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제14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이미상 외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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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작가상을 수상하는 작품들을 보면
문학적 의미와 성취는 물론이고
지금 이 순간 이야기해야 할 것들의 소재들이 틀림없이 등장한다.

여성의 이야기, 노동의 이야기, 소수자의 이야기, 장애의 이야기
그리고 돌봄 노동에 대한 이야기들이 그렇지 않은가 싶다.

이미상의 소설에서 환영받지 못한 막내딸의 존재는
대한민국의 노년을 부양하고 돌보는 이들의 삶이 얼마나 지워져 있는지 새삼 느끼게 한다.

대장작인 모래 고모와 목경과 무경의 모험도 좋았고,
요카타와 버섯 농장도 좋았다.

요즘 문학동네의 신간들에 코멘터리 북이 별책으로 나오는데(한국문학) 이것도 좋은 기획인것 같다. 사는 책에 딸려있다면 꼭 받고 있다.

- “네가 못해서 그래. ‘결정적 순간’을 만들어내는 건 소신이 아니라 능력의 문제야. 할 줄 아는데 안 하는 거랑 못해서 못하는 건 깔이 다르단다.”
“언니.”
동생의 목소리는 부드러웠다.
“못해서 못하니까 좋은 거예요. 무능해서 귀한 거예요. 잘하는데 억지로 안 하는 사람은 반드시 흔적을 남겨요. 자기 절제라는 고귀한 희생에는 어쩔 수 없는 인위가 묻어난달까요? 하하하. 세상이 그렇게 공평하답니다!” - 11, 이미상 , 모래 고모와 목경과 무경의 모험

- 환영받지 못한 막내딸. 처지는 자식. 결혼하지 않고 부모와 살며 무상으로 가사와 돌봄과 간병 노동을 제공하고도 끝까지 용돈말고 자기 재산은 갖지 못한 사람. 종합병원 진료일이면 부모가 비굴한 얼굴로 거실 한 번 자기 얼굴 한 번 보며 “그래도 나 죽으면 이거 다 네 거 아니겠니” 거짓말하는 꼴을 봐야 했던 사람. 다 알면서도 “엄마, 가요” 웃고 말던 사람. 이따금 수틀리면 가출하곤 하다가 아예 사라져버린 집안의 사고뭉치. 고모의 마지막 모습은 이랬다. 엄마를 모시고 종로 3가역 9번 출구에서 종로 12번 마을버스를 기다리다 사라져 영영 돌아오지 않았다. - 15, 이미상, 모래 고모와 목경과 무경의 모험

- 잃음을 연습한다. 안 잃을 수 없기 때문에. 내가 믿지 못하는 것은 나 자신이다. 지금부터 잃음을 연습해버릇하지 않으면 못 받아들이지 않을까. 작년에 할 수 있었던 일을 올해 못하게 되었을 때 치미는 화에 스스로 무너지지 않을까. 어떻게든 더는 안 뺏기려고, 오로지 그 방법만 짜다가 인상이 아주 더러워지지 않을까. 삶을 ‘잃음’쪽으로 돌리지 않으면 나보다 먼저 그 대열이 속한 이들을 미워하고 피하고 마치 나는 영원히 그 일원이 되지 않을 수 있다는 듯 오만을 떨게 되지 않을까. 글은 몇 살에 못 쓰게 될까? 아는 언제 문학을 잃을까. 나는 왠지 무언가를 포기해야지만 아주 소중한 것의 상실을 지연시킬 수 있을 것 같다고 느낀다. - 71, 이미상의 자전 에세이, 코멘터리 북
2023. apr.

#제14회젊은작가상수상작품집 #이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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