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쿠라노소시
세이쇼나곤 지음, 정순분 옮김 / 갑인공방(갑인미디어) / 2004년 8월
평점 :
품절


어느 책에선가 잠시 언급된 마쿠라노소시를 보고 한번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에 시작.

짧은 단가들로 구성되어 있고, 그 해설이 달려있는 형태.

일본의 고전에 대한 호기심이랄까. 그런게 있었다.

겐지 이야기를 읽어볼까 하던 중에 10권이라는 분량에 이미 사들여 놓은 전집류도 좀처럼 손에 못대고 있는 현실을 자각하고 그 호기심 조용히 접어놓고 있던 참이었다.

천년 전의 궁중문학 마쿠라노소시는 겐지이야기와 비교해 훨씬 간결하고 선명한 감정이 드러나 있다고 마음이 동했다.

이 글을 쓴 세이쇼나곤(데이시 후궁, 11세기 초 헤이안 시대)은 집안이 몰락하고, 권력에서도 한참을 밀려 입지가 위태로운 상황이었다는데, 이토록 밝은 기운으로 쓴 책이라니 아무래도 자신의 초라함을 잊기 위한 수단이어었던 것 같다.

데이시 후궁은 지방 귀족의 딸로 고위직 궁녀인 여방으로 발탁되어 궁중으로 출사를 했다가 후궁이 되었는데, 당시 일본 귀족 여성의 사회 활동의 일면을 볼 수 있고, 당시 남녀의 연애, 결혼 풍습도 엿볼 수 있어 좋다.

미추, 상하계층에 대한 호불호가 직설적으로 표현되어 있어, 신분사회가 가지는 세계관의 한계가 보이기는 하지만,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일본인을 가정하고 본다면, 매우 도전적이기까지한 표현력이라고 생각된다.

은밀한 곳의 멋(70단)
사람 눈을 피해 간 곳에서는 여름이 가장 운치 있다. 밤이 짧아서 한숨도 못 잔 채 새벽을 맞이하노라면 서서히 날이 밝아오면서 주변이 약간 서늘하게 보인다. 밤새 못 다한 얘기를 계속하고 있으면 갑자기 파드득 머리 위로 까마귀가 높이 날아가, 혹시 들키는 것은 아닐까하고 가슴이 두근두근한다.
또한 겨울 밤 아주 추울 때 사랑하는 사람과 이불 속에 파묻혀서, 저 멀리서 그윽하게 들려오는 종소리를 듣는 것도 정취가 있다. 그런 때면 닭이 처음에는 부리를 날개 속에 처박고 울어서 그 울음소리가 아주 멀리서 들리다가, 날이 밝아옴에 따라 점점 가깝게 들려온다. -p. 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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