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인 양 문학동네 시인선 182
심언주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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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조용 흘러가듯 읽히는 한권.

- 염치에서 서울까지
나였던 나를
내가 아니었을 나를
도무지 알 수 없는 나를
나와 함께
때로는 너와 함께
밀고 가는 중이다. - 시인의 말

- 지워지지 않는 낙서처럼
자리를 뜨지 않아
부끄러울 때가 있습니다 - 선두를 존중합니다 중

- 거스를 수 없다면
흘러가는 수밖에 - 동호대교 중

2023. feb.

#처음인양 #심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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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운 마음의 소유자들 민음의 시 173
유형진 지음 / 민음사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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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운 마음으로 읽기만 해선 안될 시들.

조금 마음이 묵직해지는 시들.

몇 번 되새김질 할 시들.

- 유치하고 지긋지긋한 것들은 절대로 변하지 않고 계속 피할 수 없는 물음표만 들고선 원치 않는 생을 따라 없던 미로를 만들어 헤맨다. - 봄밤- 썩어 가는 목련 꽃잎의 경우 중

- 당신을 생각하면 이제 영, 이에요
여기도 저기도 속하지 못하고 부유하다
아무도 못 본 척할 때 바닥으로 떨어지는 눈꽃송이처럼
가볍고 거칠 것이 없고 이내 녹아 축축해져 버리는 당신 - 겨울밤은 투명하고 어떠한 물음표 문장도 없죠- 이중국적자의 경우 중

- 내가 네가 되면 안 되는 세계에 살아서 우린 이 지경이 되었어 - 뭉게구름은 침묵을 연주하고 중

- 우리에겐 새벽도 없고 아침도 없고 낮도 없고 밤도 없다고. 그러니 살 일도 죽을 일도 없다고. - 심장-세차장의 뱀파이어들 중

- 당신은 어디에 계십니까?
짓밟힌 꽃잎들이 정갈한 꽃봉오리가 될 때까지
바다가 산이 되고 그 산이 다시 바다가 될 때까지
나의 안녕을, 기다리겠습니다. - 가벼운 마음의 소유자들-어지러운 몇 개의 안부 중

2023. feb.

#가벼운마음의소유자들 #유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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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교에게 죽음이 오다 열린책들 세계문학 145
윌라 캐더 지음, 윤명옥 옮김 / 열린책들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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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마리 라투르. 35살의 사제.
새로운 교구에 새로운 사제로 임명되어 일생을 헌신한 사람에 대한 기록.

역사적인 기록으로서의 가치.
순수하고 잔혹한 시대상의 기록.

솔직히 재미는 별로 없다. 대주교의 행적을 따라 순례하는 마음으로 읽는다면 잔잔하다고 할 법하다.

민중을 압제하는 이들은 탐욕스러운 개척자일수도, 신의 뒤에 숨어 잇속을 채우는 사제일 수도 있었던 어지러운 시절.
개척정신에 대한 윌라 캐더의 작업이 진지하고 신실하다.

- 추기경님, 만일 그곳 출신의 사제를 임명한다면 대단히 불행한 일이 일어날 겁니다. 그들은 그 지역에서 포교 일을 결코 잘 수행할 수가 없습니다. 게다가 그 교구 사제는 늙었습니다. 새로운 교구에 새로 임명되는 사제는 체력이 튼튼해야 하고, 열성으로 가득 차 있어야 하며, 무엇보다도 똑똑하고 젊은 사람이어야 합니다. 야만적이고 무지한 사람들을 다룰 수 있고, 방종한 사제들과 정책적으로 음모를 꾀하는 자들을 잘 다룰 수 있어야 합니다. 질서를 생명처럼 소중히 여기는 그런 사람이 필요하거든요. - 13

- 세상의 이런 지역에서는 우편배달이라는 것이 없었다. 두랑고에 있는 신부와 연락을 할 수 있는 가장 빠르고 확실한 방법은 직접 그를 찾아 가는 것이었다. 그래서 산타페에 도착하기 위해 거의 일 년을 여행한 라투르 신부는 몇 주 후 그곳을 떠나 홀로 말을 타고 올드멕시코로 되돌아 가는, 꼬박 3천 마일이 되는 여행을 다시 하게 된 것이었다. - 30

- 마티네즈 신부의 이런 열변을 듣고도 주교는 온화한 표정을 유지하며, 그가 여기 온 목적은 이곳 사람들의 종료를 빼앗으려는 게 아니라 이곳 교구의 사제들 몇몇이 생활방식을 바꾸지 않으면 그들의 지위를 박탈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 167

- 베르나르, 산타페로 말을 타고 나서 내 대신 대주교를 만나 봐줄 수 있겠니? 내가 그 집에 있는 내 서재로 돌아가서 잠시 쉬어도 괜찮겠느냐고 물어봐 줘. 난 산타페에서 죽고 싶어.
노인이 미소를 지었다.
얘야, 난 감기로 죽지 않아. 나는 지금까지 살아온 보람으로 죽을 거야. - 300

2023. jan.

#대주교에게죽음이오다 #윌라캐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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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의 나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42
이주란 지음 / 현대문학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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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자 유리는 어느날 불현듯 세상을 등져버려도 이상할 것 같지 않은 지치고 무감각한 캐릭터다. 그런 그가 주변인들의 느슨한 연대에 힘으로 세상에 감각을 조금씩 열어가는 이야기가 마음을 움직인다.
일생을 할머니 한분 단촐한 인연으로 조금은 애틋하게 조금은 안쓰럽게 살아오던 사람에게 그런 집요하지는 않은 말 한마디와 행동 하나가 얼마나 중요한 시대인가.

너를 처절하게 혼자인 상태가 되게 하진 않을께. 라는 마음이 전해져서 무척 좋았다.

- 모르는 사람들이 내게 괜찮다, 말해주네. - 9

-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인생이 합리적이기만 하면 재미가 없어질 것이다. 이상한 일들이 특히 기억에 남는걸 보면. - 21

- 좋은 일이다. 우리는 밀가루를 반죽해 수제비를 해 먹고 공원으로 갔다. 수많은 사람, 개, 자전거 속에 섞여 지금 이곳을 이루는 수많은 것 중 하나가 되는구나, 생각하면서 걸었다. 다가오는 것들과 부딪히지 않도록 비켜 가면서. - 33

- 언니와 골목에서 헤어진 뒤에 문득 올려다본 하늘이 너무 아름다워 가만히 서서 바라보았다. 이럴 때면 기나간 불행이 줄어드는 것 같다. - 47

- 집이 나와 같은 방향인 듯, 나는 꽤 긴 거리를 그의 뒤에서 걷고 있었다. 그가 세 번째 멈춰 섰을 때 나는 그의 시선을 따라갔다. 손톱달이었다. 그의 시선 끝에 손톱달이 떠 있었다. 달을 보려고 멈춰 서는 사람이라니 고맙습니다. 덕분에 저도 봤네요. - 75

2023. feb.

#어느날의나 #이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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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없었다고 한다 문학동네 시인선 185
장옥관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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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는 사람에 대한 진술. 그게 너무 선뜩했다.


- 손차양하고
눈앞에 펼쳐진 먼지의 길을 바라본다
아득하다
알지 못할 그곳은 아직도 멀다 - 시인의 말

- <항아리>
항아리를 들고 서 있는데 누가 말을 걸어왔다 입이 없는 사람이었다

둥근 배가 슬펐다 항아리처럼 슬픈 얼굴이었다 항아리인 줄 알았는데 네 얼굴이었다

안을 수도 없고 내려놓을 수도 없었다 웃는 듯 우는 듯 금간 얼굴에 물비린내가 슬쩍 묻어났다 (전문)

- 나는 어제보다 조금 더 늙었다
그젠 삼십 년 입은 바지를 버렸다
옷을 버리는 일은 슬프다
버리고 버림받는 일은 유정한 일이다 - 일요일이다 중

- 하루를 비스듬히 걸었다 올라가기도 내려가기도 했다 그리운 것도 아쉬울 것도 없는 강ㄹ이었다 슬픔이 우니 기쁨도 따라 울었다 감정이 안개처럼 퍼져 모든 게 모호했다 - 비스듬히 다만 비스듬히 중

- 생
그 한마디가 그저 어안이 벙벙할 뿐이다 - 어안이 벙벙하다 중

2023. feb.

#사람이없었다고한다 #장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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