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엔 돌아오렴 - 240일간의 세월호 유가족 육성기록
416 세월호 참사 기록위원회 작가기록단 엮음 / 창비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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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수 있는 일이라곤 그저 이야기를 들으려하고 책이라도 읽으려 하는 것.

막상 책장에 꽂은 이 책을 읽기가 두려웠다.

불보듯 뻔하게 눈물 콧물 흘리게 될테고, 갑갑한 마음에 화가 날 것이기 때문에.

그런 책이어서. 마음을 다잡고 읽었다.

예상은 빗나가지 않고 첫 장부터 마지막 장까지 아득하기만 하다.

책 한두권 사 읽는 것으로 무엇을 할 수 있겠느냐만

그래도 잊지 않으려는 최소한의 몸부림.

세상은 교활하고 정의로운 것과는 거리가 한참 멀지라도.

사월들어 책 읽는 일이 더뎌지고 힘들었지만

이 책은 쉬어가며 읽을수 없었다.

한 글자 한글자. 유가족들의 한마디를 돌에 새기듯 마음에 꾹꾹 눌러담아 읽었다.

이런 마음이 나만이 아니길 바라면서.

2015. April.

밑동만 남은 나무는
물을 주어도 햇빛을 주어도 소용이 없다
추억을 지키고 싶다면
나무를 끌어안고 봐보아라 - 단원고 2학년6반 신호성

우리 아들만 못찾으면 어떡하지... 죽었어도 좋으니 못 찾는 거보다는 찾아서 몸뚱이라도 찾아 만났으면 좋겠다. 이 생각밖에 없었어요. 포기하고 나니까, 나온 것이 그렇게 고맙고 감사하더라구요. 그래서 짐 챙기면서 그랬어요. "하느님 고맙고 감사합니다. 돌아와줘서, 아들, 고마워." 옆에서 다들 부러워하더라구요. 이게 부러워 할 일인지. 그런데 그게 부러워요, 거기에선. 그리고 서로 축하를 해요. 이게 말이 돼요? 그런데 그래요. 그러니 내가 미치겠는 거예요. 내가 왜 이게 감사해요? 도대체 왜? 그런데 감사하다고 하고, 아 미쳤구나. 뭐가 감사해. 죽어서 나오는데 뭐가 감사할 일이야. 이게 미친 세상이지. - p. 29

여기서라도 우리 아이가 이렇게 살다 갔다는 이야기를 남기고 싶어요. 우리 아이도 소중하다는 걸, 우리 아이도 정말 사랑스럽고 예쁜 아이였다는 걸, 그런 아이가 세상에 왔다가 갔다는 걸. 저는 그거 하나예요. 사건의 단추가 어디서부터 끼워졌고 어디서 끝날지 모르지만, 그 과정에서 잘못한 사람들이 제발 미안해하는 마음이라도 가졌으면 좋겠어요. 미안하다는 말을 듣더라도 우리 가족이 달라지는 건 하나도 없겠지만.... 아, 그래도 미안해하기는 해야죠. - p. 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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