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의 밤을 떠나지 않는다 프랑스 여성작가 소설 1
아니 에르노 지음, 김선희 옮김 / 열림원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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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한한 일인 것이......
정말 내 취향의 글쓰기가 아닌 아니 에르노를 꾸준히 사 읽고 있다는 점.
취향은 아니지만 항상 좋고, 가끔은 너무 소름이 돋게 좋기까지 하다. 진짜 희한하다.

오직 자신의 욕구밖에 모르게 된 치매 노인을 바라보는 딸.

고통의 잔재로서의 글이라는 이 소설은,
가만히 고통의 기억을 불러 온다.
엄마......
분명 좋은 기억이 훨씬 많았는데, 죽음의 문턱을 넘나들던 아슬아슬하고 미어지는 기억만 더 크게 각인된 그 고통의 기억 말이다.
마음이 몹시...... 요동쳤다.

- 식당으로 들어서는 어머니의 모습을 보는 순간 저 모습이 내 것이로구나, 내가 바로 그녀라는 생각이 여지없이 밀착되어왔다. 어머니가 이렇게 생을 끝맺음한다고 생각하니 통렬한 고통이 밀려든다.-21

- 어머니는 일시적으로 제정신이 들자 ˝난 죽을 때까지 이곳에 있을 테다˝라고 말한 후 ˝난 네가 행복해지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가리지 않고 다했다. 그런데 그 때문에 너는 한층 더 불행했을거다˝라고 말했다.-26

- 이제는 모든 것이 뒤바뀌었다. 어머니가 나의 어린 딸이 된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녀의 어머니가 될 수는 없다.-31

- 죄책감을 간직한 채 살아간다는 건 생명이 멈추어버린 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 나의 삶의 고통과 죄책감으로 소멸되는 이치와 같은 것이다. ‘어머니‘는 곧 ‘나‘임을 실감한다. 나는 어머니가 글로 쓴 마지막 문장을 상기해본다. ˝나는 나의 방을 떠나지 않는다.˝-57

- 어머니는 항상 ˝넌 아직 어려서 아무것도 몰라. 앞으로 시간은 얼마든지 있어!˝라고 경고했지만 말이다. 그렇지만 시간은 결코 많은 것이 아니었다. 어머니에 관해 글을 쓴다는 것 자체가 필연적으로 글쓰기에 대한 본질적인 문제를 제기하게 만든다.-60

- 나는 어머니가 타고 있는 휠체어의 제동장치를 확인하려고 몸을 구부리고 있었는데 어머니도 몸을 숙이더니 내 머리를 껴안았다. 어머니의 이 몸짓, 바로 이 사랑을 나는 한동안 망각한 채 지내왔다. 이 사랑의 몸짓을 잃고서도 어머니는 이렇게 살아가는 것이다. 어머니, 나의 어머니는.-144

2021. nov.

#나는나의밤을떠나지않는다 #아니에르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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