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모든 거짓말 오늘의 젊은 작가 11
전석순 지음 / 민음사 / 2016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거짓으로 점철된 관계라는 점이 이상스럽게 짜증을 유발한다.
나한테 뻥치는 것도 아닌데. 구라라고 처음부터 알려줬는데도.

- 거짓말은 하는 게 아니라 치는 거라고 알려 준 건 아버지였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친다는 건 그다지 좋은 의미가 아니었다. 이를테면 뺑소니를 친다거나 사기를 친다거나. 그러니까 거짓말을 친다는 건 두루두루 나쁜 짓이었다. 사람을 친다는 의미로 봐도 뒤로 치고 들어간다는 의미로 봐도 달라지지 않았다. - 9

- 거짓말과 진실의 공통점 중 하나는 영원하지 않다는 점이다. 둘은 언제고 돌변해서 입장을 바꾼다. 어제까지만 해도 거짓이었던 게 순식간에 진실이 되기도 한다. 그러니 하나를 선택하는 것에 대단한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 영원한 척 굴다가 누가 언제쯤 다른 가면을 쓸지는 아무도 모른다. - 23

- 예전엔 거짓말이면 누구든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아무도 될 수 없다는 뜻인지도 몰랐다. - 165

2023. mar.

#거의모든거짓말 #전석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 고양이의 이름은 길다
이주혜 지음 / 창비 / 2022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리얼리티가 가득한 단편들.

요즘 많은 글들이 그렇듯, 잔잔하고, 갑갑한 마음이 드러나는.

- 자매는 내내 겨울을 살다 갑자기 봄의 한가운데로 내쳐진 것 같은 당혹감을 느꼈다. 이렇게 화사해도 좋은가 싶게 꽃들이 낭자했다. 검고 무거운 옷을 입고 꽃 그늘 아래 앉은 자신들이 번지수를 잘못 찾아온 소포 같았다. 그래도 봄이 좋긴 좋구나. 이 와중에도 꽃을 보니 웃음이 나오잖아. 첫째가 말했다. - 오늘의 할 일, 9

- 다시는 태어나지 마요. 그게 아버지에게 해줄 수 있는 가장 큰 사랑의 말이었다. 노스님이 준비해준 아버지의 종이옷을 태우면서, 봄의 대기로 하얀 재를 풀풀 날리면서 그녀는 오늘 자신의 유년을 영영 떠나보냈다. 더불어 어느 추운 겨울날 눈이 얼음장으로 꽁꽁 얼어붙은 골목길에 어린양 한마리를 놔두고 혼자 도망쳐버린 기억도 영영 하늘로 날려버렸다. 아버지, 내 죄까지 가져가고 다시는 태어나지 마요. - 오늘의 할 일, 29

- 수라 언니의 말 가운데 내 관심을 끈 대목은 미애와 달랐고, 그 말은 그후로도 꽤 오랫동안 수라 언니에 대한 내 인상을 좌우했다. 나는 우리 딸이 크게 불행하지 않게만 살았으면 좋겠어. 저 사람은 어떤 큰 불행을 겪었기에 저런 소원을 갖게 되었을까? 그러나 이 고립의 밤에 혼자 소파에 누워 그날의 대화를 찬찬히 되짚어보니 언니가 방점을 찍은 단어는 다른 쪽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크게 불행하지 않게만’ 살았으면 하고 바란 게 아니라 크게 불행하지 않게만 ’살았으면‘하고 바랐던 게 아닐까 하고. - 우리가 파주에 가면 꼭 날이 흐리지, 114

2022. sep.

#그고양이의이름은길다 #이주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박찬욱의 오마주
박찬욱 지음 / 마음산책 / 2005년 12월
평점 :
품절


생각보다 보지 못한 영화가 많아서 지인에게 이야기 했더니, 그 책의 영화 리스트를 대부분 보는 게 더 이상한거 아니냐는 답을 들었다. ㅋㅋㅋ
그만큼 마이너한 감성이라는 얘기일까 싶었다. ㅋ

편당 그리 길지 않은 리뷰와 감상으로 재밌게 금방 읽을 수 있다.

‘내 인생의 영화들’ 목록은 아님을 밝히고 있으며, 좋은 면을 보려 노력한 글이라 점을 감독이 밝힌 만큼, 보지 않은 영화가 많은건 당연한 일인지도.

- 사람들은 크쥐시토프 키에슬로프스키가 영화의 윤리학자라고 말하지만, 그렇다고 무슨 훈계나 일삼는 고리타분한 도덕주의자라고 생각한다면 곤란하다. 내 생각에는 세상에 윤리적이지 않은 영화란 없는데, 그건 <투캅스>나 <13일의 금요일>조차 그렇다. 다만 문제는 그것이 전면에 드러나 있느냐 아니냐의 차이일 뿐이다. 대개의 상업 영화들은 자기가 윤리 문제와 상관없는 척하려고 노력한다. 그것은 상업영화로서는 결격 사유 중 하나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대중은 윤리에 관계된 훈시를 몹시도 원한다. 어떤 교훈도 얻을 수 없는 영화는 어떤 재미도 주지 못하는 영화일 것이다. - 36

2023. feb.

#박찬욱의오마주 #박찬욱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라진 소방차 마르틴 베크 시리즈 5
마이 셰발.페르 발뢰 지음, 김명남 옮김 / 엘릭시르 / 2018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추천사를 남긴 추리소설가 레이프 페르손이 ‘내가 썼으면 정말 좋았겠다’싶은 소설로 언급할 만큼, 흥미로운 사회학적 범죄소설.

요즘 시대에 비해서라면 뭐든 느리기 일쑤인 과거의 스웨덴이지만, 그런 느림 속에도 쫄깃한 추리가 돋보인다.
범죄 수사 중에도 휴무일은 꼬박 쉬고, 장기 휴가도 잊지 않고 챙기는 경찰 공무원. ㅋㅋㅋㅋㅋ



- 좋은 경찰은 널렸어. 멍청한 인간이지만 좋은 경찰인 사람들. 융통성 없고, 편협하고, 거칠고, 자기만족적인 타입이지만 모두 좋은 경찰들이지. 좋은 인간이면서 경찰인 사람들이 조금만 더 많다면 좋을 텐데. - 21


2022. aug.

#사라진소방차 #마이셰발 #페르발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인 양 문학동네 시인선 182
심언주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조용조용 흘러가듯 읽히는 한권.

- 염치에서 서울까지
나였던 나를
내가 아니었을 나를
도무지 알 수 없는 나를
나와 함께
때로는 너와 함께
밀고 가는 중이다. - 시인의 말

- 지워지지 않는 낙서처럼
자리를 뜨지 않아
부끄러울 때가 있습니다 - 선두를 존중합니다 중

- 거스를 수 없다면
흘러가는 수밖에 - 동호대교 중

2023. feb.

#처음인양 #심언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