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올해의 책.

일단 황정은, 애나 번스, 토니 모리슨, 아니 에르노가 다섯 손가락 안!
그 중에서 다시 꼽는다면 밀크맨과 디디의 우산.

오늘 내일 한권더 꼽을 만한 책을 읽을 가능성은 거의 없으니, 독서 목록을 되짚어 보았다.

올해 읽은 순서대로

- 오르부아르 - 피에르 르메르트
-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 오스카 와일드
- 모두 다른 아버지 - 이주란
- 디디의 우산 - 황정은
- 그 남자네 집 - 박완서
-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 - 김영민
- 그리고 죽음 - 짐 크레이스
- 소년이로 - 편혜영
- 경애의 마음 - 김금희
- 허랜드 - 샬롯 퍼킨스 길먼
- 잊기 좋은 이름 - 김애란
- 프랑켄슈타인 - 메리 셸리(아마 네번째쯤 재독)
- 다시 오지 않는 것들 - 최영미
- 아무튼, 술 - 김혼비
- 섬에 있는 서점 - 개브리얼 제빈
- 올드 스쿨 - 토바이어스 울프
- 죽음의 자서전 - 김혜순
- 빌러비드 - 토니 모리슨
- 사과 얼마예요 - 조정인
- 믿을수 없는 강간이야기 - t. 크리스천 밀러, 켄 암스트롱
- 2019 김승옥 문학상 수상작품집
- 밀크맨 - 애나 번스
- 벌새 - 김보라
- 뱀이 깨어나는 마을 - 샤론 볼턴
- 악몽을 파는 가게1 - 스티븐 킹
- 징구 - 이디스 워튼
- 유령여단 - 존 스칼지
- 사건 - 아니 에르노
- 어떤 사랑도 기록하지 말기를 - 이영주

총 29권, 올해 읽은 책이 224권인데..... 이 정도면 타율이 좋은건가 싶기도.. 8권을 제외하고는 모두 여성작가의 책인 것도... 좀 놀랍다. 아마 의식적으로도 여성작가의 책을 더 많이 읽었기 때문이지 않나 생각.

어쨌든 정말 강력 추천은 위의 네권이다.
내년에도 즐겁게 책을 읽을 수 있길.:)

2019. 12.30.


댓글(6) 먼댓글(0) 좋아요(16)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레삭매냐 2019-12-30 2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빌러비드 읽어야 하는데
계속 미루고만 있네요.

경자년에는 꼭 읽어 보겠습니다.

hellas 2019-12-31 00:52   좋아요 0 | URL
고통의 독서였어요. ;ㅅ;

syo 2019-12-31 08: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ellas님의 리스트를 보고 나니까 올 한해도 참 질적으로 부족한 독서를 하였구나 싶네요-_ㅜ
한해 마무리 잘 하소서....

hellas 2019-12-31 08:39   좋아요 0 | URL
선구안이 더 밝아지면 좋겠다 생각했어요 저는:) 한 해 마무리로 지금도 책 읽고 있습니다. 즐거운 2019마지막날 보내세요:)

비연 2019-12-31 08: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밀크맨> 읽어야겠다 하고 있는데 hellas님 페이퍼 보고 다시한번 자극.

hellas 2019-12-31 08:43   좋아요 1 | URL
아 밀크맨 꼭 읽으세요. 저는 너무 좋았어서;);)
 
와일드 시드
옥타비아 버틀러 지음, 조호근 옮김 / 비채 / 2019년 8월
평점 :
품절


patternist 도안가 시리즈 5권 중 4번째 작품, 작품 시간상으론 첫번째 작품이라고 한다. 4권을 더 읽어야 한다는 뜻이고.

도로가 찾아낸 야생종 아냥우의 심중은 다 헤아리기가 어렵다. 네 손으로 묻지 않아도 되는 아이를 주겠다고 제안을 가장한 협박을 하는 남자를 따라 떠나는 아냥우가 아마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
지배하고 강제하는 역할일 수 밖에 없는 도로의 삶은 오히려 이해한다는 측면에선 수월하달까. 강제하는 역할마저 포기하면 내가 뭘 할 수 있겠냐고(490) 반문하는 지점이 특히 그렇다.

- 평론가들은 <와일드 시드>에서 두 사람이 도달한 관계를 다양한 방식으로 해석한다. 관점에 따라, 두 사람의 관계는 ‘가장 평등하고 자유로운 예속‘이자 ‘피학과 가학이 어우러진 로맨스‘로 간주할 수도 있다. 또는 ‘남성의 성적 학대의 지나치게 관대한 해석‘이나, ‘억압자인 남성의 인지구조를 해방하기 위한 일종의 치료법‘을 묘사한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어떤 관점을 취하든, 아냥우가 내린 결론이 생존과 이해를 근본으로 삼는다는 점은 변하지 않는다. 설령 그것이 공생이라는 이름의 새로운 예속으로 이어질지라도. - 해설 중

이 해설에 큰 반론이 없어 옮긴다.

옥타비아 버틀러의 상상력, 젠더와 인종에서 전복되는 이미지가 주는 신선함을 생각해보면, 그간 세계문학이라는 것이 얼마나 백인 남성의 서사에 치우쳐있고, 그에 익숙해져 있었는지 새삼 느끼게 된다.

아 그리고 작품 소개가 권두에 있는것은 참 별로다.
읽게 되면 온전히 나의 감상으로 가져가는데 일차적인 방해물이 되고, 그냥 넘어가면 괜히 습관에 발이 걸리니 뒤쪽이 적절한 위치가 아닌지. 나만 그렇게 생각하나?

2019. oct.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5)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호텔 창문 - 2019 제13회 김유정문학상 수상작품집
편혜영 외 지음 / 은행나무 / 2019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019년 역시 여성작가의 활약이 눈부시다.
어떻게, 어느 순간부터 이런 분위기가 된거지? 싶을 정도로.
그래서 너무 좋고, 반갑고, 즐겁다.

편혜영, 김금희, 김사과, 김혜진, 이주란, 조남주, 최은미 모두 좋아하는 작가라서 더욱.

호텔 창문에서는 죄의식에 대해, 호의를 가진 대접을 받지 못하는 남은 사람의 불편함에 대해, 그 모호하고 묘한 지점의 이야기다. 최근 이야기에 등장하는 것과 비슷한 모텔 방화를 뉴스에서 스쳐본적이 있는데, 그저 뉴스의 한 꼭지로 전달되는 그 순간 그 뒤의 이야기, 그 앞의 이야기 들이 자연스럽게 상상되는 효과를 주기도 한 단편.

- 아버지의 노동은 전적으로 자식들을 키우는데 쓰였다. 나는 부모의 고된 노동으로 자랐고, 작아졌으며, 웃고, 읽고, 침묵했고, 쓰기 시작했다. 아버지는 성실하고 묵묵한 노동의 방식과 습성을 내게 기꺼이 물려주었다. 그것이 작가로서 내가 가진 거의 전부이다. - 편혜영, 수상소감 중

- 언젠가 퇴근하면서 그런 지적하는 것 안 어려우세요? 저는 더구나 막내라 참게 되는데, 하자 리애씨는 참으면 안 되죠, 라고 했다. 참으면 미워하게 돼, 그러기 전에 말을 하는 거예요. - 43, 기괴의 탄생, 김금희

- 나는 평소에는 크게 관심도 없는 사랑의 면면을 왜 이 여름 이렇게 고심해야 하나 생각했다. 리애씨도 선생님도 모두 나보다는 근 십수년은 위인 여자들, 그러니까 더 늙고 경험있는 연륜있고 스펙있는 여자들인데 인생의 중요한 마디마다 여전한 의문을 풀지 못한 채 살고 있는 듯 했다. 어쩌면 신화에서 인간이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을 때 다 날아가고 남은 건 희망이 아니라 의문이 아니었을까. - 62, 기괴의 탄생, 김금희

2019. Dec.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폭풍 ㅣ 프로젝트 메이지 Project Meiji
케이트 쇼팽 지음, 제이미 킴 옮김 / 새벽고양이 / 2019년 10월
평점 :
품절


케이트 쇼팽이라고 해서 자세히 살피지도 않고 무조건 샀는데, 정말정말 초초단편.

폭풍이 몰아치는 순간, 모든 긴장과 반목이 해소되는 일탈의 이야기. 블랙코미디.

- 그렇게 폭풍은 지나갔고 그들 모두는 행복했다. - 13

2019. Nov.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여자짐승아시아하기 ㅣ 문지 에크리
김혜순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9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한마디로 ˝통렬하다˝

- 우리가 제일 모르는 것, 우리가 아시아인이라는 것.
우리가 제일 모르는 것, 우리가 짐승이라는 것.
우리가 제일 모르는 것, 우리가 끝끝내 여자라는 것.

- 나와 그 장소 사이의 어떤 지점에 차이 없이 분별없이 뒤섞여 있는 나의 ‘여자짐승아시아‘라는 비가시적인, 그러나 일의적으로 말할 수 없는 사막의 모래처럼 일어서고, 무너지는 ‘몸의 세계‘가 있었다. - 13

- 나는 날마다 다른 정체성의 여자로 태어나고 싶다. 나는 텍스트 속에서 오늘은 소녀였으나 내일은 할머니로, 다시 할머니소녀로 태어나고 싶다. 오늘은 연어였으나 내일은 사냥하는 곰으로 태어나고 싶다. 나는 색으로, 무늬로, 이미지로, 어떤 작은 기미로 다시 태어나고 싶다. 나는 한 여자가 아니라 여러 여자, 여기 있는 여자가 아니라 여기, 저기 있는 여자, 나 때문에 여기가 여기없는 저기가 되는 여자가 되고 싶다. - 16

- 나는 내 열병을 문병가기로 한다. 땡볕에 구린내 지린내 칠갑한 낙타를 보러가기로 한다. 날마다 잠자고 일어나 문밖을 나설 때마다 내 이생의 시간을 짊어지고 사막을 걸어가는 낙타 한 마리를 떠올렸다. 어찌나 많이 떠올렸던지 이제 내 낙타는 늙고 나도 늙었다. 날마다 무거워지는 내 전 생애의 시간을 짊어지고 사막을 홀로 걸어가느라 이제 고통과 짐에 절어버린 내 낙타. 나는 아무래도 낙타를 보고 와야겠다, 그렇게 생각했다. -164

- <소녀의 붉은 뺨>
비가 오면 층층이 3천 개의 거울이 넘쳤다.
벼가 익는 거울.
쌀이 쏟아지는 거울.
그 거울 꼭대기에 집 한 채 섬처럼 떠 있었다.
그 집에서 도시 총각에 홀린 손녀가 병이 났다.
할머니는 계란 두 개를 상에 올려놓고 염불을 외웠다.
아픈 손녀를 위해 노래를 불렀다.
너는 물고기가 아니란다.
너는 아빠 엄마의 딸이란다.
소녀가 3천개의 거울 사이를 뛰어다니며 노래를 불렀다.
도시로 보내줘요, 날 좋아줘요.
거울님, 거울님, 날 놓아줘요.
밑에서 쳐다보면 소녀가 하늘에 빠진 것처럼 보였다.
소녀가 자라 드디어 시집가는 날.
할머니는 누구에게 시집가는지 말해주지 않았다.
머리에 옷을 덮은 그녀가 울었다. 소리높여 울었다.
끌려가는 짐승처럼.
소녀는 남편의 남동생들과 다 결혼해야 한다고 했다.
결혼식 다음 날 남편은 돈 벌러 도시로 떠나고,
그녀는 겨울 지나 남편의 둘째 동생과 또다시 결혼해야 한단다.
어두운 방에서, 남편 형제들의 번들거리는 눈빛을 받으며
그녀가 그보다 더 번들거리는 버터차를 만들고 있었다.

- 독재정권 아래서 살아보지 않은 자는 모른다. 퇴폐, 슬픔, 분노, 타락을 어떤 예술 작품 형태로도 표출하지 말라는 권력자의 주문이 여성 억압과 한통속이라는 사실을. 그들은 먼저 여성을 억압하고, 다음 소위 여성적이라고 규정된 것들을 억압한다. - 244

2019. Nov.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