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를 위해 대신 생각해줄 필요는 없다 - ‘정상’ 권력을 부수는 글쓰기에 대하여
이라영 지음 / 문예출판사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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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과 내용 모두 격하게 공감가는 글이다.

감정을 다스리며 읽어보려고 해보지만 읽는 내내 뜨겁게 열이 났다. 여성을 히스테릭한 존재로 치부하고 낙인찍으려는 그 긴긴 역사에 마음이 어지럽다. 그게 진행형이기 때문이리라. 여성의 죽음마저 미학과 하는 현상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독서의 기록이 쌓일수록 점점 여성작가의 글을 찾아 읽게 되는데, 그렇게 목록에 추가되는 그리 많지 않은 (남성들과 비교해서) 작가들의 책과 사람에 대한 견해가 잘 스며들어있어 즐거운 독서가 되었다. 나도 다양한 얼굴을 한 신을 마주 할 수 있기를 바란다.

배우기를 거부함으로써 남성다움을 취득한다는 말이 와닿았다. 반지성주의 마초들이 요즘 보면 주위에 얼마나 많은지..... 생각만 하면 골치가 아프다.

- 빵과 장미. 사람이 배만 불러서는 살 수 없다. 생각하는 인간으로 살기 위해 다른 사람의 목소리가 필요하다. - 16

- 나는 백인 남자들의 저서로 머릿속을 가득 채우는 사람은 지적으로 신뢰하지 않는다. 편견이 아니라 경험의 축적으로 얻어낸 결과 다. 주로 백인 남자의 목소리로 머리를 채운 이들은 가끔 노자나 맹자, 일본의 나쓰메 소세키 등을 디저트처럼 곁들이며 균형잡힌 척한다. 백인 남성의 저서를 읽는 것이 그 자체로 문제는 아니다. 백인 남성의 지적 작업만이 눈에 들어오는 그 욕망을 지적하는 것이다. 옥타비아 버틀러는 열세살이 될 때까지 읽은 글 중에서 흑인이 쓴 글을 만난 적이 없다고 했다. 누군가는 열세살에 이 괴이한 사실을 발견하고 누군가는 예순셋, 일흔셋이 되도록 이에 대해 아무런 의구심을 갖지 않는다. - 19

- ‘지식인‘이라는 실체가 있다면 아마도 ‘당대를 고민하는 인간‘이라 생각한다. - 21

- 분노를 하더라도 어떤 감정을 원천으로 삼느냐에 따라 다른 언어가 생성된다. 유도라 웰티의 충고를 늘 떠올린다. 자기방어나 증오심을 바탕에 둔 분노의 언어는 이 감정으로 다른 세계를 갉아 먹을 한다. 내가 동의하지 않는 이 세계의 어떤 방식, 거부 하는 문화, 죽는 날까지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어떤 ‘정상‘ 권력들, 용납하기 어려운 인간들의 행태에 분노하고 이에 반박하는 글을 쓰려 할 때마다 심호흡을 한다. 할 말이 없어서가 아니라 어떻게 말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 때문이다. 단지 분노를 토해내는 글이 되어서는 안 된다. - 27

- 나는 분노한다. 분노에 잠식당하지 않으려고 읽고, 보고, 쓴다. 수시로 우울하다. 우울함과 잘 살아가기위해 읽고, 보고, 쓴다. 분노와 우울을 오가는 와중에도 오만이 싹튼다. 내 오만을 다스려 무지를 발굴하기 위해 읽고, 보고, 쓴다. 몸을 움직여 이야기를 전하러 가는 그 ‘북우먼‘들처럼 나도 꾸준이 몸을 움직이고 생각을 움직이는 사람이 되길 소망한다. 그렇게 성실하게 세계를 확장하는 것이 아름다움이란 믿는다. - 28

- 여성을 ‘피해자‘로 끝없이 소환하는 방식은 살아있는 여성들에게 저항의식을 고취시키기보다 좌절과 공포를 준다. 연대를 위한 공감이 아니라 공포와 불안을 자아내는 피해자와의 동일시가 여성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단순하지 않다. 특히 피해자에 공감을 잘하는 사람일수록 예민해진다. - 140

- 상상의 빈곤은 타인의 고통에 대한 상상도 빈곤하게 만든다. 이것이 윤리의 결여다. - 270

- 보편, 평범, 정상은 그 의미가 조금씩 다르지만 대체로 이 개념들은 다른 세계를 적당히 배척하며 그 지위를 얻는다는 공통점이 있다. - 347

- ‘의도‘를 강조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차별에 대해 생각하기를 거부한다. 의도를 과하게 변명하는 행동은 언제나 자신이 이해받는 위치에 있기를 원할 뿐 스스로 이해하는 사람이 되려고 하지 않는 지독한 자기중심적 태도에서 나온다. 의도, 의도, 그럴 의도는 아니었다라는 말, 진짜 지겹다. 결과에 대한 무책임일 뿐이다. - 362

- 제 삶이 어디까지 확정되었는지에 따라 신의 모습은 각각 다른 얼굴로 나타날 것이다. (...) 삶이 쌓일수록 소망한다. 내 삶이 점점 더 다양한 얼굴을 한 신과 마주 할 준비가 되었기를, 그 얼굴은 반드시 인간이 아니어도 괜찮다. - 392

2021. aug.

#여자를위해대신생각해줄필요는없다 #이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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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22-01-22 11: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362쪽 인용문 특히 와닿습니다.
공감합니다. 결과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는
변명이고 거짓말이죠.

hellas 2022-01-22 13:27   좋아요 1 | URL
와닿는 문장이 넘쳐났어요. 좋은 글:):):)

2022-01-23 17: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hellas 2022-01-23 17:59   좋아요 1 | URL
한문장도 허투루 쓰여진게 없죠. 존경스러운 책입니다 :)
 
원 샷 잭 리처 컬렉션
리 차일드 지음, 안재권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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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용의자가 된 저격수. 그저 잭 리처를 데려오라는 말만 반복하는 점에서 일단 무죄임이 드러난다.

용의자의 개를 안락사시키는 장면이 있는데 유죄확정도 아닌 용의자의 재산과 가족을 이렇게 막 다룬다고? (동물 함부로 다루면 심기가 매우 불편하다)

일단 출간 된 시리즈는 다 샀기 때문에 읽어야만 한다. 이런 황당무계한 액션물을. ㅋㅋ
해리 보슈 시리즈 같을 줄 알았는데....

그러나 황당무계한 재미는 있다.

- 뭘 먹고 나랑 싸우려 든다면 아스피린이 제일 나을 거요. - 179

2021. Oct.

#원샷 #리차일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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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주자 잭 리처 컬렉션
리 차일드 지음, 안재권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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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등장과 동시에 영문도 알 수 없는 상황에 휩쓸려 ˝우연히˝ 납치당해 있는 잭 리처. 안 그럴수도 있었지만 부수적 피해가 우려되고 같이 납치 ˝당할˝ 여자가 마음에 들어서. 상대는 앞뒤도 없는 미치광이. 적들의 맹견조차도 잭 리처 말은 들음. 미친 것 같은 스토리다. ㅋㅋㅋㅋ

- 잭 리처가 살아 있었던 것은 근심스러웠기 때문이다. 그가 조심스러웠던 것은 과거로부터 울려나오는 메아리를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에게는 수많은 과거가 있었고, 그 메아리는 가장 끔찍한 과거에서 울려 나오는 것이었다. - 11

- 문제가 있으면 문제를 해결하는 거요. 그가 말했다. 그게 내 규칙이지. - 544

2021. Oct.

#탈주자 #리차일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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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2-01-18 11: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놔 ㅋㅋㅋㅋㅋㅋㅋ미친 것 같은 스토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저는 진짜 잭 리처가 너무 좋아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hellas 2022-01-18 21:39   좋아요 0 | URL
읽을수록 이 미친 스토리에 은근 빠져들고 있어요 ㅋㅋㅋㅋㅋ 어처구니 없는 스토리 ㅋㅋㅋㅋ
 
테라피스트
헬레네 플루드 지음, 강선재 옮김 / 푸른숲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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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네스뵈, 스티그라르손의 편집자 선택 !! 이라고 쓰인 띠지 문구, 딱 고만큼.

분위기만 겁나게 조성하다 흐느적 무너지는 이야기.
절대 집은 완성 되지 않으리라 라는 부정적 확신이 드는 절망을 품은 관계에서 무슨 믿음이 있을 것인가.
남편의 행방불명, 사체 발견, 과연 누구의 짓인가?라는 포맷인데 긴장감이 없다.
주인공의 자신의 기억에 대한 과한 확신과 편집증적 성격도 별수 없는 분위기만 부각하는 장치로만 읽힐 뿐이다.

2021. Oct.

#테라피스트 #헬레네플루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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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쓴 것
조남주 지음 / 민음사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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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년생 김지영>작품 자체는 여성의 불안과 불편을 잘 녹여 낸 작품 정도 라고 생각했다. 전혀 쓰여지지 않던 이야기를 하는 것도 아님에도 갑작스레 불어닥친 열풍이랄까 그것이 조금 의아했다.
요즘의(예전에도) 한국의 여성 작가들이 꾸준히 해오던 이야기였으니까 말이다.
어떤 지점이 그 엄청난 공감을 불러일으킨 걸까 생각했던 기억이 난다.

이번 단편집을 읽으면서 사소한 무엇도 놓치지 않으려는 좋은 작가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 때의 작은 물음표가 해소되는 작품집이다.

- 이 나이가 되니 누가 연락이 안 되면 죽었나 싶다. 사람 죽는 일이 너무 가깝고도 태연하다. - 25 매화 나무 아래

- 봄이 오면 눈들은 꽃이 되겠지. 새하얀 꽃들이 늙은 나무를 뒤덮으면 마르고 갈라진 나무껍질은 보드라운 꽃잎에 가려 보이지도 않겠지. 벅차게 흐드러진 풍경이 눈앞에 그려지며 코끝에 매화향이 날아 오는 듯 했다. 바람이 불면 새하얀 꽃잎들이 나비처럼 팔랑일 것이다. 그러다 못 이기고 한꺼번에 떨어져 함박눈처럼 흩날릴 것이다. - 44 매화 나무 아래

- 글로 할 수 있는 일이 있다고 믿었고 책임감을 가지고 써야 하는 글도 있다고 생각했다. 두렵고 외롭고 허탈할 때가 많았지만 읽고 생각하고 질문하고 기록으로 남기려고 애썼다. - 57 오기

- 딱 내 몸 하나만 보살피는 지금은 일상이 얼마나 가뿐한지 모르겠다. - 235 오로라의 밤

2021. aug.

#우리가쓴것 #조남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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