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이름을 부른다면
김보현 지음 / 은행나무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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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 아포칼립스지만, 조금 귀엽고, 다정하고 친환경적이며 목가적인? 이야기.

아물지 않는 상처를 가진 펜싱 소녀 원나는 시상대에 오르기 싫어 4등만 하는 아이. 그러나 마을 어른들의 다정한 돌봄으로 좌절할 틈없이 살아간다. 그러다 닥치는 좀비의 세계 속에서 살아남고, 사랑하는 멋진 소설이다.

식물인간이었고, 심한 부상으로 생명이 위협받는 상황일 때, 좀비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추후 백신으로 부활? 할 수 있는건 좀 멋진거 같다.

그리고 아무리 귀엽고 다정한 이야기라도 등장하는 약자위에 군림하려는 자들과, 편협하고 삐뚤어진 생각에 함몰된 자들이 등장하는데, 사실 등장만으로도 너무 짜증이 났다. 안보고 싶었달까.

- 모두가 필사적으로 노력한다. 끝까지 살아남아서 어떻게든 시상대에 올라가려고. 그걸 우습다고 생각해서는 안 되는 거야. 내 말 무슨 뜻인지 알겠냐.
네.
원나는 조그맣게 대답했다. 잘 알고 있었다. 철종이 어떤 마음으로 이런 말을 하는지 역시 짐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맹세컨대 단 한 번도 그런 마음을 우습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다. - 62

- 원나가 유미를 안고 일어서는데 마리아가 입을 열었다.
“원나, 우리가 원나를 돌아가며 괴롭혔습니다ㅏ. 미워서 그런 것 아닙니다. 나중에 말하려고 했습니다. 모두가 우리들의 마음이었습니다. 이제 원나가 혼자 돌아가면서 우리 모두를 괴롭혀야 합니다. 꼭 그래줘야 합니다.”
원나는 마리아가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정확한 의미를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원나는 알았다고, 무조건 그렇게 하겠다고, 괜찮다고, 고개를 주억거렸다.
(...)
원나의 머릿속에서 기억의 파편들이 하나씩 맞춰졌다. 아무 때고 전화해서 귀찮게 한다고만 생각했는데. 그러고 보니 한꺼번에 여러 개의 일을 한 적은 없었다. 곤란할 정도로 힘든 일이나 무리가 되는 일 역시 없었다. 부탁 받은 물건을 기껏 사 들고 갔더니 창고나 마루 밑에 똑같은 게 있던 적도 많았다. 모든 게 노인네들의 건망증이나 부주의함이 아니라 계획된 것이었다는 소리였다.
“원나한테 심부름 시켜야 원나가 자꾸 움직이고, 자꾸 움직여야 웃을 수 있고, 원나가 웃어야 우리가 모두 행복합니다. 그래서 그런 겁니다.” - 155

- 돌아가며 괴롭혔다는 마리아의 말이 원나의 귓가를 맴돌았다. 마을 사람 모두를 돕고 있다는 우쭐한 기분에 도취되어 있었는데 사실은 그조차도 빚진 것이었다. - 158

- 원나는 주춤주춤 움직이는 마리아의 어깨를 눌러 앉힌 뒤 텔레비전 위에 올려놓은 펜싱 마스크를 뒤집어썼다. 마리아가 그랬다. 이제 원나 혼자서 마을 사람들 전부를 ‘괴롭혀야’한다고. 원나는 마리아를 번쩍 안아 올렸다.
‘진짜 가만 안 둘 거예요. 각오하세요!’ - 159

- ”그래. 꼭 만들어. 성공하면 그땐 진짜 오빠로 인정해줄게.“
사소한 욕망과 계획을 가져야 한다고. 그래야 생활에 활력이 생긴다고 철종도 늘 말했다. - 240

2023. jul.

#누군가이름을부른다면 #김보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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