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불편러 일기 - 세상에 무시해도 되는 불편함은 없다
위근우 지음 / 한울(한울아카데미) / 2017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유난히 문제제기가 많고, 긍정적이지 않은 성향의 나는 대놓고 프로불편러를 표방하는 이 책이 일단 읽기도 전에 마음에 들었다.

읽고 나서도 좋다.

물론 웹툰이나 스포츠 관련해선 관심분야가 아닌지라 아무래도 의미를 모르는 단어들도 좀 있었지만...

예민함이 아니라 섬세한것으로, 불평불만이 아니라 부조리한 것에 바른 소리를 하는 것으로 조금만 생각을 달리해보면 내 생활도 좀 더 긍정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겠지 하는 안도.

나는 프로불편러라는 말을 좋아한다. 본래 이 말은 작은 이슈 하나하나에도 정치적인 올바름을 요구하는 이들을 공격하기 위해 만들어진 일종의 멸칭이다. 유사어로 프로예민러도 있다. 별거 아닌 것에도 불편해하고 예민함을 드러내는 너희들, 유별나다는 멸시와 경시의 언어. 하지만 프로불편러로 지칭된 이들은 오히려 프로불편러가 어때서, 라는 당당한 태도와 함께 그 말을 상대방으로부터 뺏어왔다. 우리의 불편함은 부당하지 않으며 앞으로도 당당하게 우리가 느끼는 불편함을 드러내겠다는 선언. 꼭 여성혐오의 문제만이 아니라 여전히 전근대적인 정치의식이 지배력을 발휘하고, 반지성적 선동이 소위 정치적 진보진영 안에서도 등장하는 지금 이곳에서 프로불편러는 불합리함과 부당함에 대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들에 대한 자기긍정의 표현이 되었다. - 4

많은 매체들이 독자의 알 권리 right to know를 이유로(사실 그 개념도 굉장히 왜곡해서 쓰지만) 자신들의 보도를 정당화하지만, 매체의 공익성에서 알 권리보다 더 중요하게 다뤄야 하는 건 독자의 알 필요성 need to know이다. 독자에게 이 팩트를 알리는 게 정말로 필요한 일인가? - 22

나는 여전히, 권력에 기댄 어느 한쪽의 명백한 무례함과 폭력에 대해 왜 소통과 이해씩이나 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 40

불미스러운 일을 통해서야 배움을 얻는 건 슬픈 일이지만, 불미스러운 일을 통해서도 배우지 못한다면 화나는 일이다. - 107

한국 사회에서 이상적인 의미의 프로불편러가 더 늘어나면 좋겠지만, 그보다 우선하는 건 자신이 느끼는 불편함을 발언하고 공론장에 참여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직업적 프로불편러로서 언론의 역할이 있다면 이러한 혼탁함 속에서 다양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되 중요 의제를 분류하고 논의를 다듬는 필터 역할을 하는 것이리라. 이것은 우월함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분업의 문제다. - 382

2017. Ap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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