랑과 나의 사막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43
천선란 지음 / 현대문학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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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시대에 만들어져 사람을 살리는 일을 했던 로봇이 모래에 파묻혀 있다 랑에게 발견되어 고고가 된다.
인간의 탐욕으로 망가져 버린 49세기엔, 남아 있는 사람들 조차 점점 사라져간다. 파편처럼 흩어져 겨우 연명하는 삶이 끝나면 더 이상 그 뒤를 이어나갈 사람이 없기 때문.
결국 로봇인 고고만 남아있는 쓸쓸한 세계가 이 이야기이다.

내내 쓸쓸하다. 고고의 여정이 길고 지난하지 않길 바란 작가의 마음이 백분 이해된다.


- 현인류는 이전 인류를 증오한다. 그럼과 동시에 선망한다. 반짝이던 문명의 전성기를 누렸던 이들을, 49세기가 존재하리라 믿지 않았을, 어쩌면 그때를 생각할 필요도 없던 시대를. - 33

- ‘나는 이게 더 마음에 들어. 그러니까 이걸 고고가 가져.’
‘마음에 드는 걸 가져야 하는 거 아닌가?’
‘아니, 마음에 드느 걸 선물해야 해. 그래야 너한테 준 걸 내가 보고 싶어서 자꾸 너를 보러 오지.’
그렇게 말하면서도 랑은 내게 내민 조개껍질에서 눈을 때지 못했다. 나는 랑이 준 조개껍질을 받아 다시 랑의 손바닥에 올려주었다.
‘그럼 랑이 이걸 가져야지. 나도 이게 마음에 들거든.’ - 41

- “자네가 왜 그렇게 이해할 수 없는 게 많은 줄 아나?”
“우주에는 기본적인 법칙이 존재하는데 생명이 많은 변수를 만들어 가능성을 증폭시키기 때문이지.”
“인간도 아는 게 없어서야.”
버진이 웃으며 단호하게 말한다. - 64

- 여러 의미로 대단한지 않나? 인간이 망친 세상에서 살면서 인간을 믿는다는 게. - 70

- “네가 감정이 있다고 말하기 어려운 건 머쓱해서 아니야? 하지만 이제 누구도 너의 감정을 우습다고 말하지 않아. 너는 내가 보기에 꼭 인간 같아.”
“아니. 나는 내...... 인간이 되기...... 원하는 게 아니다.”
“아아, 미안. 맞아, 굳이 인간일 필요는 없지.” - 134

- 고고의 여정이 너무 길고 지난하지 않게 그리고 싶었습니다. 고고는 삶의 목적을 잃고 떠나지만 메마른 사막에서도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무언가를 나누고 희망을 봅니다. 상실된 마음의 여정도 이러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짧은 여정을 엮어 보냅니다. - 작가의 말

2023. feb.

#랑과나의사막 #천선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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