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를 위한 페미니즘
벨 훅스 지음, 이경아 옮김, 권김현영 해제 / 문학동네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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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의 기초랄까. 비교적 쉽게 광범위한 내용의 페미니즘을 설명했다.

페미니즘 이론서의 고전이니 현재 우리나라 상황에 아주 맞춤한 것은 아니라도 읽어둘 필요는 있겠다.

반쯤 읽은 무렵 문득 예전부터 좋아하던 길모어 걸스라는 미국 드라마 시리즈가 생각났다.

미혼모로 딸을 낳아 기르고 커리어에 성공하고 사랑도 찾게 되고 가족과도 화해하는 엄마와 그 엄마의 영향으로 자유롭게 꿈꾸고 성장하는 딸.

흔한 자극적인 소재도 없고 동화같이 아기자기한 동네도 그렇고 매우 말끔하달까 어두침침한 구석 없는 그런 면이 뭔가 이상향 같이 느껴져서 좋아했을 것이다.(매우 표준 영어를 구사하는 측면에서 어학학습의 효과도 있다)

여성의 삶에 대한 이야기기도 해서 크게 거슬리는 내용도 없었는데,

문득 이 책을 읽다가 생각이 난 것은 그 드라마에 등장하는 거의 모든 캐릭터가 중산층 이상의 백인이라는 사실이었다.

주요 캐릭터 중 단 한명의 흑인과 한국인 모녀, 딱 세명이 백인이 아니다.

온 마을을 배경으로 하고 온 마을 주민이 시끌시끌 가까운 그 곳에 단 세명.

아마도 페미니즘에서건 레이시즘에서건 이 동화같은 드라마에서 처럼 백인 외의 인종이 지워져 있다는 현실을 자각했달까. 뭔가 쌔한 기분이 드는 순간이었다.

페미니즘의 고전 인문서를 읽어봐야겠다 라는 생각이었는데, 최근 불거진 레이시즘 문제와 더불어 벨 훅스라는 흑인 페미니스트의 지성이 뭔가 좀 더 확장된 불편함을 느끼게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벨 훅스는 남성의 가부장적 권위 뿐 아니라 백인 여성의 시혜적 시선까지도 매우 비판적이다.
오히려 백인 여성에게 더 엄격한 잣대를 가진 것 같기도 하다.

그리고 뭔가 속시원하지 않은 이 독서후의 감정은 우리는 무엇이 문제이고 바꾸어 나가야하는지를 이미 다 알고 있으나, 내부의 문제로, 외부의 문제로, 모두의 문제로 결국 일보 전진 이보 후퇴 하는 상황을 내내 견뎌왔기 때문인듯 하다.

아 내가 뭘 잘 해봐야지 한다고 되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 그것이 이 갑갑함의 이유이지 않을까.

‘여성들이 자신이 속한 정체성이라 생각하는 같은 민족이나 인종 집단에 보이는 보살핌의 윤리는, 그들이 공감할 수 없고 동질성이나 연대감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미치지 않았다‘ 는 점을 통렬하게 지적하기도 한다. ˝페미니스트는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여성 혹은 남성이라는 이원화된 성별 구분은 페미니스트-되기에 있어 결정적이지도, 생각보다 중요한 문제도 아니다. - 270, 해제 중

2017. Ap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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