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쁘고 슬픈 시가 슬프고 안쓰러운 시로.허무함이 짙다가도 생의 한 구석을 깊이 찌르는 시들.시집 전체가 다 좋기 어려운데...그걸 해내는 시인, 허연.너무 좋았다. 강력 추천.지리멸렬하다는 것 이라는 시에 떠난 내 고양이 에코의 이름이 등장해서 무척 기쁜 마음이 들었다가 그리움에 조금 슬퍼졌다.- 잊지 않고 흐르는 것들에게 고함그래도 내가 노을 속 나비라는 생각 - 시인의 말- 살았던 날들을 헤아려보면어떤 날은 셀 수 있었고어떤 날은 셀 수 없었다.나무는 바람에 절을 하다 말고이미 결정되어 있다는 듯제단으로 들어갔다.스스로 죽음을 선택한 것들의선한 눈망울이하늘을 올려다볼 때마당에 널어놓은 홑이불이천천히 흔들릴 때사소한 슬픔이 새 한 마리와 함께날아갔다.너에게 시시한 기분은 없다. - 숯 중- "슬프겠구나"라고 말하면슬퍼지는 것들이 있었다. - 산을 넘는 소년 중- 모닥불을 보고 찾아온 길고양이가 있었다.캠핑 오는 사람마다 이름을 지어줘서 고양이 이름인 한 백 깨쯤은 된다고캠핑장 아주머니가 말했다.우리는 고양이에게 에코라는 이름을 붙였다. 에코는 우리 텐트에 올 때만 에코였다. 에코는 우리 구역에선 한 번도 빠짐없이 에코였다. - 지리멸렬하다는 것 중- 베란다에 걸려 있는 빨래들이 흔들리기 시작하면생은 잠시 초라해졌다가 다시 화색이 돌기도 한다.경멸할 것은 없다. 어차피 다 노래니까. - 가여운 거리 중- 나를 내어놓아도흡족한 일은 찾아오지 않았다먹고사는 일엔 늘 말문이 막혔다 - 청년기 중- 세상에 남은 일은삶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소멸을 바라보는 것이라는 걸 알았다 - 공작도시 2 중- 동작을 바꿀 때마다 오는 통증이제게 사는 것에 대해 물었어요아플 때면 생각할 게 많아져서 바빠요사는 건 그저 가끔씩 체머리를 흔드는잊지 못할 기억들에두 손을 드는 일경이로운 건 없어요끔찍한 일이 가끔 있고대부분은 그저 그래요생을 바쳐 풀어야 할 문제들도 없어요답은 다 다르니까요 - 병가 중2025. oct.#작약과공터 #허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