뾰족한 마음 - 지치지 않고 세상에 말 걸기
위근우 지음 / 시대의창 / 2022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이 나오면 응원하는 마음으로 사는 책들이 있다.
위근우의 책이 그런 종류.
이미 매체를 통해 접한 글들이 많지만,
이렇게 엮어져 나오는 의미가 퇴색되지 않게.
응원한다.

- 어떤 탐구든 대상을 관찰하기 위해 딛고 서야 할 일종의 고정점을 필요로 한다. 그 고정점을 고의적으로 무너뜨릴 때 일종의 카오스가 만들어진다. 서사적으로 구현한 혼란스러운 사건의 무작위한 연쇄와 관점의 부재에 의한 윤리적 혼돈이 교묘히 포개진 자리에서, 작품의 윤리적 무책임은 가려지고 극본의 높은 기술적 완성도는 문제의식의 성취로 포장된다.
나는 이것이 작품의 기만이라 생각하진 않는다. 다만 이걸 모른척 한다면 비평의 기만이 될 수는 있겠다. - 30

- 잔인함을 안전하게 즐기기 위해 구성된 가상의 세계안에 마치 인간과 세계의 본질에 대한 통찰이라도 있는 양 으스대거나 추켜세우는 것에 나는 호들갑보다 좋은 표현을 찾지 못하겠다. 그리고 현재 k콘텐츠 혹은 k드라마 열품에 대한 담론 상당수가 그러하다. -81

- 이 글은 하연수라는 배우가 지닌 발언에 스민 도덕적 가치를 설명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그가 조금이라도 덜 외로우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쓴 글이기도 하다. 어느 칼럼니스트의 글 한 편이 그의 마음에 위로가 되리라는 기대가 아니라, 누구든 그의 말과 글에 공감할 때, 그가 부당한 대우를 받는다고 생각할 때 그것을 아끼지 말고 표현하길 기대한 것이다. 누군가의 목소리를 통해 자신이 혼자가 아니라는 기분이 들 때, 당신 역시 혼자가 아니라는 메아리를 전해줄 수 있어야 한다. 사회적 연대는 공론장 안에서 의사소통적 영향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가장 근본적으로는 각각의 개인들이 서로를 통해 혼자가 아니라는 감정을 느끼기 위한 것이다. 불의를 보고 침을 뱉는 것만큼이나, 선의를 향해 손을 흔드는 것도 중요하다. - 91

- 예능 프로그램의 발화를 정당화하는 가장 흔한 논리는 그저 웃자고 한 말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바로 그 이유로 예능의 발화는 그것이 웃을 만한 이야기나 소재라는 것에 대한 입증의 의무가 생긴다. 이것은 사실에 대한 입증보다는 도덕적 입증에 가깝다. 무언가에 대해 웃어도 된다고 할 때, 그것은 비하의 맥락을 지닌 웃음인가 아닌가, 비하의 웃음이라면 그 비하는 도덕적으로 정당한가. 이런 입증 부담을 적극적으로 지지 않을 때, 거의 대부분의 경우 웃음의 기준은 도덕이 아닌 익숙함으로 정당화된다. - 192

- 다시 한번 위 글에서 이야기했든 ‘모든 남자가 다 그런 건 아니’라는 항변은 무가치하다. 그 항변은 옳고 그른 것을 떠나 수신자를 잘못 선택해서 틀린 발화다. 발화는 자신들의 폭력성과 여성혐오적 세계관을 아무 문제의식 없이 드러내는 남성들을 향해야 하며, 오직 그것만이 조금이나마 ‘모든 남자가 다 그런 건 아니’라는 것에 대한 증명일 수 있다. 자신의 목소리가 어딜 향해야 할 지 모른다면, 그것만으로도 ‘그런 남자’의 범주에 가까워진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 261

2022. sep.

#뾰족한마음 #위근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