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은 육체의 굴레에 묶여 - 수전 손택의 일기와 노트 1964~1980 수전 손택의 일기와 노트 2
수전 손택 지음, 데이비드 리프 엮음, 김선형 옮김 / 이후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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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와 노트라는 부제를 붙였지만 메모에 가까운 책이다.
흠모하는 이의 주절 주절 낙서를 읽는 기분이다.

손택의 글에 매혹되어 손택이라는 이름만 들어가면 주저없이 책을 사곤하는데, 굳이 손택의 메모, 노트, 일기까지 묶어 내놔야 했을까?아들놈아??!! 싶은 지점이 있다. 일기 속의 자기 미화와 자기혐오가 손택을 안쓰럽게 생각하게 만든다. 물론 알면서도 (그러나 이렇게까지 파편화된 글일 줄은 몰랐음)책을 사는 나같은 독자가 있으니 출판했겠지. 알고 싶으면서도 알고 싶지 않은 뒷모습을 훔쳐보는 독서.

작가의 인간적인 면모... 이런 것까지 쫓아다니는 건 좀 어렸을 때나 유용 혹은 유효한 지점인것 같기도 하다. 그렇다고 또 뭐가 불만족스러운가 하는 문제는 다른 문제. 재밌게 읽었으므로.

글 속에서 자신이 몹시 게으르게 살고 있다고 자책하는 것은 읽는 자를 부끄럽게 만들기도 하고.
그리고 어쩔 수 없는 1세계 백인의 정체성이 불쑥 드러나는 지점도 있다. 이젠 안 거슬리고 넘길 수 없는 지점이다. 하지만 백인 남성이 아닌게 어디냐 싶기도.

- 아마 그래서 나는 글쓰는 모양이다. - 일기장에. 그건 ˝괜찮다˝고 느껴지기 때문에. 내가 혼자이고, 여기 쓰는 글의 유일한 독자라는 걸 알고 있다. - 그러나 그 앎은 고통스럽지 않다. - 354
라고 썼는데 이렇게 대공개 하다니..... 말이다.

마의 산을 읽어야 한다는 또 한번의 자각. 올해는 읽어야지.

- 감수성은 지성이 자라날 부식토다. - 37

- 나보코프가 비주류 독자들에 대해 말한다. 비주류 독자들이 있어야 한다. 비주류 작가들이 있으니까. - 256

- <해석에 반대한다>가 6085권 팔렸다. 초판본 1915권이 남아 있다. - 277

- 인간으로서 불연속적인 느낌. 내 다양한 자아는 - 여자, 어머니, 교사, 연인 등등 - 그들이 다 어떻게 하나로 어우러지는 걸까? 그리고 하나의 ˝역할˝에서 다른 역할로 넘어가는 순간의 불안감. 지금부터 15분을 버틸 수 있을까? 내가 되어야 하는 그 사람으로 변해, 그 사람으로 온전히 살 수 있을까? 성공적으로 해낼 수 있는지 여부와 무관하게 한도 끝도 없이 위험천만한 도약으로 느껴진다. - 287

- 다시 한 번, 내가 죽어 가느라 분주하지 않다는 사실을 실감하고, 또 만끽한다. 나는 아직도 태어나느라 바쁘다. - 378

- 그 자체의 규준이 있는 ‘흑인 문학‘도 있지만 ‘여성 문학‘은 없다. 이것이야말로 늙은 남성 쇼비니스트의 중상이 아닌가. 여성들은 분리된 ‘문화‘가 없고 - 분리된 문화 별개의 문화-를 창출하려는 모색을 해서도 안 된다. 그들이 지닌 이성이 분리된 문화는 사적인 것이다. 그들이 철폐하려고 애써야 하는 건 바로 그런 것이다. - 486

- D는 내 부단한 괴로움에 속지 않는다고 말했다. 눈을 뜨는 순간부터 잠드는 순간까지 지난 2년 동안. 어머니가 쓴 소설을 나는 읽었어요, 데이비드가 말했다. 이런 소설을 쓰는 사람이 진심으로 그렇게 명랑할 수는 없어요. - 526

- 내가 멍청한 게 싫다고 말할 때 진짜 속뜻은 영혼이 천박한건 참을 수가 없다는 말이다. 그러나 그런 말을 대놓고하면 내가 천박해지겠지. - 606

- 나의 정치적 입장 : 전부 반대파. 나는 (1)폭력에 반대한다. 특히 식민주의 전쟁과 제국주의적 ‘간섭‘에 반대한다. 무엇보다 고문에 반대한다. (2)성적, 인종적 차별에 반대한다. (3)자연과 (정신적, 건축적인) 과거의 풍광을 파괴하는데 반대한다. (4)민중운동, 예술, 사상을 방해하거나 검열하는 모든 것에 반대한다. 내가 찬성하는 게 있다면 그건 -간단하게- 권력 분산, 복수성이다. - 606

- 체념과 싸우고 싶다. 하지만 싸울 무기가 체념 밖에 없다. - 617

2021. nov.

#의식은육체의굴레에묶여 #수전손택의일기와노트 #수전손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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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1-23 17: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hellas 2022-01-23 17:58   좋아요 0 | URL
반갑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