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각의 계절
권여선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5월
평점 :
품절


인간에 대한 환멸이 이렇게나 커다란 작가가 언제나 인간에 대해 커다란 연민을 가진 글을 쓴다는 것이 신기하다.

글이 잘 써지는 때는 거의 없다고 말하는 작가에게 글쓰는 힘?을 좀 보태주고 더 자주 읽을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어텐션 북이 같이 묶여 나와서 읽는 즐거움이 커졌다.

- 독자 여러분에게
이번 소설집의 제목은 <하늘높이 아름답게>의 마지막 문장인 ‘각각의 계절을 나려면 각각의 힘이 필요하지요’에서 왔습니다. 살면서 보니, 어느 시절을 살아내게 해준 힘이 다음 시절을 살아낼 힘으로 자연스레 연결되지 않는 경우가 만더라고요. 다음 시절을 나려면 그 전에 키웠던 힘을 줄이거나 심지어 없애거나 다른 힘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걸 느꼈습니다.
그러니까 어떤 힘은 딱 그 시절에만 필요했던 것인데 계속 그 힘으로만 살려고 하다 추해지기도 하고 망하기도 하고 그러는 것이죠.
우리가 한 생을 살아내려면 한 힘만 필요한 게 아니라 각각의 시절에 맞는 각각의 힘들, 다양한 여러 힘들이 필요한 것 같아요.
이를테면 봄 여름 가을 겨울도 원래는 자연의 단일한 흐름일 뿐인데 우리가 그것을 나려면 각각의 다른 힘이 필요하니까,
봄엔 쟁기질을 하는 힘, 여름에는 더위를 무릅쓰고 가꾸는 힘, 가을에는 수확하는 힘, 겨운엔 버티는 힘 등이 필요해서 인간이 자연의 흐름을 분절해 각각의 계절로 다르게 네이밍 하게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들고요.
그러니까 자연의 ‘각각의 계절’은 인생의 ’각각의 시절‘ 같은 의미입니다. 각각의 계절을 나려면 각각의 힘이 필요합니다.
독자 여러분도 새로운 계절에 맞는 새로운 힘을 길어내시길 바랍니다. 2023. 권여선

- 나를 지키고 싶어서 그래. 관심도 간섭도 다 폭력 같아. 모욕같고. 그런 것들에 노출되지 않고 안전하게. 고요하게 사는 게 내 목표야. 마지막 자존심이고. 죽기 전까지 그렇게 살고 싶어. - 실버들 천만사 중

- 베르타는 가을 저녁의 찬 기운에 오싹함을 느꼈다. 자신이 왜 그들과 계속 만남을 이어왔는지가 분명히 이해되었다. 참 고귀하지를 않다. 전혀 고귀하지를 않구나 우리는...... 베르타는 카디건 앞섶을 여미고 종종걸음을 쳤다. 한 계절이 가고 새로운 계절이 왔다. 마리아의 말대로라면 새로운 힘이 필요할 때였다.
각각의 계절을 나려면 각각의 힘이 들지요, 사모님. - 하늘 높이 아름답게 중

- 사람은 절대 그렇게 무구하지 않다. - 무구 중

- 나는 어지간한 고통에는 어리광이 없는 대신 소소한 통증에는 뒤집힌 풍뎅이처럼 격렬하게 바르작 거렸다. 턱없이 무거운 머리를 가느다란 목으로 지탱하는 듯한 그런 기형적인 삶의 고갯짓이 자아내는 경련적인 유머가 때때로 내 삶에서 나도 모르는 사이에 발사된 건 아니었을까. - 기억의 왈츠 중

2023. may.

#각각의계절 #권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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