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마트에서 울다
미셸 자우너 지음, 정혜윤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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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를 비교적 남들 보다 일찍 그러나 결코 어린나이는 아닌 시기에 병으로 잃은 작가.
몹시 여러 부분이 경험과 중첩되어 읽는 내내 눈물이 났다. 감정적으로 받아들이게 되는 이야기라 조금 힘든 독서였다.

누구나 겪는 가족의 상실이지만, 동일한 결의 경험 그것이 주는 감정의 충격이란.

음식과 연관된 추억들이 특히나 이민자의 자녀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생각해 보게 된다. 그 추억의 증폭제가 되어주는 H 마트를 공감하지 않을 수가 없다.

˝훌륭한 음식 앞에서 경건해 지고, 먹는 행위에사 정서적 의미를 찾는˝사람으로 길러진 저자.
음식의 다양성과 음식에 대한 진실성이 충분한 한국인이라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흔한 수식어 ‘loving‘이 아닌
엄마의 존재 그 자체를 지칭하는 ‘lovely‘.

이렇게 완전한 한권의 책으로 엄마를 추억하는 미셸 자우너가 조금은 부러웠다.

- 건조식품 코너에서 훌쩍이며 스스로에게 묻는다. 이제 전화를 걸어, 우리가 사 먹던 김이 어디 거냐고 물어 볼 사람도 없는데, 내가 여전히 한국인이긴 할까? - 10

-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부아가 나서 죽을 지경이다. 내가 생판 알지도 못하는 이 한국 노인에게 짜증이 난다. 이 여인은 이렇게 멀쩡하게 살아가고 있는데 우리 엄마는 그렇지 않다는 사실에 화가 치밀어 오른다. 마치 생면부지의 이 여인이 살아 남은 것이 내가 엄마를 잃은 것과 무슨 연관이라도 있는 것처럼. 누군가는 우리 엄마 나이에도 자기 엄마를 곁에 둘 수 있다는 사실에 골이 난다. - 14

- 엄마는 2014년 10월 18일에 눈을 감을셨는데 나는 매번 이 날짜를 잊어버린다. 왜 그런지는 잘 모르겠다. 그날을 기억하고 싶지 않아서인지, 아니면 우리가 함께 견뎌낸 어마어마한 시간에 비하면 정확한 사망일 따위는 너무 하찮게 느껴져서인지. - 24

- 은이 이모의 죽음에서 엄마가 가장 크게 배운 점은 항암치료를 스물네 차례나 받아도 죽는다는 사실이었다. 그것은 엄마가 굳이 겪어내고 싶지 않은 시련이었다. 처음에 암 진단을 받았을 때 엄마는 항암치료를 두 번만 받겠다고 결심했다. 그래도 진전이 없으면 더는 받지 않겠다고 우리에게 말했다. 만일 아빠와 내가 없었다면 그것마저도 시도했을지 의문이다. - 196

- 결혼식이 끝나고 다시 조용한 나날이 이어졌다. 결혼식이 엄마의 병을 기적적으로 낫게 하거나 아니면 엄마가 풍선처럼 허공으로 가뭇없이 사라져버릴 것만 같았는데, 막상 결혼식이 끝나고 나니 모든것이 제자리로 돌아와 있었다. 똑같은 병, 똑같은 증상, 똑같은 약, 똑같이 고요한 집. 모든 게 그대로였다. - 246

- 엄마의 장례식에 끝나고부터는 우리 집이 꼭 우리에게서 등을 돌린 것처럼 보였다. 엄마의 취향이 그대로 반영된 편한했던 공간이 이제는 우리 모두의 실패를 상징하는 공간처럼 느껴졌다. - 286

2022. apr.

#H마트에서울다 #미셸자우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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