돌아가는 선풍기 바람을 맞으며 팔랑 팔랑 책장을 넘겨 나갔다. 놀라운게, 이 책은 무작정 코믹 소설이 아니라 진짜 현직 변호사가 들려주는 진짜 변호사 이야기!라는거, 변호사가 이렇게 귀여운 직업이었다니 오~ 안드레아 캄피씨. 죄송하지만 너무 웃겨요 ㅋㅋ


잠깐 출판사 책소개 -
익명의 변호사가 자신의 블로그에 소설 형식으로 일상을 공개하면서 화제가 된 캄피 씨의 이야기는 블로그 입소문이 낳은 이탈리아 화제의 소설이다. 2007년 4월 ‘불법 법률 사무소’라는 자신의 블로그(http://studioillegale.splinder.com)를 통해 야근과 블랙베리, 계약서 등 기업 변호사의 일상과 밀접한 소재와 사건들에 대한 이야기를 올렸는데, 글을 연재하고 얼마 되지 않아 연일 수백만 명의 블로거들이 그의 블로그를 방문하게 된 것이다. 특히 1,500명의 변호사들이 마치 숭배의 장소처럼 이곳을 매일 찾았으며, 이 이야기는 결국 소설로 발간돼 더욱 주목을 받았다.


주인공 안드레아 캄피는 서른 살의 잘나가는 로펌 변호사다. 눈에 띄지 않는 평범한 외모에. 무뚝뚝한 성격. 사교성이 부족해 빈 말이라고는 전혀 할 줄 모르고, 허구한 날 일 때문에 바쁘기만 하고 자상하지도 않아 여자 친구한테는 진작에 차 였다. 한 사무실을 쓰고 있는 동료 니콜라는 툭 하면 양쪽 콧구멍에 연필을 끼우고 있고. 캄피가 근무하는 로펌의 사장인 주세페씨는 툭하면 그들의 사무실로 불쑥 쳐 들어와 공포분위기를 조성한다. 코 파다가 코피를 줄줄 쏟는 니콜라를 보고도 아무런 표정 변화 없이 휴지를 던져 주는 캄피도 재밌지만.. 미친 사자 같이 날뛰는 주세페씨가 나는 어찌나 웃기는지.. 주세페씨만 나오면 나도 모르게 실실 웃다가 "안드레아, 자넨 항상 잔이 반밖에 안 찼다고 생각하지만, 인생이란 건 잔에 물이 얼마나 있는지는 따지지 말고 그냥 그걸 마시면서 살아야 하는 거야." 이런 대사를 읊을땐 그 포스에 나까지 빠짝 긴장되기도 하고..;;


막연하게 변호사들은 "직업이 뭐예요?" 라는 질문을 받으면 얼마나 뿌듯할까? 싶었는데.. 캄피의 이야기를 읽다 보니 전혀 그렇지도 않은것이다..;; "직업이 뭐예요? 이런 질문을 받을 때면 난 이렇게 대답한다. "기업 변호사예요." 그리고는 사람들의 반응을 유심히 살펴본다. 기자들 중에는 이런 대답을 건방지다고 생각해 인상을 찌푸리는 사람도 있다. 그냥 변호사라고 하면 되지 웬 기업 변호사? 하지만 대부분은 서서히 눈동자가 커지면서 내게 조금씩 가까이 다가온다. 겉보기에는 보통 사람과 별로 다를 것 없는데 기업 변호사라니까 좀 더 자세히 살펴보려는 것이다. 그리고 손에 잔뜩 힘을 주어 악수를 하고는 왠지 꺼림직한 표정으로 뒷걸음질을 친다.......(중략) 한때는 '기업'이라는 수식어를 떼고 그냥 변호사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그러면 어김없이 뚜렷한 요점도 없이 대화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결국 짜증이 머리끝까지 치밀어 견딜 수 없게 된다. "저희 삼촌이 10년 동안 비워둔 창고가 하나 있으신데, 문제가 좀 생겨서...." "음 제 전 마누라가...." "제가 사고를 냈는데....." -p37


정말.. 그러고보니 변호삽니다! 라는 대답과 동시에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질 온갖 질문을 감당하는 것도 진짜 골치 아플것 같고, 책을 읽어 나갈수록 변호사도... 가끔은 즐겁고. 잠시 뿌듯하기도 하지만. 평소엔 찌질하고. 늘 외롭고. 항상 피곤한 직장인이구나. 똑같은 사람이구나.. 얄미운 동료를 골탕먹이려고 쭈그려 앉아 의자 나사를 몰래 풀고 있지를 않나.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지 회의감도 느끼고, 욱!하는 마음에 사표도 던지고!


이 책을 덮을 즈음엔 어쩐지 거창하고 대단하고 높고 멀게만 느껴졌던 변호사라는 직업이 친근하게 느껴졌다. 오늘도 계약서 조항들과 씨름 하느라 고생하고 있을 캄피씨의 어깨를 나는 좀 두드려 주고 싶었고. 진심으로 에밀리와 잘 되길.. 혹 잘 되지 않더라도 꼭, 좋은 여자 친구 만나서 올 크리스마스는 혼자 쓸쓸하지 않기를..;;


"인생은 여러 음색이 뒤섞인 감정과 흥분의 도가니야. 이리로 왔다 저리로 갔다 하는 거지." -32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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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집 2010-07-27 2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말 되네요. 왜 기업변호사라고 자기 소개를 먼저 하는지.
저는 이탈리아 남자들을 연상할 때면 수다쟁이고 가벼운..그런 인상을 가지고 있는데 영화에서 대체로 그런 이미지여서. 이 남자는 좀 다르네요^^

진짜 사표 내셨어요?

꽃핑키 2010-07-31 03:21   좋아요 0 | URL
앗! 기억님!!! 넘넘 오랫만이예요~!! 그동안 잘지내셨죠? ㅋㅋㅋ ^_^
하하 이탈리아 남자들은 수다쟁이?ㅋ 저에게 이탈리아는 너무 생소해서 잘은 모르겠지만.. ㅋㅋ
기억님 말씀들으니까 그럴듯한데요? ㅋㅋ 큭큭.. ㅋㅋ

ㅎㅎㅎ 네? 캄피씨 말고? 제 소식 물으시는거죠??
네! 저 진짜 사표냈어요 ㅋㅋㅋ 백수된지 한달됐어요ㅋ 근데 저는 어떻게 백수가 되니 이것저것 더 바쁘네요 ㅎㅎ ;;

기억님은 어떻게? 운전면허 시험은 잘 보셨어요? (계속 궁금했어요 ㅋㅋ)

다락방 2010-08-16 19: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탈리아 전역이 낄낄댔다니. 저도 보관함에 넣었어요. 우울한 날 읽어야겠어요.
:)

꽃핑키 2010-08-16 23:44   좋아요 0 | URL
오우! 다락방님 ^_^ㅋ 저는 잘 웃는 편이라 ㅋㅋㅋ 혼자 낄낄 거리며 재밌게 봤는데.. 락방님은 어떻게 읽으실지 모르겠네요 ㅋㅋㅋ 우웅 ㅠ 그래도 다락방님 우울하지 마세요!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