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노래 -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시선집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지음, 최성은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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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뜨겁다.
들끓는 그의 마음은 그보다 더 했을테지만.

이 위력있는 시가 다시금 실제 일상을 비추는 시가 되지는 않기를 바란다.
몹시 위태로운 세계라서 안도할 수가 없다.

- 여기서 시를 기다린건 아니다 ;
내가 온 건
찾아내고, 낚아채고, 움켜쥐기 위해서다.
살기 위해서다. - 위령의 날 중

- 두려움 없이 가방에서 꺼낼 수 있는 한권의 책을 위해,
맑은 하늘 한 조각을 위해
우리는 투쟁한다. - 좀 더 많은 걸 위해 중

- <단어를 찾아서>

솟구치는 말들을 한마디로 표현하고 싶었다.
하지만 어떻게?
사전에서 훔쳐 일상적인 단어를 골랐다.
열심히 고민하고, 따져보고, 헤아려보지만
그 어느 것도 적절치 못하다.

가장 용감한 단어는 여전히 비겁하고,
가장 천박한 단어는 너무나 거룩하다.
가장 잔인한 단어는 지극히 자비롭고,
가장 적대적인 단어는 퍽이나 온건하다.

그 단어는 화산 같아야 한다.
격렬하게 솟구쳐 힘차게 분출되어야 한다.
무서운 신의 분노처럼,
피 끓는 증오처럼.

나는 바란다. 그것이 하나의 단어로 표현되기를.
고문실 벽처럼 피로 흥건하게 물들고,
그 안에 각각의 무덤들이 똬리를 틀기를,
정확하게 분명하게 기술하기를,
그들이 누구였는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지금 내가 듣는 것,
지금 내가 쓰는 것,
그것으론 충분치 않기에.
터무니 없이 미약하기에.

우리가 내뱉는 말에는 힘이 없다.
그 소리는 적나라 하고, 미약할 뿐.
온 힘을 다해 찾는다.
적절한 단어를 찾아 헤맨다.
그러나 찾을 수가 없다.
도무지 찾을 수가 없다. (전문)

2021. dec.

#검은노래 #비스와바쉼보르스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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