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저리 스티븐 킹 걸작선 10
스티븐 킹 지음, 조재형 옮김 / 황금가지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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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갈 한 줌의 힘이 된 것은 폴의 작가로서의 자아 때문일 것이다.
철옹성같은 비이성의 괴물과 마주하고 있으면서도 포기하고 말아버릴 순간에도 창작에 대한 욕구, 열망이 있었기에 말이다.
애니의 전사는 다른 범죄자들에 비해 약간 인간적인 호기심이 생기는데, 고립된 환경과 메말랐던 정서적 상황이 그런 인물을 만들어 낸 것일 뿐일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다.
읽은 지 한참이 지나 독후감을 남기지만, 책을 조금만 들춰봐도 폴의 고통이 훤히 드러나서 두번 보기는 괴로운 책이다.
남은 일생을 애니라는 괴물의 기억과 함께 해나가야 할 예민한 감성의 작가에 대한 무한한 안쓰러움이 밀려왔다.

- 처음으로 폴 셸던의 마음 속에 너무나 또렷한 생각이 떠올랐다. ‘큰일 났다. 이 여자는 제 정신이 아니야!‘ - 33

- 글쓰기가 고통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아니다. 고통이 작가로 하여금 글을 쓰게 하는 것이다. - 몽테뉴

- ˝진작 타자기를 바꿔 줬어야 하는 건데.˝
애니는 정말로 미안해하는 기색이었다.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폴은 가끔씩 찾아오는 그런 순간이 어느 때보다도 소름 끼친다고 생각했다. 그럴 때면 어린 시절에 올바른 교육 환경에서 자랐거나 몸속에 자리잡은 얄궂고도 작은 내분비선들이 뿜어 댄 신경물질들이 조금이라도 덜 해로운 것이었더라면 좀 더 나은 생활을 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여인의 모습이 보이기 때문이었다. 환경도 좋고 해로운 신경 물질도 덜했더라면. - 511

- 위크스는 잠시 말을 멈추고 자기가 느끼는 상반된 감정들을 어떻게 하면 더 잘 표현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공포와 연민과 슬픔과 혐오감. 그 중에서도 가장 절절히 느낀 감정은 경이롭다고까지 할 만한 놀라움이었다. 이렇게까지 심한 몰골로 망가진 남자가 여태 살아남을 수 있었다니. 위크스는 자신의 심정을 정확히 표현할 말을 찾지 못했다.
˝그 사람이 우리를 보더니만 울기 시작했어.˝
그는 말하고나서 뒷말을 조금 덧붙였다.
˝그는 나를 보고 계속 다윗이라고 부르더군. 왜 그랫는지는 나도 모르지만.˝ - 543

2019. No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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