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동네 82호 - 2015.봄
문학동네 편집부 엮음 / 문학동네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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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동네 계간지 82호 봄

좋았던 부분은 우선은 단편들(심재천의 퀸을 제외한) 과 황정은 작가론, 황석영 대담.

일단 황정은 작가의 정지돈 작가 인터뷰는 매우 좋았는데다, 정지돈의 ˝건축이냐 혁명이냐˝ 를 읽던 당시을 떠올리는데 아주 적절한 인터뷰. 황정은 작가의 감상 포인트와 매우 유사한 지점에 공감했으므로 흥미로울수 밖에 없는데다 예의 그 황작가의 말투. ;) 좋다 좋아. ㅎㅎ

황정은의 작품들을 오밀조밀 들여야 보는 작가론도 충분히 흥미로웠다.

황석영의 한국 명단편 101은 천천히 한권씩 읽으리라 막연한 계획만 가지고 있었는데. 아마 이 대담을 읽은 계기로 곧 시작하지 않을까 싶다.

계간지를 읽는 즐거움은 어디에도 출판되지 않는 작가들의 단편 혹은 연재를 읽는 일인데. 매우 드문 경우로 심재천의 퀸은 싫은 기분이 들었다.
아무래도 여성이라는 자의식과 관련된 거부감이 아니겠는가 라고 생각하고 있기는 한데...
전부터 거슬리는 소설의 말하는 방식중 하나인, 남성 작가의 여성화자 소설이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
`목 잘린 시체 옆에서 자신의 생식기부터 체크하다니. 이런 게 여자라는걸까.` 라는 대목에서 온몸에 오소소 돋는 경멸의 소름....
소설의 한 구절을 가지고 그 작가의 작품 전체를 평가할 순 없겠으나, 이 한 구절로 인해 그 작가의 과거와 미래의 모든 작품들이 싫어질수는 있는 일이니까. (다시 말해 이것은 독자로서의 내 취향 나의 호불호이니, 당신이 해당 작가라면 모를까, 아니 설사 작가 자신이라도 나에게 뭐라고 할 부분은 아니겠다)

그리고 특집으로 꾸려진 우리의 아이들은 철저하게 비관심 분야여서 잘 읽히진 않았다는 후기.

그리고 장편 연재는 감질맛 나서 못 참겠...;; 그냥 손에 책 한권 들고 후르륵 읽어버리고 싶은 조급증이 자꾸....

뭐 이런 단상들을 남긴 2015. 봄호.

언제나 처럼 여름호가 도착하고 나서야 읽었다.

2015. Jun.

아무리 나태하고 둔감하게 살아도, 그러다 경쟁에서 도태되도, 스스로 줄을 자르고 매듭을 지어 그물 같은 것을 엮어야 하는 상황에까지 처하지는 않을 거라는, 내가 맨시멘트 바닥에 거꾸로 떨어져 바스라지기 전에 누군가 혹은 무언가가 나를 받아줄 거라는, 거의 생리적인 것을 가까운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믿음은 지금도 여전히 유효 한가. 특히 지난해 4월 이후 그것은 믿음으로서 기능하고 있는가. 최악의 상황이 되면, 누군가가 떨어지는 나를 받아줄 것인가. 나는 누군가의 그물이 되어줄 수 있는가. 나는 그렇게 살고 있는가. - p. 24, 윤이형 침묵의 그물 중

지돈은 두차례 모두 김두식 선생에게는 인사를 하고 내게는 하지 않았다...... 나도 예민하다..... 기억해두겠다고 생각했고 기억해두었다. 오늘 같은 날이 드디어 도래했으니 오래 마음먹은 대로, 울려버리겠다...... - p. 72. 황정은의 정지돈 인터뷰, 모든 크레타인은 거짓말쟁이 중.

그리고 지금 여기에, 그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다. 우리는 왜 애꿎은 사람들에게 화를 내는지에 대해서. - p. 233, 이기호. 권순찬과 착한 사람들 중.

해가 바뀐 지금, 이 글을 쓰기 위해 넉 달 전의 저 파일을 열어 보면서 나는 또 한번 당황하고 만다. 윗 글을 쓸 때의 그 자괴감 마저도 벌써 희마해졌기 때문이다. 요컨대 나는 2014년 4월에 비통함을 9월에 잊었고, 9월의 자괴감을 이듬해 1월에 잊은것이다. 이제 나는 "세월호"라는 단어 앞에서도 담담할 수 있게 되었고, 그런 나를 특별히 괴로워 하지도 않는다. 이것은 게으름이 아니라 무능함일까. 그렇다면 나는 포기한 것이 아니라 실패한 것이다. 이 모든 사실들을 나는 인정하면서, 그렇다면 그 다음 할 일이 무엇인지를 생각한다. 실패한 사람은 그 실패의 구조와 원인을 성찰해야 할 것이다. 그것 밖에는 할 자격이 없기 때문이다. - p. 405. 신형철, 감정의 윤리학을 위한 서설 1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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