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의 나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42
이주란 지음 / 현대문학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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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자 유리는 어느날 불현듯 세상을 등져버려도 이상할 것 같지 않은 지치고 무감각한 캐릭터다. 그런 그가 주변인들의 느슨한 연대에 힘으로 세상에 감각을 조금씩 열어가는 이야기가 마음을 움직인다.
일생을 할머니 한분 단촐한 인연으로 조금은 애틋하게 조금은 안쓰럽게 살아오던 사람에게 그런 집요하지는 않은 말 한마디와 행동 하나가 얼마나 중요한 시대인가.

너를 처절하게 혼자인 상태가 되게 하진 않을께. 라는 마음이 전해져서 무척 좋았다.

- 모르는 사람들이 내게 괜찮다, 말해주네. - 9

-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인생이 합리적이기만 하면 재미가 없어질 것이다. 이상한 일들이 특히 기억에 남는걸 보면. - 21

- 좋은 일이다. 우리는 밀가루를 반죽해 수제비를 해 먹고 공원으로 갔다. 수많은 사람, 개, 자전거 속에 섞여 지금 이곳을 이루는 수많은 것 중 하나가 되는구나, 생각하면서 걸었다. 다가오는 것들과 부딪히지 않도록 비켜 가면서. - 33

- 언니와 골목에서 헤어진 뒤에 문득 올려다본 하늘이 너무 아름다워 가만히 서서 바라보았다. 이럴 때면 기나간 불행이 줄어드는 것 같다. - 47

- 집이 나와 같은 방향인 듯, 나는 꽤 긴 거리를 그의 뒤에서 걷고 있었다. 그가 세 번째 멈춰 섰을 때 나는 그의 시선을 따라갔다. 손톱달이었다. 그의 시선 끝에 손톱달이 떠 있었다. 달을 보려고 멈춰 서는 사람이라니 고맙습니다. 덕분에 저도 봤네요. - 75

2023. feb.

#어느날의나 #이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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