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숨결 - 개정판
로맹 가리 지음, 윤미연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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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맹 가리, 에밀 아자르의 주간인가...

두권으로 일단 마무리 짓고 밀린 한국 문학을 읽으려던 계획을 뒤로 하고, 미발표 유작 모음집을 들었다.

`숨가쁘게`라는 원제를 살렸으면 좀 더 좋았겠다는 생각이 우선 든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작가의 유작, 특히나 미완성 유작을 출판하는 것에 대한 약간의 회의감? 같은게 있는데.

아무래도 글로 자신을 온전히 표현하는 작가에게 미완성 작품이란 것은 더 이상 고칠 수 없는 일기 같은게 아닐까 하는 기분이 들어서다.

나라면.. 싫을것 같아서.

시간이 좀 지났지만 전에 읽었던 카뮈의 `최초의 인간`을 읽으면서 느낀 탈고 전 혼돈의 원고를 마치 훔쳐본 것만 같았던 죄의식과 으악..함 때문이기도 하다.

어쨌든, 그러나 미완이라는 단편 <마지막 숨결>과 <그리스 사람>은 초고이지만 자체로 완결성을 갖춘 느낌이랄까. 뭐 작가의 생각은 영 다를 수도 있겠지만.

7편의 단편들은 인생의 어떤 면을 실패한 사람들의 이야기다.

캐릭터들 내면은 케케묵은 고통들이 존재하고, 삶을 바라보는 시선도 긍정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그래서겠지만, 전반적인 분위기도 우울에 가깝다.

그래서 또 한번 인간 로맹 가리를 이해하는 열쇠가 된다.

아.. 이 우울한 양반. 삶의 살아내는 내내 외로웠을 것만 같다.

아직 책장에 대기 중인 다섯 권 정도의 로맹가리와 에밀아자르가 남아있는데.

아무래도 좀 쉬어야 할까보다. 내 생에도 우울이 전염될 우려가 있다. 안그래도 몇 주간 충분히 우울했는데.

작품간의 발표 시기가 1935년 부터 70년 까지 광범위해서, 스타일이랄까 그런 면이 들쭉한 면도 없지 않다.

짚고 넘어가자면,

<마지막 숨결>은 월등히 좋았다.


사실 내가 알던 사람 가운데 개인적인 이유로 살인을 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러므로 나는 우리 세대가 어쩌면 그 문제에 관해 지나친 환상을 품어왔으며, 인간 존재가 낭만적이고 시적인 개념이며 현실에 맞서는 것을 견디지 못하는 예술적인 창조물일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에 대해 거의 아무것도 모르고 내가 누군지에 대해 전혀 관심 갖지 않는 암살자를 구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했다. - p. 73 마지막 숨결 중.


뭘 해서 먹고 사냐니? 그건 정말 어이없는 질문이다. 당신도 그런 질문을 받아본 적이 있는가? 그건 살아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실감하게 하는 질문이다. 그 질문은 삶 자체를 하찮은 것으로 만든다. 만약 이렇게 말하는 게 가능하다면, 그 질문은 삶을 부차적인 것으로 밀어낸다. 살아 있다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듯이. 또다른 공물을 지불해야 한다는 듯이. - p. 161 그리스 사람 중.

2016. Ap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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