팍팍한 현실이지만, 연재와 콜리를 주변에서 보듬어 바라봐주는 꼴값떠는(공감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길 바라게 되는 따뜻한 이야기. - 모든 휴머노이드가 너 같지는 않을텐데. 저는 실수로 만들어진 거라고 연재가 말했어요. 저를 결정하는 제 안의 칩 하나가 다른 휴머노이드와 다르다고 했어요. ......연재는 실수가 기회와 같은 말이래요. - 2862021. Jun.
진중하게 사유할 거리가 넘치게 담겨있다. 좋은 글이고 정말 널리 읽혔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현실에서 이런 장르의 책이 그렇지 못한 게 너무 아쉬운 일이다. 여러 번 읽어 볼 만한 흔치 않은 책. - 사람은 선호하는 것이 생기면 공정해 질 수 없다. 예술은 미묘한 느낌과 예민한 순간들에 의존하기 때문에 편파적이지 않는 의견은 가치가 없다. 유감스럽게도 예술은 보고 듣는 이에게 ‘신선한 광기‘를 선사한다. 아름다움을 숭배하는데 제정신인 것은 하나도 없다. - 오스카와일드- ˝편파적이지 않은 가치는 의미가 없다.˝ 사실 이 말은 동어반복이다. 편파성 자체가 가치이고 의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편협한 책읽기‘는 편협하지 않다. 모든 책이 편협할 뿐 아니라 편협(partiality)을 기점으로 확장되기 때문이다. - 10- 왜 불안해 ‘보이는‘ 사람의 판단은 신빙성이 없다고 생각하는가. 불안이 경험의 결과라면 더욱 믿을 만한 증언이 아닐까. 불안의 사회적 지위는 낮다. 우리는 직접 경험한 본 것(seeing)보다 기존의 통념(believing)을 더 신뢰한다. - 25- 문제는 봄이다. 다시 말해 피부색과 사람의 관계는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이. 물론 인간의 몸을 이루는 어떤 부분도 인간의 범주와 관련이 없다. 차이를 만드는 것은 생물학이 아니라 권력이다. - 38- 젠더, 퀴어, 섹슈얼리티 문제가 정치학으로 간주되기 가장 어려운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자연화 때문이다. 가장 사회적인 구성물을 자연의 법칙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 세상 어디에도 자연의 법칙은 없다. 자연의 법칙이라고 간주되는 인간의 사고방식이 있을 뿐이다. 언제나 문제는 ‘무엇을 자연이라고 보는 가‘, ‘자연의 범주는 누가 정하는가‘이다. 그것이 권력이고 지식이다. - 125- 나는 페미니즘을 ‘열심히 공부 한다‘. 내가 아는 한 페미니즘은 인류가 만들어낸 그 어떤 지식보다 수월하다. 정치적, 이론적, 학문적으로 다른 어떤 언설보다 세련되고 앞서 있으며 상상력조차 뛰어넘는 참신한 문제의식과 질문을 던지는 사상 체계이다. 지식이 지속적으로 새로운 질문을 던지는 행위라면, 또 지식이 윤리적이어야 한다면, 그리고 지식이 사유 능력을 의미한다면 최소한 페미니즘을 따라올 지식은 없다. 이유는 간단하다. 페미니즘은 지난 모든 언어에 대한 의문과 개입에서 시작됐으며, 이 과정에서 저절로 기존의 지식을 조감overview 하는 능력을 지닐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기본적으로 다(多)학제적이기 때문에 지식 전반에 걸쳐 박식하고, 다른 분야와 연결되어 폭발적인 재해석과 시너지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 1462021. Jun.
세상 속의 끝을 모르는 망함의 조짐에 대해 근심하는 마음이 전해진다. 그럼에도 인류에게 희망과 믿음을 가지려는 애절한 마음. 언제나 좋은 글을 쓰는 정세랑 작가. - 제국주의적으로 출발한 박물관들이 제국주의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하고는 있지만, 구성부터가 역사와 문명의 일그러진 부분을 그대로 담고 있어 불편해질 때가 있다. 아시아의 박물관에 서양 유물이 풍부한 경우는 잘 없다. 반면 서구에선 어딜가나 아시아 유물이 풍부하다. 이런 포함과 불포함의 관계들을 생각하면 입맛이 쓸 수밖에 없다. 동양이 근대화의 정신 없는 급물살을 휩쓸려있던 시기에 서양은 상대를 끊임없이 연구했다. 모으고, 분류하고, 정리했다. 세계는 그런 식으로 만난 것이다. 한쪽이 다른 한쪽에 일방적으로 포함 당하며...... 이 마음 속의 요철에 대해서는 어떤 식으로든 계속 쓸 수 밖에 없을 듯 싶다. - 69- 21세기가 끝내 모두가 받아 마땅한 존중을 누리는 시대가 되길, 만난 적 없는 이들이 모멸 대신 안전을 얻길, 걸음걸음 마다 바란다. - 83- 가장 좋아하는 작가 중의 한 사람인 어슐러 르 귄은 ‘안다‘고 말해야 할 자리에 ‘믿는다‘는 말이 끼어드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반복해서 말했고, 이에 깊이 동의한다. 과학의 자리에 과학이 아닌 것이 들어와서는 곤란하다. - 160- 세상이 망가지는 속도가 무서워도, 고치려는 사람들 역시 쉬지 않는다는 걸 잊지 않으려 한다. 절망이 언제나 가장 쉬운 감정인 듯 싶어, 책임감있는 성인에게 어울리진 않는다고 판단했다. 작은 부분에서 시작된 변화가 확산 되는 것은 인류 역사에서 흔히 찾을 수 있는 패턴이기 때문에 시선을 멀리 던진다. 합리성과 이타성, 전환과 전복을 믿고 있다. 우리는 하던 대로 하고 살던 대로 사는 종이 아니니까. - 254 2021. Jun.
정유정 작가의 열혈팬의 자리에서 한발쯤 물러난 지는 좀 되었지만 신작은 몹시 기대했다. 그런데 그냥 기분이 그런 거 뿐이겠지만 왜 여성 살인마인가 라는 생각, 그리고 왜 아동학대인가, 왜 독살을 하는 캐릭터인가 라는 생각. 모든 사건은 개별적인 판단과 사회적 판단 모두 필요하다. 범죄자에게 여성이나 남성이라는 것은 판단에서 고려 대상이 아니어야 하지만, 여성 대상의 범죄가 훨씬 많은 현실과 여성 범죄에 과하게 지워진 사회적 형량에 대해 생각이 많을 때 말이다. 사건에 개요는 어쩔 수 없이 고유정 사건을 떠올리게 된다. 정말 글쎄다 싶은 소재를 아니 캐릭터를 택했다는 개인적인 평을 할 수밖에...- 엄마는 규칙을 정하는 사람이었다. 규칙을 어기면 벌을 주는 사람이기도 했다. 엄마에겐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았다. 용서를 빈다고 용서 해 준 적도 없었다. 지유는 가차없이 벌을 받아야 했다. 고아가 되는 벌이었다. - 31 2021. Jun. #완전한행복 #정유정
이미 읽은 책이지만 민음사 전집 판형으로 소장하기가 이미 수월한 책장 컨디션이라서 다시 사 읽었다. 인생의 허망함이 정서인 이야기가 뭐 딱히 감명깊다 이런 것보다는 이디스 워튼이라는 작가의 작품들에 대한 관심이라고 할수 있겠다. 이미 죽은자처럼 보이고, 자신의 터전에 어떤 희망도 즐거움도 없는 자. 이선 프롬은 자신의 욕망과 어리석음, 성급함, 윤리와 도의적 책임과 의무로 떠날 수도 없는 자이고, 지나에게 빚진 젊은 시절, 청년기의 희망이었던 꿈의 좌절로 영혼없는 생을 사는 사람이다. 그렇다고는 하지만 익숙하고 소중한 것들에 대해 오만했고, 물려 받은 선조의 이름이 걸었는지 모를 주술 탓도 있을테지만... 그야말로 피해자인양 하는 점은 꼴사납다. 매티 그 사랑스러운 매티 , 결국은 이선 프롬을 옭아매는 사슬이 되어 버리는 매티까지...정말이지 우유부단하고 우매한 남자 하나로 비롯된 두 여성의 불행 이야기. 2021. J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