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끝간데 없는 막막한 비극은 불편함과 불쾌한 느낌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이제 이런 이야기가 무대가 되는 장소가 아시아나 아프리카가 된 느낌이다. 1세계가 아닌 지역의 작가들이 점점 드러나기 때문이겠지. 러블리라는 캐릭터가 제일 공감된다. 적당히 정의로운 적당히 현실적인 적당히 올바른 소수자이기에 더욱 그렇게 느껴졌을지도 모르겠지만. 인간의 심성이란 어느 계층에 있건 개인의 능력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닐까. 착한 사람이 대우받기를 바라는 가장 평이한 정의로움 그런 면이 있는 캐릭터말이다. 대수롭지 않게 페이스북에 올린 글 때문에 테러리스트로 지목을 받은 지반은 가난하지만 자존심이 강한 여성이다. 다만 가진 재능이 피어나지도 못할 사다리가 없는 하층민. 주인공이지만 온갖 억울함을 짊어지고 있으니 독자의 감정소모를 극한으로 끌어올리게 된다. 아무래도 요즘은 이 정도의 비운은 읽는데 기운이 빠지게 되니 외면하고 싶어지는 기분. 체육선생 캐릭터는 주요 등장인물이긴 하지만 신념을 가진 무식한 인간의 전형이라 손톱만큼도 이해하고 싶지 않았다. 그야말로 극혐. 비록 그 인물이 바라볼수 있는 세상이 한정되어 있었다 해도. 요즘 추천받거나 괜찮을 것 같아 고른 책들이 모두 평이해서 실망스럽다. 21세기 찰스 디킨스의 등장이니 뭐니하는 과대광고, 그딴식의 마케팅은 안했으면 싶다. 정말 심장이 뛰는 작품을 만나고 싶다. - 뒤에는 애꾸눈 칼키디가 있다. 얼굴 반쪽이 불에 탄 그녀가 크게 웃어서 돌아보니 벌어진 잇새가 보인다. 남편이 그녀에게 염산을 뿌렸는데 어떻게 해선지 그녀가 감옥에 있다. 여자가 되면 이런 일들이 일어난다. - 49 - 오래 전에 나는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묻곤 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질문을 해봐야 소용없다는 걸 안다. 인생에는 아무 이유없이 많은 일이 일어난다. - 83- 그런 아침이 다시 올 것이다. 너무나 느리지만 시계는 조금씩 앞으로 움직이고 있다. - 181 - ˝사회는 나에게 이 꿈을 꿀 수 없다고 말해요. 사회는 나 같은 사람들을 위한 자리가 없어요.˝ 나는 말하고서 속으로 생각한다. 나를 용서해, 지반. 너는 여기서 빼놓아야겠어. ˝왜냐하면 우리가 가난하니까. 그리고 영어를 완벽하게 못 하니까요. 하지만 그렇다고 꿈도 가질 수 없나요?˝ - 278 2021. Sep. #콜카타의세사람 #메가마줌다르
기대를 좀 많이 하긴 했지만 어디서 튀어 나올지 모를 악의로 조마조마하게 읽다가 맥없이 풀어진 결말 덕에 그렇게까지 만족스럽지 않았다.흉가에 이르러서야 자립에 가능성을 본다는 점이 여성이 전반적으로 처한 현실이었음을 보여 준다. 분위기만 끌어 올리고 실체는 끝까지 갖지 못했던 느낌. 불안을 잘그려내는 작가라고 생각했는데 아예 불안을 표방하니 오히려 매력이 감소되었다. - 이것은 소설이다. 소설에 불과하다. - 7- 잔인하고 못된 감정이 가득한 소설로 쓸 생각이었다. 정말 그런 소설을 쓰고 싶었다. 인물들이 맹렬하게 경쟁하는 이야기, 원한과 증오, 악의로 들끓는 이야기, 나는 복수가 무엇인지 보여주고 싶었다. - 17 - 당신은 대불호텔이야. 냄새나고 지저분하고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오래된 폐가지. 이곳에 나를 가둬둔다고 해서 내가 똑같이 너저분해지지는 않아. 바다는 넓고, 나는 내 배를 운항할 줄 알아. 내 배를 움직이는 건 나야. 당신이 아니지. 나는 내 배의 선장이고 주인이야. 나는 웃으면서 이 배를 움직일거야. 당신에게는 불가능한 일이지. - 217 - 나는 시련이 사람을 강하게 해준다는 말을 믿지 않는다. 시련은 시련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고통 이후 단단해지는 마음이나 냉정한 판단력 같은 것은 결과론적인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생각할 만한 여유가 생겼다는 뜻에 불과한 것이다. - 273 - 시작은 언제나 아름다운 법이다. 모든 것이 그러하다. 하지만 모든 것은 언제든 망가질 수 있다. 우리는 늘 그런 위협 속에 산다. - 277 2021. aug. #대불호텔의유령 #강화길
문학은 늘 위기. 아닌 적이 없었던 것 같다. 그러나 요즘 분위기가 딱히 위기인가하면 그렇지도 않아 보임. 물론 내가 읽고 있는 독자이기에 읽지 않는 측면의 위기를 체감하지 못 하는 것일 수도. 지금 다시보니 황정은의 일기가 있었네. 뒤늦은 독서와 그보다 더 뒤늦은 리뷰 정리의 나날. ㅡㅡ- 어쨌든 그것은 그 수치가 우리에게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그 다음은 무엇인지를 다시 물을 수 밖에 없게 만든다. 다음을 묻는다는 것. 언제나 그것이 가장 중요하다. - 33 혁명의 재배치 2021. aug. #창작과비평 #2020여름
전반적으로 우울의 정서가 가득하고 갈등이 툭툭 튀어 나오지만 그것이 첨예한 갈등처럼 보이지는 않는 그런. <누구에게>와 2부 말미, 3부의 시들이 좋았다. - 가장 밑바닥에서 진창이 된 문장 사이에서 나는 아직 공간이 되지 않았는데 열병을 헤집고 비대해진 네가 들이닥치고 있다 - 비현실적인 중 - 나는 감소하고 있었지만 그것은 사소한 약속에 불과했다 - 방의 발단 중- 몇 개 되지도 않는 다리를 걸어 거꾸러뜨리려는 불능은 인간은 형태로 다가와 있어 - 사피엔스 사피엔스 중 2021. aug. #우리의초능력은우는일이전부라고생각해 #윤종욱
엄마에게 보내는 글이라 상냥한 문장. 베트남 작가의 글을 이제 심심찮게 보게 된다. 출판의 영역이 넓어지는 것과 동시에 좋은 베트남 작가도 늘어난 거겠지 싶다. 순간순간 매혹적인 부분이 드러나지만 왠지 작가는 무언가의 뒤에 숨어 있다는 느낌이 자꾸 들었다. 번역의 문제일까.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 했던 양육자로써의 엄마, 그게 너무 안타깝지만 그 아들은 또 얼마나 막막한 세월을 보냈을지. 아동학대로 봐도 무방한 상황에서 자란 아이의 그늘이 같이 보인다. 책을 쓰는 동안 도움을 받은 작가들 명단에 김혜순 시인이 있었다. 반갑다. - 한 세대 전체를 없애버리는 데에는 하룻밤 서리면 충분해요. 산다는 것은 그러니까, 시간의 문제, 타이밍의 문제죠. - 15 - 엄마, 당신은 어머니예요. 괴물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저 역시 마찬가지죠. 그게 제가 엄마를 외면하지 않는 이유예요. 그게 제가 신의 가장 외로운 피조물을 지니고 와 그 안에 엄마를 넣어둔 이유죠. 보세요. - 30 - 우리가 진실을 교환하고 있구나, 깨달았죠. 다시 말해 우리는 서로를 난도질하고 있었어요. - 196 - 결국 우리는 딱 한 번만 이곳에 있는 거예요. - 267 2021. aug. #지상에서우리는잠시매혹적이다 #오션브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