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사 워크숍 오늘의 젊은 작가 36
박지영 지음 / 민음사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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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퍼런스로 등장하는 여러 권의 책들이 하나같이 잘 읽은 책 들이어서 동질감을 느꼈다.

무의미한 행위로 위안을 삼는 방식의 조직인 고독사 워크숍.
고독사라는 무거움을 워크숍이란 단어와 붙여 제목으로 삼는 것에 동의하지는 않지만
읽다 보면 이들이 추구하고자 하거나 깨달아가는 의미가
고독이라는 점보다는 존엄에 가깝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결국 인간이라는 존재는 스스로 귀하다는 감각이 얼마나 절실한 지....
안쓰러운 존재라고 여기게 되는. 결국 말이다.

- 고독사하는 데도 돈이 든다. 당연하다. 사는 것도 죽는 것도 다 돈이다. 그놈의 돈. - 11

- 내게만 주어지는 행운을 기대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공평한 불행과 재난에 안도하는 사람도 있었다. - 17

- 고독사란 결국 인간의 존엄이랄지 위엄에 대한 절박한 구애의 형태로 완성되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 19

- 한 손바닥으로 치는 소리가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그 소리가 저 멀리서 누군가 한 손바닥으로 치는 소리와 만난다면 그때 내게 돌아오는 소리는 같은 소리일까 아니면 다른 소리일까. - 88

- 누군가에게 마음을 건넨다는 건 허공의 높은 곳에 위태로운 선을 긋고 그만큼 높이, 아주 높이 뛰고 싶다는 마음과 유사했다. 그것은 추락과 부상에 대한 불안감을 이겨 낼 때만 가능한 도약이기도 했다. - 133

- 그럼에도 불구하고 알리스는 그 채널에 올라온 영상들을 보두 보았고 어떤 건 반복해서 보기도 했다. 왜인지는 몰랐다. 코미디는 반복과 중첩을 통해 웃음을 유발하기도 하니까 언젠가는 시시한 농담에 진심으로 웃게 되지 않을까 궁금해서인지도 몰랐다. 그러나 그런 생각을 하면 알리스는 조금 한심하고 많이 무서워졌다. 얼마나 고독하면 저런 농담에 웃게 될까? 그러니까 얼마나 고독한 사람이 저런 농담을 하고 또 하는 걸까? 매일매일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는 작은 변화를 조금씩 주면서, 그 작은 변화가 웃음을 만드는 기적을 바라면서, 그러고 보면 기적이란 간단했다. 어디선가 누군가 그의 재미없는 농담에 웃어 주기만 하면 되는 거였다. - 139

- 아무도 날 모르는 클린 한 곳이 있어. 그곳에서 나는 과거도 없고 미래도 없고 현재로만 존재하는 거지. 나는 나지만 그곳에 나는 없어. 그러면 뭘 하고 싶냐고? 그냥 매일 시시하고 선량한 일들을 하나씩 하는 거야. 고독하지 않겠냐고? 그래서 좋은 거야. 누구에게도 죄짓지 않고 얼룩 한 점 남기지 않고 매일 희미하게 증발하는 삶. 말하자면 진짜 고독사인 거지. 생각해 봐. 근사하지 않니? - 153

- 모두가 고독에 대해 말하지만 고독을 표현하는 단어들은 저마다 달랐다. 오 대리에게 고독이란 단어는 떠버리, 노래방 탬버린, 일요일 아침마다 들리는 3년째 늘지 않는 위층 꼬마의 피아노 연주 소리, 은퇴한 벨리댄서의 흔들리는 옆구리 살, 냉장고 문에 찧은 새끼발가락과 무음으로 지르는 비명, 비 오는 날 사람과 사람 사이의 간격과 흘린 채 그대로 굳어져 쉽게 떼어지지 않게 유착되어 버린 끈적하고 얼룩얼룩한 것들과 관계있었다. 어쩐지와 어처구니, 부들부들과 구부러지다, 감히 혹은 마땅하다 같은 말도 고독을 상기시켰다. - 231

- 우리는 언젠가 고독사할 겁니다. 다만 저는 생각합니다. 누구에게도 슬픔이 되지 않고 죄의식을 남기지 않는 고독사를 위해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우리가 만들어 놓은 슬픔을 지우기 위해 더 오래 애써 살아 내는 것 아닌가 하고 말입니다. 세상은 이미 너무 슬프고 우리가 하루에 지울 수 있는 슬픔이란 아주 작으니까요. - 283

2025. nov

#고독사워크숍 #박지영 #오늘의젊은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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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에게 너를 돌려주는 이유 아침달 시집 43
황성희 지음 / 아침달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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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난..... 이라고밖에.

- 나의 시를 가능하게 해준 누군가들에게
고맙게 생각하고 때로는 명복을 빈다
이런 사적 동기의 연대라도 괜찮다면
이제라도 진정한 개인이 되고자 한다
시간의 정면으로 나서고자 한다 - 시인의 말 중

- 그때 어떤 나무 밑에 기약 없이 서 있던 것도 같고
보드라운 뺨을 내주며 맞는 게 무섭지 않던 때도 있었다

그때 나는 싱싱해서 버려지는 게 두렵지 않았고
나를 다 써버리고 텅 비게 되는 날이 올 줄 몰랐다 - 쓰레기 소녀 중

- 모든 것을 좋다고 말하는 건 어떤 것도 좋아하는 게 아닌데 그건 아무 말도 안 하는 것이나 다름없는데 그렇다면 나는 너무 오래 침묵을 지킨 것이 아닌가. - 소련 사과와 옥희 선생 중

- 누군가를 이해한다는 건 모든 이야기를 듣는 게 아니라
말하지 않은 한 가지에 귀 기울이는 게 아니겠냐며

이런 이야기를 나눈 날에는 이만하면 우리도 괜찮다고
소외된 것과 타자에 대해 이야기 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그런 의미에서 그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사람이라고 - 모든 것을 이야기하는 사람 중

- 오랫동안 나는 모두가 알아듣는 이야기를 위해
난해함의 독해와 무지함의 이해에 전념해왔다

최초의 이야기를 만들고 싶은 게 아니라
취후의 대화를 나누고 싶었기 때문에

나의 세계를 전달하려던 게 아니라
당신의 세계를 가지려던 게 아니라

우리의 세계 속에 머물고 싶었다
우리가 머물 세계를 가지고 싶었다

그러나 어제 동료에게
나는 너무 쉽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 어제 쉽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중

- 멀리서 보면 나는 불안의 전체
나로 뭉쳐 있기 위해 쓰는 안간힘 - 점묘 중

2025. oct.

#너에게너를돌려주는이유 #황성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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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약과 공터 문학과지성 시인선 624
허연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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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쁘고 슬픈 시가 슬프고 안쓰러운 시로.

허무함이 짙다가도 생의 한 구석을 깊이 찌르는 시들.

시집 전체가 다 좋기 어려운데...
그걸 해내는 시인, 허연.

너무 좋았다. 강력 추천.

지리멸렬하다는 것 이라는 시에 떠난 내 고양이 에코의 이름이 등장해서 무척 기쁜 마음이 들었다가 그리움에 조금 슬퍼졌다.

- 잊지 않고 흐르는 것들에게 고함
그래도 내가 노을 속 나비라는 생각 - 시인의 말

- 살았던 날들을 헤아려보면
어떤 날은 셀 수 있었고
어떤 날은 셀 수 없었다.

나무는 바람에 절을 하다 말고
이미 결정되어 있다는 듯
제단으로 들어갔다.

스스로 죽음을 선택한 것들의
선한 눈망울이
하늘을 올려다볼 때

마당에 널어놓은 홑이불이
천천히 흔들릴 때

사소한 슬픔이 새 한 마리와 함께
날아갔다.

너에게 시시한 기분은 없다. - 숯 중

- "슬프겠구나"라고 말하면
슬퍼지는 것들이 있었다. - 산을 넘는 소년 중

- 모닥불을 보고 찾아온 길고양이가 있었다.
캠핑 오는 사람마다 이름을 지어줘서 고양이 이름인 한 백 깨쯤은 된다고
캠핑장 아주머니가 말했다.

우리는 고양이에게 에코라는 이름을 붙였다. 에코는 우리 텐트에 올 때만 에코였다. 에코는 우리 구역에선 한 번도 빠짐없이 에코였다. - 지리멸렬하다는 것 중

- 베란다에 걸려 있는 빨래들이 흔들리기 시작하면
생은 잠시 초라해졌다가 다시 화색이 돌기도 한다.
경멸할 것은 없다. 어차피 다 노래니까. - 가여운 거리 중

- 나를 내어놓아도
흡족한 일은 찾아오지 않았다
먹고사는 일엔 늘 말문이 막혔다 - 청년기 중

- 세상에 남은 일은
삶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소멸을 바라보는 것이라는 걸 알았다 - 공작도시 2 중

- 동작을 바꿀 때마다 오는 통증이
제게 사는 것에 대해 물었어요
아플 때면 생각할 게 많아져서 바빠요

사는 건 그저 가끔씩 체머리를 흔드는
잊지 못할 기억들에
두 손을 드는 일

경이로운 건 없어요
끔찍한 일이 가끔 있고
대부분은 그저 그래요

생을 바쳐 풀어야 할 문제들도 없어요
답은 다 다르니까요 - 병가 중

2025. oct.

#작약과공터 #허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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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 - 제172회 아쿠타가와상 수상작
스즈키 유이 지음, 이지수 옮김 / 리프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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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아쿠타가와상 수상작.

아쿠타가와 상이 인상적이었던 건 히라노 게이치로가 수상했을 때였는데,
그 이후로는 딱히 이 작가 싶은 수상자를 보지 못했다.

그래도 일본에서는 유력한 문학상이라 자주 읽어보고는 있는데
해가 갈수록 이 상 수상작은 건너 뛰는 게 내 시간 낭비가 아니겠구나 싶다.
(같은 결로 공쿠르 상도 포함)

이번에는 국내에서도 베스트셀러에 올라있고 여기저기서 추천한다는 풍문이 들려왔는데...
왜 베스트인가? 싶은 생각만 남았다.
형편없다라기보단, 그냥 평이하기 때문이다.
괴테에 대한 애정이 없다면 지루할 수 있기까지 하다고 생각한다.

이 이야기는 괴테에 대해 오래 연구해온 학자 도이치가
아내와 딸과의 식사 자리에서 우연히 보게 된 괴테의 말이라고 인용된
Love does not confuse everything, but mixes.
라는 구절이 이 모든 사유와 사건의 시작이다.
이 구절의 원전을 찾을 수 없는 갑갑한 마음은
괴테의 저서를 다시금 찾아읽게 되고,
괴테와 인연이 있는 80여 명의 사람들에게까지 질문을 던지면서
이 구절에 빠져들게 되는데...라고 소개할 수 있는데
여기까지 듣는다면 오호 그래서 그다음 사건은? 하는 호기심이 생기게 될 수도 있다.
나는 그랬다.
그래서 무슨 일이 일어나지? 하는 희망을 가지고 읽었지만 얼마 되지 않는 책의 볼륨이 줄어들수록 실망하는 마음이 커졌다.
너무 슴슴하다.
괴테의 말을 빼면 이 이야기는 뭘까?
학자의 양심 문제를 조금 건드리는 부분을 빼면... 글쎄...

장점을 꼽자면,
괴테의 말들을 애정을 가지고 탐험할 수 있고,
학자들의 자기복제의 문제,
고풍스럽게 느껴지는 전체적인 분위기,
가족관계의 미묘한 감정 교류들 이런 지점은 소소하고 잔잔한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결국 나는 옮긴이의 말에 따르면 눈밝은 독자는 아닌 셈이다.
이 책의 매력을 알아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 "독일 사람은 말이야." 요한이 말했다. "명언을 인용할 때 그게 누구의 말인지 모르거나 실은 본인이 생각해 낸 말일 때도 일단 '괴테가 말하기를'이라고 덧붙여 둬. 왜냐하면 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거든." - 23

- 우리의 사상을 표현하는 데 옛사람들이 엄선한 품위 있는 언어를 사용할 때, 그들이 우리의 마음 깊은 곳을 우리보다 더 정교하게 열어서 보여준다는 점을 인정하는 게야. 거장들은 항상 옛사람의 장점을 이용하는데, 그 점이 그들을 위대하게 만든다네. - 118

- 크리스마스이브에 보낸 이메일에는 서른 명 정도가 곧장 의리 있게 답신을 해줬고, 그 수는 점점 늘어났다. 사람들 대부분이 출처는 모르겠지만 괴테의 말 같다고 했으며(평소 도이치의 주장을 생각해 보면 분명 그렇게밖에 대답할 수 없었을 것이다), 또 몇 명은 출처로 추정되는 문헌을 알려주기도 했지만 전부 도이치가 이미 살펴본 것들이었다. - 129

- 결국 우린 과거의 시대를 남겨진 조각으로 상상하는 수밖에 없어. 고전학자가 착각했던 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이지. 다만 우리가 사물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획득함과 동시에 고대인의 시각을 잃어버리기도 한다는 점은 잊어서는 안 돼. - 147

- "어머, 당신이 왜 베버 씨 사이트를 보고 있어?"
어리둥절해진 도이치는 잠시 침묵한 끝에 상황을 이해했다. 베버는 아키코가 좋아하는 유튜버라는 것을. 그리고 생각했다. 자신의 명언 찾기는 결코 의미 없는 짓이 아니었다. 모든 것은 반드시 이어져 있다. 왜냐하면 모든 것은 무언가로부터 생겨났고, 우리는 아직 살아 있으니까. - 212

- "아무튼!" 요한이 말했다. "괴테가 이렇게 말했지. 내가 모든 것을 말했다. 더는 아무 말도 하지 마라." - 227

- 저는 학문을 파괴하고 싶은 것이 아니고, 고발하고 싶은 것도 아니며, 오히려 용인하고 싶습니다. 저는 학문이란 실패와 오류의 연속이라고 봅니다. 실패와 오류야말로 다양성의 근간이지요. 신화와 언어의 다양성이 곧 실패와 오류입니다. 하지만 요즘 시대에는 실패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제가 크게 실패해 드렸습니다. 실패하는 동안에는 분명 동료들에게 미안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이해해 줄 것입니다. 저는 제가 <신화력>에서 쓴 힘을 실행했을 뿐입니다. - 232

2026. feb.

#괴테는모든것을말했다 #스즈키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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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만두 2026-03-08 09: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절반쯤 읽었는데, 완독할지 덮을지 고민 중이에요. 제목과 이ㄷㅈ 평 말곤 특이한 게 안 보여요.

hellas 2026-03-09 09:21   좋아요 1 | URL
뭐 완독하신다면 다 읽었군 정도 남으실것 같아요 .;;;;; ㅎㅎ;;;

hellas 2026-03-09 09:24   좋아요 1 | URL
이동진 평은... 잘 안맞는 편이었는데 외계인 자서전 읽고나서 그도 극찬했다는걸 알게되서 아 요즘은 좀 맞나? 하고 망설이다 골랐는데....... ㅋㅋ

유부만두 2026-03-10 16:41   좋아요 1 | URL
완독했다는 데에 의미를 둔다, 가 되었습니다.

역자 해설이 너무 근사하다고 생각해요. ㅋㅋ

hellas 2026-03-11 12:43   좋아요 1 | URL
해설이 배꼽이랄까요. 안어울리는 포장지같기도. 여튼.... 앞으로는 픽 안할듯. 안그래도 못읽고 쌓인책이 수백권인데.....

유부만두 2026-03-12 09:33   좋아요 1 | URL
ㅎㅎㅎㅎ 맞네요. 배꼽이에요!!!
 
개구리극장 민음의 시 320
마윤지 지음 / 민음사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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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하다.

마음을 편히 놓고 읽다가
어느 한 줄에 덜컥 낚이기도 하면서...

- 밤
조용한 골목을 따라 지워지며
홀로 기쁨 - 시인의 말

- 접어 놓은지 오래된 슬픔은 못 입는다 - 사월 중

- 떨어져 나온 슬픔이
미처 다 걸어가지 못하고
멈추기 전에 낚아야 해요 - 개구리극장 중

- 낮은 환하고
광장은 캄캄하다
저 나란함이 빛나기 위해 - 여름 촉감 중

- 잊을 수 없는 것들을
아, 깜빡 잊었다
하고 말해 볼까 - 봄이 아니야 중

- 매일 매일의 밤마다 들어가
내가 자고 있는 동안 노래를 불렀습니다

끝나면 또 불러야지
도무지 생각이 나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너무 많았습니다 - 우리 영혼의 바닥까지 줄을 내려 사랑을 길어 올리는 동안 중

- <동지>

12월에는 흐린 날이 하루도 없으면 좋겠다
그런 약속이 있으면 좋겠다

놀이터엔 애들도 많고 개들도 많으면 좋겠다
살도 안 찌고 잠도 일찍 들면 좋겠다
조금 헷갈려도 책은 읽고 싶으면 좋겠다
어디든 갈 수 있는 차표를 잔뜩 사고 안 아프면 좋겠다

30만 년 전부터 내린 눈이 쌓이고
눈의 타임캡슐 매일의 타임캡슐
다 흘러가고 그게
우리인가 보다
짐작하는 날들이 슬프지 않으면 좋겠다

묻어 놓는 건 숨기는 게 아니라 늘 볼 수 있도록 하는 거지
그 무엇보다 많이 만져 보는 거지
나중엔 번쩍 번개가 되는 거지
오렌지색 같은 하늘이 된다 맛도 향기도

손가락이 열 개인 털장갑
이를테면 깍지
햇빛의 다른 말이다
(전문)

- 한 사람의 빛을 읽고 나면
그 사람에 대해 조금 알게 될까
아예 모르게 되는 걸까
그런 생각이 아름답다고 짐작해 보았습니다 - 타임 코드 중

- 세상이 흔들리며 내는 소리를 듣는다

그러면 모든 슬픔이
내 것은 아니라는 슬픔을
몸은 아직 뼈로 이어져 있다는 걸 알게 될까 - 설탕 기둥 중

2025. oct.

#개구리극장 #마윤지
#민음의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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