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나무 시리즈 N°(노벨라) 10
서유미 지음 / 은행나무 / 2015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결국은 모든 종류의 감정이 와해되고 염증을 유발한다.

어쩐지 결말을 알고 보는 영화같은 이야기.

삶이란게 아무일도 아무 걱정도 생기지 않을 수는 없을 지언정,

어찌하여 이런 찌질한 비극의 방향으로만 스멀스멀 기어가나.

2015. Sep.

승진이 만든 손나팔 때문에 여자와 정희는 소리 내어 웃었다. 여자는 자신의 웃음소리가 낯설었지만 멈추지 않았다. 웃거나 울어도 현실이 변하지 않을 거라면 웃는 편이 낫겠지, 싶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진짜로 웃는 게 아니라 웃기로 선택하는 걸까. - p. 11

잠시 숨을 곳이, 멍하게 앉아 마음을 가라앉히며 울먹이거나 실제로 좀 울기도 하며 감정을 천천히 희석시킬 곳이 없다는 게 그녀를 서성거리게 만들었다. -p. 20

어떤 문제에 맞닥뜨릴 때마다 바닷가에 홀로 서 있는 기분이었다. 고민이 시작되면 먼 데서 크거나 작은 파도가 밀려왔다. 해변으로 오는 동안 어떤 문제는 별일 아니라는 듯 잔잔해지며 발에 닿지 않은 채 흩어졌고 어떤 문제는 키를 높이며 무섭게 치솟은 뒤 바닥에 부서지며 발목을 삼켰다. -p. 31

따져보면 원인은 도처에 있다. 때로는 존재의 이유조차 파멸의 원인이 된다. -p.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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