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김승옥문학상 수상작품집
편혜영 외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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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혜영의 현실에 대한 가차없는 글쓰기가 여지없이 드러났다. 그런 점을 좋아한다.

여섯 작가의 모든 작품이 빠짐없이 좋았다.

- 곳곳에 버려진 비닐 무더기를 보자 고등학교 교실에 두고 온 방석이 생각났다. 솜이 다 꺼진 그 방석은 누가 버렸을까. 그 시절 우리는 모두 비슷한 모양의 방석을 깔고 가까운 자리에 앉았다. 인생의 어느 시기가 되면 알아서 다른 자리를 찾아갈 줄 알았다. 그때 우리가 가능하리라 여겼던 인생은 다 어디로 갔을까. 애초에 그런 것이 있기는 했을까. - 포토밭 묘지, 편혜영

- 올여름에는 왠지 포도를 먹지 않았다. 캠벨 포도가 잘 보이지 않아 어쩐지 시큰둥해졌다. 언젠가 후진국일수록 검은 포도의 비율이 높고 중진국은 푸른 포도, 선진국은 빨간 포도의 비율이 높다는 기사를 읽고 조금 놀란 기억이 난다. 농작물 재배란 기후와 토양 같은 자연환경의 산물이라고 여겼던 것이다. 그것이 곧 자본이라는 생각은 뒤늦게 들었다. - 작가노트, 편혜영

- 지금까지 나의 저울은 누군가가 주장하는 진심 쪽으로 기울어진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나는 인간을 연민한다. 모든 인간은 언젠가 죽을 수밖에 없는 존재다. 그 자명한 사실을 부정하기 위해 인간들은 쉬지 않고 헛된 이야기를 만든다. 그 임시방편의 이야기에 진심 같은 게 있을 리 만무하다. - 진주의 결말, 김연수

- 잠들 수 있을까 싶어 눈을 감았지만, 잠은 오지 않았다. 불도 꺼진 어두운 공간에 있었기 때문인지 안 좋은 기억만 계속 떠올랐다. 그럴 때마다 나는 좋은 생각을 했다. 예를 들면 아침 같은 것. 아침이 되어 떠오르는 태양 같은 것. 그리고 마침내 그 밤의 어둠이 모두 물러가는 일 같은 것. 다른 방법은 전혀 없었으므로 나는 그 좋은 생각에만 매달렸다. 다른 방법이 없는 사람에게 희망은 그토록 강렬한 것이었다. - 작가노트, 김연수

- “지금은 인간의 영혼을 시험하는 시대다.“
...... 하지만 언제라고 그러지 않겠는가? - 우리가 다리를 건널 때, 문지혁

2022. nov.

#2022김승옥문학상 #편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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