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젤라 - 1세대 페미니스트 안이희옥 연작소설 70년대부터 현재까지 역사가 된 일상의 기록
안이희옥 지음 / 열린책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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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세대 페미니스트 작가의 여성 역사 소설.

여러 세대를 아우르는, 여성으로서 겪을 수 있는 모든 부조리와 불의를 뚫고 살아 남은, 여성들의 고단한 삶.

읽다 보면 여성 서사가 언제나 일정 부분 그렇듯 답답한 마음이 들지만. 굳이 나 자신의 경험은 아님에도, 너무 많은 이야기를 듣고 읽어와서 트리거워닝이 필요할 만큼의 에피소드가 펼쳐진다.

논란이 되었던 드라마 설강화의 역사왜곡이 떠오르는 부분도 있다. 민주화운동에 간첩혐의 씌우기, 안기부 미화하기 등등을 비판하는 대목들.

결국 생존한 여성들의 삶이 안락하고 풍요롭지 못한 장면은 역시 답답하다.

- 왜 영웅심도 없는 사람이 그런 행동을 했느냐고요? 양심과 정의감 때문이죠. 저는 어릴 때부터 교육 받은대로 올곧고 정직하게 살려고 무척 노력했어요. 그러다보니 사회의 소모품으로 고생만 잔뜩하고 빈털터리가 됐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 사회에 대해서는 분노가 차올라요. - 18

- 갑자기 오래전에 입원했던 정신병동이 나타났다. 이건 아니야. 다시 갇히기 싫어. 안젤라는 도망칠 생각으로 뛰기 시작했다. 무거워 보여, 내가 들어줄까. 어디선가 소복을 입은 여인이 나타나 물었다. 누구세요? 정인숙이야. 박정권 때 의문사한 정인숙? 놀란 안젤라가 원고 뭉치를 꽉 껴안고 방향을 틀어 도망쳤다. 거긴 벼랑이야, 그쪽으로 가지 마. 누구시죠? 저번에 봤잖아, 궁정동 피해자. 독일에서 여성학 공부하고 있지. 거짓말, 정신병원에 있었으면서...... 누군가 안젤라의 어깨를 건드렸다. 돌아 보니 장자연이 입꼬리를 들어 올린 채 서 있었다. 나를 잊지 말아줘. 내 이야기를 써 줘 작가님. - 114

- 그 사람들이 저를 기계 속에 넣고 갈아서 흔적조차 없게 만들어 버리겠다고 협박했어요. 엄청난 공포와 혼란을 이나마 설명할 수 있게 된건 세월이 흐른 덕분이에요. 시대가 민주화된 덕택이죠. 그냥 민주화 된 게 아니고 숱한 투쟁과 희생이 있었지만...... - 131

- 무언가 부당하고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었지. 왜 여자들이 집회나 시위를 하면 취조방법이 이따위인가? 여자들에게 요구되는 전통적 규범을 벗어나기 무섭게 조롱하고, 비판하고, 나아가 멸시와 폭력까지 가하는 단단한 가부장제라는 암벽에 정면으로 부딪힌 느낌이었어. 한국사회에 내재하는 사상의 삼팔선 말고도 다른 차원에서 존재해 온 남녀간에 삼팔선을 맞닥뜨린 실감. - 288

- 작디 작으면서 큰 서사. 일상에서 광장으로, 광장에서 다시 일상으로 오가면서 소시민인 한 여성이 자신의 자리에서 지켜낸 것들에 관한 이야기랄까요? - 308

2021. dec.

#안젤라 #안이희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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