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가 내 몸을 지나간 후 정희진의 글쓰기 4
정희진 지음 / 교양인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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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진의 글쓰기 네번째 책이다.

이전의 여기저기 글들 중 영화에 관련된 글들을 모았다.

본 영화도 있고 아닌 것도 있지만, 이 책에서 말하는 감상은 나도 거의 대부분 동의하는 종류의 것이다.

- 탈식민주의자 디페시 차크라바르티는 <유럽을 지방화하기>에서 ˝그간 길고 길었던 나의 귀향의 여정은 결국 헤겔에게도 가는 길이었다˝라고 썼다. 이 구절을 읽고 이 꼼짝달싹할 수 없는 진실 앞에 할 말을 잃었다. 부정하고 싶은 절망감이 나를 덮쳤지만, 그대로 몸에 각인되었다. ‘우리 것‘, ‘나‘를 인식하고 찾는 과정조차 ‘그들의‘ 언어가 없으면 불가능하다. 그래서 탈식민은 귀향이 아니라 다른 사회를 만드는 실천이다. ‘전통‘도 ‘현대‘도 기존의 것에 대한 문제 제기로부터 시작해야 하는 이유다. - 11

- 2022년 윤석열 정권이 무슨 심각한 가치관이 있어서 ‘여성가족부 폐지‘를 주장한 것이 아니다. ‘여성계‘를 포함해 한국 사회는 정치권, 시민 사회, 학계 등 모든 분야에서 인식론으로서 젠더의 지위가 매우 낮다. 젠더가 문제가 될 때는 정치인의 성범죄로 상대방을 공격할 명분이 생겼을 때 뿐이다. 그들은 성차별주의자가 아니다. 무엇이 성차별인지 ‘여성 우대‘인지 분별력이 없다. 그냥 젠더에 무지해도 되는 권력을 가졌을 뿐이다. 나는 이에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소통 불능 상황에 개입하는 행위는 진 빠지는 일이다. ‘백래시‘라는 분석도 과분하다. 지금 한국 남성 문화는 극소수 여성 인구가 과잉 재현된 ‘서울 강남에 사는 고학력 전문직 중산층 이성애자 금수저 여성‘을 조선 시대 여성과 비교하며 분노하고 있다. 한국 남성은 백래시의 주체가 아니다. 좋게 말해 문화 지체 현상이고, 예전처럼 ‘기 살려주기‘를 해 달라고 보채는 현상이다. - 44

- 스타에 대한 팬의 마음은 여러 가지다. 그냥 좋음, 존경, 선망, 소유욕, 반사회적인 짝사랑...... 이 가운데 스타를 숭배함으로써 자기 인생의 스트레스와 낙오자 심리에서 도피하려는 부류가 가장 위험하다. 정치인 팬덤이 위험하고 바람직하지 않은 이유가 여기 있다. 정치인 팬덤은 상대에 대한 사랑이 아니라 철저히 자기 문제의 발로인 데다, 사회를 망치기 때문이다. - 131

2022. aug.


#영화가내몸을지나간후 #정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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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16 01: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hellas 2022-08-16 01:15   좋아요 2 | URL
정희진의 글쓰기 시리즈 다 만족스럽고 개인적으로는 3권이 제일 와닿았어요. 이제 마지막 5권 읽을 차례예요. 좀 격한 의견 개진을 하는 분이지만, 틀린 소리는 안하는 저자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