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
리베카 솔닛 지음, 김명남 옮김 / 창비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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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든다.
맨스플레인라는 기발? 한 용어의 등장에 기여한 글.

웬 남자가 저자를 가르치려 들었던 우스꽝스런 사례로 시작되어 강간과 살인에 대한 이야기로 맺게 된다.

50여페이 읽었을까. 쉽표도 없이 튀어나오는 강간 사례에 숨이 막힌다. ㅡㅡ
강간의 연대기랄까.

6장 울프의 어둠은 언급해야만 하는 울프와 손택에 관한 것인데. 앞서 장들의 선명하게 드러나는 치욕과 폭력의 역사에 비하여 어느 정도 관념적일수밖에 없었겠다. 그 희미함을 조금더 밝은 빛으로 이끌어냈어야 챕터간의 갭을 조금이나마 줄일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이 책은 페미니즘 운동이 어떤 식으로 나아가야하는지에 대해서는 설명을 아낀다. 다만 현실 속의 부당한 폭력을 언급하면서 주위를 환기시키길 요구한다.

희망적인 노력과 선언들을 언급하며 갈길이 있고 그 길이 암흑 속이지만은 않다고 말하고 있다.

비록 주위를 돌아보면 한숨뿐인 일들이 넘쳐나지만 언젠가는 정말 평등한 시절이 올까.

2015. May.

어쩌면 그 교만은 전쟁 때문이었을 지도 모르겠지만, 내가 말한 이런 증후군은 거의 모든 여자들이 매일 치르고 있는 전쟁이며 여성 내면에서도 벌어지는 전쟁이다. 자신이 잉여라는 생각과의 전쟁이고 침묵하라는 종용과의 전쟁이다. -p. 16

나를 가르치려 드는 남자들은, 수태를 연상시키는 음흉한 비유라 할 만한 관점으로, 나를 자신들의 지혜와 지식으로 채워야 할 빈 그릇으로 본다. 프로이트주의자라면 아마 이 대목에서 그 남자들에게는 있고 내게는 없는 것이 뭔지 안다고 주장하고 나설 테지만, 지성은 가랑이 사이에 있는 게 아니다. 당신이 설령 여성이 격는 교묘한 예속에 관한 버지니아 울프의 유려하고 음악적인 문장들을 당신의 자지로 눈위에 써내려갈수 있다 해도 말이다. -p. 23

미래는 어둡고, 나는 그것이 미래로서는 최선의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p. 122

손택은 자기 자신과도 논쟁한다. 자신이 이전에 기념비적 저서 사진에 관하여에서 사람들은 잔혹한 이미지를 거듭 접하면 무감각해지기 마련이라고 말했던 것을 철회하며, 어떻게 하면 우리가 그것을 계속 바라볼 수 있을지를 고민한다. 왜냐하면 잔혹함은 언제까지나 사라지지 않을테고, 우리는 어떻게든 그것을 계속 다뤄야 하기 때문이다. -p. 128

나는 거의 똑같은 기사나 블로그 글을 쓰고 또 써야 한다는 게 죽도록 진저리 난다. 그러나 나는 써야 한다. 어떤 사건이든, 이런 범죄의 핵심에는 젠더에 기반한 폭력이 놓여 있기 때문이다. 그 동기부여 요인을 빼놓고 말한다는 것은 사람들로 하여금 문제의 사건에 대해 온전하고 정확한 그림을 그리지 못하게 막는 것이다. 더 나아가 폭력을 이해하고, 경고 징후를 인식하고, 향후 비슷한 학살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필요한 분석과 맥락을 놓치는 것이다.-p. 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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