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나쁜 일 오늘의 젊은 작가 37
김보현 지음 / 민음사 / 2022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오랫만에 찾은 좋은 작가.

민음사의 젊은 작가 시리즈는 딱히 작품이나 작가때문에 읽는다니 보다는 뭔가 찾아내지 않을까 하는 궁금증에 읽기 좋은 시리즈다.
원래 좋아하던 작가의 중편을 만날수도 있고 이렇게 새로운(나만 몰랐던 것 뿐이지만) 좋은 작가를 만나기도 한다.

눈을 떼지 못하고 한숨에 전력질주로 읽은 소설이 오랫만이었다.


- 돈이 없으면 살 수도, 죽을 수도 없는 이상한 나라. 그 이상한 나라에 자꾸 자신만 혼자 남겨지는 기분이 들었다. - 27

- 사랑, 아니 슬픔 때문에 사람이 미칠 수도 있는 걸까? - 70

- 정희는 고통과 시련을 통해 단단해지는 류의 인간이 아니었다. 하다못해 맷집조차 만들지 못했다. 사나운 운명이 정희에게 남긴 것은 트라우마와 두려움, 그리고 그녀 자신 말고는 아무도 그녀를 불쌍히 여기지 않는다는 초라한 자기 연민뿐이었다. - 82

- 정희는 고개를 저었다. 그럴 가능성은 현실적으로도 확률적으로도 희박했다. 그녀의 삶이 그런 판타지로 작동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정희는 문득 억울해졌다. 어째서지? 한 번쯤은 그래도 되잖아. 인생에 딱 한 번쯤은. - 122

- 하지만 언젠가부터 그는 투박한 진심에 감동하는 것보다 공들인 형식에 마음이 흔들리는 일이 더 많아졌다. 알맹이 없는 말과 행동, 순도 100퍼센트의 가식에는 더 지독한 노력이 필요했다. 다른 사람을 위해 한 번 더 생각하고 자신을 검열하며 애쓰는 건 욕 먹을 일이 아니었다. 남에게 여과 없이 드러내도 좋을 만큼 아름다운 진심을 간직하기 어렵다면 그걸 감추려는 노력이라도 해야 했다. - 179

- 좀 더 준비가 필요한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뭘 어디까지 얼마나 준비해야 했을까. 그걸, 기다려 줬을까. 정희는 그런 식의 낙관이나 희망을 가질 수 없었다. 그녀가 뭔가를 기대하고, 결국 실망하고, 체념했다가 다시 어떤 실마리를 찾아 더듬거리는 동안 진실이 멀리멀리 달아날 것만 같았다. 끊임없이 그녀를 덮쳐 오는 사나운 인생의 파도를 잠재우기 위해, 그녀는 스스로를 공양하기로 했다. 그렇게 해서라도 제대로 알고 싶었다. - 332

- 의신은 흐려지고, 의지는 산산이 흩어지고, 희망은 전부 바닥에 떨어져 다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 철식이 록혜에게 말했었다. 마음속에 못 하나만 박아. 그럼 다시 하나, 둘 걸 수 있다. 떨어진 것을 먼저, 흩어진 것을 그다음에, 나중에는 흐려진 것도 붙잡아 걸 수 있게 된다고...... - 357

2022. aug.

#가장나쁜일 #김보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