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핏 쇼 워싱턴 포
M. W. 크레이븐 지음, 김해온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환상열석 연쇄 살인을 수사하는 워싱턴 포.

경찰 밖으로 밀려나 있던 포가 업무에 복귀 당해? 새롭게 만나게 되는 틸리 브래드쇼와의 케미스트리가 몹시 흐뭇하고 즐거웠는데,
그런 유쾌한 분위기가 어느 새 점점 음침하고 우울한 사건의 실체와 마주치게 되면서 심란하게 되어간다.

사건은 이십여년 전 보호대상인 미성년자들의 이야기로 거슬러가고, 모든게 밝혀졌음에도 세상은 또 한 번 그들을 저버리는 상황이 너무나도 현실적이어서 괴로웠다.
그러나 주인공 워싱턴 포는 끝까지 물고 늘어져 진실이 절대 묻히지 않게 하는 캐릭터. 이 사건을 시작으로 이어질 앞으로의 이야기도 무척 궁금하다. 비록 첫 케이스에서는 제목과 같이 주도적으로 사건을 파헤친다는 느낌은 덜했지만 앞으로는 다른 사건들을 계속 만날테니까, 무엇보다도 틸리와의 콤비도 계속 보고 싶다.
온실 속 보호대상으로만 여겨지던 천재 파트너가 점점 더 세상과 교감하고 활약할 장면들이 기대된다.

- 업무에 복귀해줘. 플린이 말했다. 그녀는 포가 지금 집이라고 부르는 황량한 고원을 둘러보았다. 인간 세상으로 돌아와줘. - 39

- 여러분 대부분 날 처음 보죠. 난 워싱턴 포 경사입니다. 다들 내가 약자를 괴롭히는 인간들을 절대 용나하지 않는다는 걸 알아두는 게 좋을 겁니다.
그것은 사실이었다. 그는 용납하지 않았다. 이름도 이상한 데다 어머니도 없고 아버지도 완전히 괴짜라는, 이 치명적인 삼중주 덕분에 그는 학교에서 단골로 괴롭힘을 당했다. 오래지 않아, 포는 살아남으려면 자기를 괴롭히는 녀석이 누가 됐건 그놈도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걸 놈에게 알게 하는 수밖에 없다는 것을 깨쳤다. 괴롭히는 애들은 포가 맞서 싸운다는 것을, 그가 물러서지도 않고 싸움을 멈추지도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포와 싸움을 시작하면 둘 중 하나가 의식을 잃을 때까지 계속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했다. - 78

- 브래드쇼의 순진함과 순수함은 그의 어두운 기질과 날카롭게 대비되었지만, 여러모로 둘은 닮은 구석이 있었다. 둘 다 강박적이었고, 둘 다 사람들을 거슬리게 했다. - 322

- 정의 때문에 하는 게 아냐, 포. 정의를 위한 일이었던 적은 한순간도 없어. 이건 복수야. - 421

2023. may.

#퍼핏쇼 #mw크레이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생의 이면 - 1993 제1회 대산문학상 수상작, 개정판
이승우 지음 / 문이당 / 2013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오랜 시간이 지난 작품같은데, 의외로? 90년대 작품이다.

자기안으로 침잠하는 인간에 대한 이야기는 읽을 때 언제나 조금은 서글퍼진다.

- 지상의 모든 눈물겨운 것들에게 이 작품을 바친다. - 작가의 말

- 마을로 길이 뚫린다는 소리는 선거철이 되어도 들려오지 않았고, 아무도 그런 희망을 품지 않았다. 불행에 익숙해진 사람은 쉽게 운명의 무게를 받아들인다. 그런 점에서 내 고향 마을 사람들은 모두들 운명론자들이었다. 그들은 도대체 진보라고 하는 것을 믿지 않았다. 내 유년의 고향 마을은 물처럼 고여 있었다. 운명은 방죽에 고인 물과 같은 것이었다. - 19

- 금령은 권고가 아니라 유혹이다. 사람들이 범죄를 저지르기 때문에 금령이 생긴 것이 아니다. 사람들은 금령이 있기 때문에 범죄를 저지른다. 사람이 에덴의 선악과를 따먹었기 때문에 야훼가 금령을 준 것이 아니다. 야훼가 금령을 주었기 때문에 사람은 그것을 따먹었다. 금령이 없으면 범함도 없다. - 33

- 도대체 그가 잘못한 것이 무엇이란 말인가. 그는 도대체 납득할 수가 없었다. 삶은, 그에게, 훨씬 전부터 혼란이었다. 해독 불가였다. - 63

- 이런 추정이 가능하다. 사람은 현실에 대해 절망하면 신화에 기대고 싶어한다. 신화는 현실의 반영이 아니라 현실의 부드러운 왜곡이다. 반영이라면 왜곡의 반영이다. 개별적인 무의식의 꿈을 공식화함으로써 현실을 넘어가려는 욕망, 그것이 신화를 탄생시키고, 신화를 받아들이게 만든다. - 84

- 사람이야말로 모든 불화의 주체이고 조건이다. 사람에게는 사람만이 천적이다. 그러나 나의 참 세상은 또 얼마나 작고 위태롭고 엉성한지. 모든 소중한 것들이 그러한 것처럼, 아주 조그만 자극에도 금세 흔들리지 않는가. 그것까지도 나는 알고 있었고, 그 때문에 외부로 향한 감각을 최대한으로 잠재우지 않을 수 없었다. - 122

- 거듭 말하지만, 내가 참으로 원했던 것은 나와 같은 세계에 사는 동질의 원형질을 가진 단 한 사람의 동료를 만나는 것이었다. 그를 만나 이 껍데기의, 그림자만의 세계를 성토하는 것이었다. - 125

2023. apr.

#생의이면 #이승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언니의 나라에선 누구도 시들지 않기 때문, 문학동네 시인선 146
김희준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생에 있어 시가 너무나 당연했던 시인.

- 올리브 동산에서 만나요 - 시인의 말

2023. apr.

#언니의나라에선누구도시들지않기때문 #김희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기를 부르는 그림 미야베 월드 2막
미야베 미유키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22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조금은 소심한 듯도 하고 그리 영민하다고는 느껴지지 않는 평범한 인간 기타이치.
그러나 선한 품성과 정의를 믿는 순진한 면모가 사건을 해결하고 주변인과 화합하는 이야기다.

나쁜 놈일지 모르지만, 어울리다 보면 착한 놈이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요즘 시대에는 좀 한심한듯 보이는 눈을 가지고 있지만, 그것이 매력인 기타기타 시리즈.

유아 사망율이 높던 시절의 일이기에 변재천이라는 선신의 그림으로 위안을 삼는 사람들의 심리를 이용한 못된 장난이랄까.

- 기타이치는 타계한 센키치 대장이 하던 말을 문득 떠올렸다.
어떤 일이든 일손이 필요해서 사람을 불렀으면 먼저 음식과 뒷간부터 챙겨라. 그 밖의 일은 그 다음이다. - 83

- 센키치 대장이 하던 말이 떠올랐다. 이봐, 기타이치. 사람 마음은 밭 같은 거다. 밭에는 씨앗이 수없이 떨어져 있지. 그중에는 네가 뿌린 적이 없는 씨앗도 있어. 그러니 부지런히 잡초를 없애는게 중요해. - 94

2023. apr.

#아기를부르는그림 #미야베미유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래 준비해온 대답 - 김영하의 시칠리아
김영하 지음 / 복복서가 / 2020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전에 읽은것 같은데 기록이 안남아 있어서....

- 내 삶에 들러붙어 있던 이 모든 것들, 그러니까 물건, 약정, 계약, 자동이체, 그리고 이런저런 의무사항들을 털어내면서 나는 이제는 삶의 방식을 바꾸어야 한다는 것을 느꼈다. 나는 쓸데없는 것들을 정말이지 너무도 많이 가지고 있었으며 그것들로부터 도움을 받기는커녕 오히려 그것들을 위해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었다. 읽지 않는 책들, 보지 않은 DVD들, 듣지 않는 CD들이 너무 많았다. 인터넷서점에서 습관적으로 사들인 책들이 왜 자기를 읽어주지 않느냐고 일제히 나를 비난하고 있었다. 그런 비난이 두려워 우리는 후회의 순간을 미래로 이월해버린다. 나중에는 보겠지. 언젠가 들을 날이 있을 거야. 그러나 그런 날은 여간해서 오지 않는다. 새로운 물건들이 계속 도착하기 때문이다. 나는 한순간의 만족을 위해 사들인, ‘너무 오래 존재하는 것들’과 결별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사서 축적하는 살밍 아니라 모든 게 왔다가 그대로 가도록 하는 삶, 시냇물이 그러하듯 잠시 머물다 다시 제 길을 찾아 흘러가는 삶. 음악이, 영화가, 소설이, 내게로 와서 잠시 머물다 다시 떠나가는 삶. 어차피 모든 것을 기억하고 간직할수는 없는 일이 아니냐. - 35

2023. apr.

#오래준비해온대답 #김영하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