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공간들, 되살아나는 꿈들
윤대녕 지음 / 현대문학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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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몇 달을 돌아보니 에세이를 의식적으로 피하고 있었나 싶게 안읽었다. 그래서 고른 책.

몇번이나 읽어야지 하고 책상에 가져다두고, 지저분해진 책상정리하며 다시 책장에 꽂아두고를 반복하던 윤대녕의 에세이를 드디어 읽었다.

뭔가 딱 이걸 읽을 때였는지, 듣고 있던 음악과도 무척 잘 어우러지고 나에게도 환기되는 어떤 기억들이 버무려지니 심장이 간질간질한 즐거움이 있다.

어떠한 장소라도 카메라 뷰파인더로 프레이밍하면 `공간`으로 한정지어지는 것 처럼.
기억 속 장소를 프레이밍하는 이 에세이는 작가의 추억뿐 아니라 독자의 추억도 끌어당겨준다.

지난 시절 어느 계절에 유랑하듯 글을 쓰기 위해, 휴식하기 위해, 무언가로부터 멀어지기 위해 여행을 하던 작가의 그 때 그 마음이 전해져서 좋은, 그런 글이었다.

2015. March

제주도에서 살 당시 나는 사람이 그립거나 삶의 감각이 무뎌진다 싶으면 공항에 가서 몇 시간씩 앉아있곤 했다. 대기실 의자에 앉아 오가는 사람들의 얼굴을 오랫동안 눈여겨보다 작업실로 돌아오는 것이었다. 그일은 확실히 글을 쓰거나 삶을 살아가는 데 어느 정도 도움이 되었다. 무엇보다도 나는 여행자 차림의 사람들 모습을 보는 게 좋았다. 그들의 얼굴에는 흥분과 기대, 피로와 허무, 슬픔과 고통, 기쁨과 설렘 같은 삶의 온갖 감정들이 드러나 있었다. 그리고 그들 또한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사람들이 오가는 공항이 삶이 축소된 공간이라는 것을. 삶의 현장성이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는 공간이라는 것을. - P. 35

저, 그럼 이제 가봐야겠어요. 곧 기차가 출발할 시간이거든요. 헤어지기 전에 한 가지 부탁이 있는데, 만난 기념으로다가 악수 한번 하면 안 될까요?

안 될 게 뭐 있습니까?

근데, 딱 1분만 손을 잡고 있고 싶은데, 너무 긴가요?

...... 그럼, 59초로 하죠.

그건 왜죠?

리처드 브라우티건의 소설에 이런 구절이 나옵니다. `그것은 1분이 되기 전의 영원한 59초.`

그녀는 물기가 어린 아련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손을 잡고 있는 동안 그녀는 줄곧 손목시계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이윽고 그녀가 `59초!` 하고는 잡고 있던 손을 놓더니,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머리채를 흔들며 플랫폼으로 뛰어갔다. - p . 39

싸구려 커튼이 걸려 있는 창문 틈으로 가끔 달이 지나가고 때로는 비바람과 눈보라가 몰려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어쩌다 발자국 소리가 들려오면 나는 누군가 가까이 다가왔다가 서서히 멀어져 가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곤 했다. 그처럼 낯선 곳, 낯선 방에서 혼자 누워 있노라면 마치 깊은 동굴 속이거나 혹은 푸른 우주 한복판에 떠 있는 기분에 사로잡히는 것이었다. 나는 그 고독감을 사랑했으며, 그러한 시간대에 나라는 존재를 언뜻언뜻 자각하면서 청년으로 성장하지 않았나 싶다. -p. 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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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그러고 보니 또 시간은 흐르고 흘러 계간지 봄호가 곧 오겠구나....

그 전에 겨울호를 읽어야 할건데.

매번 빚 독촉 받는 사람마냥 한 계절을 뒤쫓느라 바쁘다....

참 재미있는 책인데. 왜 때에 맞게는 안읽어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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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북 2015-03-03 0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그렇군요 곧 나오겠어요 큽!

hellas 2015-03-03 01:10   좋아요 0 | URL
포스팅은 이리 했지만. 봄호가 도착해야 서둘러 읽게 되겠죠. 아마. :)
 
동두천 문학과지성 시인선 9
김명인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7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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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하고 서글픈 삶.

그 안에도 희노애락이 있다고들 하지.

그러나 결국 남는 것은 회한.

그런 정서를 느낀다.

그런 시절을 살아온 시인의 이야기.

2015. March

부두의 경계 이쪽 저쪽으로 갈라져 쌓이며 스러지는데
어느 진창길에 곤두박혀 그의 평생도
더러 쌓이고 소리 없이 스러져는가? -p.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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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었지만 올해의 독서 계획.

1.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를 제대로 다시 읽기.

2. 토지 완독

3. 세계철학사 완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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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조의 바다 위에서
이창래 지음, 나동하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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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미래를 디스토피아의 이미지로 다루는 예술장르가 보여주는 세계와 구조적으로는 유사하다.

다만 그런 작품들과의 차이라면 주인공의 행보와 그 행보를 지지하듯 바라보는 시점에 있다고 할까.

아~ 디스토피아? 미래? 하면 그려지는 당연한 어떤 클리셰는 아니었다는 결론.

이창래 작가의 작품은 이 책으로 처음 접했는데 생각보다 진입장벽이 높았다.(첫 작품으로 이 책을 고른 이유는 순전히 제목때문이다. 멋지다.)

본격적인 스토리 진행 이전까지는(판의 여행의 시작지점) 이 이야기의 화법에 익숙해지기가 조금은 힘들었고, 아 드디어 모험인가 하는 마음이 들었으나 우리의 주인공 판의 모험의지는 그다지 없어보이고....(스스로 집을 떠난 주인공이기에 의아한 부분이기도 하다)
아 계급 투쟁인가 싶은 지점에선 모두다 사랑하리~무드가 연출된다.

주인공이 이야기속의 어느 물리적 지점에 정체되어 있을 때면 어김없이 느슨해지고 마는 그런 느낌 ....

사건의 발생-전개-해소의 과정에 익숙한 탓인지, 번번히 그 해결이라는 것이 기대와는 달랐던 점도 한몫.

이런 무수한? 어려움, 자칫 깜빡 지루해지는 순간이 다가왔음에도, 나름의 재미와 나름의 의미가 있어 가치를 둘 수있겠다.

결국은 인간. 관계. 신뢰. 연대. 이런 얘기 아니겠는가.

결말도 전혀 예상할수 없었다는 점. 흔히 예상할 수 있는 결말은 아닐것이라는 예상만 할 수 있었다는 점도 나름의 즐거움. (읽게 되면 알게된다. 페이지는 얼마 안 남았는데 대체 어떻게 끝나려고 이래? 라는 안절부절한 마음으로 후반부를 읽게 될테니)

이창래 작가의 다른 책, 다른 번역을 겪고나면 확실하게 마음을 정할 수 있을 것 같다.

일단 현재로선 어색한 호감 정도인걸로. :)

2015. February.

인간사에도 조수 간만의 차가 있는 법
밀물을 타면 행운을 붙잡을 수 있지만
놓치면 우리의 인생 항로는 불행의 얕은 여울에 부딪쳐
또 다른 불행을 맞이하게 되겠지
지금 우린 만조의 바다 위에 떠 있소
지금 이 조류를 타지 않으면
우리의 시도는 분명 실패하고 말거요.
- 윌리엄 세익스피어. 줄리어스 시저

결코 하나의 사람이나 사건만으로 전체가 구성 되지는 않는다. 그 사람이 누군가에게 아무리 소중하고 아무리 사랑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이다. 우주와 마찬가지로 하나의 이야기는 우리가 그것을 유심히 관찰할 때마다 끊임없이 팽창한다. 종국에 가서 우리는 그 이야기가 어디서 시작되고 어디에서 끝나는지 그리고 우리 자신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조차 알 수 없게 된다. -p. 96

생각해보면, 뜻하지 않은 자유와 유쾌한 흥분은 이러한 삶과 아주 비슷하다. 실제보다는 믿음이 좌우하는 삶. -p. 169

그녀는 자신이 믿은대로 자유로웠다. 항상 그랬다. 떠 나옴으로써 그것은 분명해졌다. -p. 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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