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에 대한 고집
다니카와 슌타로 지음, 요시카와 나기 옮김, 신경림 감수 / 비채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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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스스로 언급하듯 조금은 유치한 감각으로 이웃 시인으로 소개하고 있다.

일본의 소설에 비해 시는 그다지 잘 아는 편이 못되어서 대표시인이라는 다니카와 슌타로를 읽었다.

읽으려고 보니 나는 이미 언젠가 슌타로를 읽은 적이 있었다. 크게 기억에 남지 않았으니 누구를 탓해야 할까 하다 근래에 심각한 자존감의 상해를 입은 일이 있는 관계로 시인의 탓을 하고 넘어간다.

그러나
네가 있던 여름이 아닌 또 다른, 전혀 다른 여름을 말하는 수 있는 시인은 좋아할 수밖에 없는 구석이 있는 것이다.

더군다나 시인인 척 하지만 자신은 시인이 아니라고 말할 때는 더더욱.

2015. Jun.

투명한 과거의 전철역
유실물센터 앞에서
나는 더욱 슬펐다
- 슬픔 중

평범한 남자는 평범한 줄을
평범한 여자의 평범한 목에다
평범하게 감고 평범하게 졸랐다
- 평범한 남자 중

해질녘 - 부질없는 노래(1985)에서

해질녘에 집에 갔더니
현관에 아버지가 죽어 있었다
별일이 다 있네, 하고
아버지를 넘어 안으로 들어가봤더니
부엌에 어머니가 죽어 있었다
가스레인지 불이 켜져 있길래
불을 끄고 스튜의 맛을 보았다
이런 식이면
형도 죽었을 거야
아니나 다를까
욕실에 형이 죽어 있었다
이웃집 아이가 거짓으로 울고 있다
국수 배달 오토바이의 브레이크가 끽끽거린다
평상시와 다름없는 해질녘이다
내일이 아무 소용 없는 것 같은

장례식에는 미래 따위 없으니 아무것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미래를 생각해서 우울해 질 일도 없다. 미래를 생각해봤자 기껏해야 죽은 사람이 갔을 사후세계란 어떤 것인가 하는 정도인데, 이렇다 할 정답이 없으니 마음이 무척 편하다. - 장례식에 대하여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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