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우리의 나날
시바타 쇼 지음, 권남희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일본 전후의 학생운동 세대의 기록.

오래 전 시절의 이야기지만 젊은이들의 고뇌, 상처는 도돌이표인가? 낯선 이야기는 아니다.

나로 존재하고 싶은 열망이 가득한 젊음은 막상 이 방법이 진정 나로 존재하는 것인가 하는 질문에 직면하면 발이 푹 빠지는 함정이 될수도 있다.
그렇다고 가만히 서 있기에는 성장을 요구하는 흐름을 온 몸으로 버텨야 하기에 더욱 혼돈스러워 지는지도 모르겠고.

각각의 자리에서 주인공인 캐릭터들은 후회하고, 성급하게 결정짓고, 머뭇거리다 결연히 뒤돌아서고 단 한방으로 삶을 마감하곤 한다.

젊은이라는 혼동이 그들을 그렇게 만드는 것인지, 전쟁의 후폭풍이 그들을 그렇게 만드는 것인지 알수 있을까.

모호하고 애틋하게 읽히는 시절이다.

- 우리는 어지간해서는 고집을 부리지 않았다. 되도록 상대에게 다정하려고 했고, 또 실제로 다정했다. 고집을 세우고 다정함을 희생해서까지 지켜야 할 무엇을 우리는 갖고 있지 않았다. - 22

- 그렇다면 적어도 한 사람쯤은 나의 모든 것을 알아줘도 좋을 것이다. 나의 약함, 그로 말미암은 괴로움, 그래서 지금 지하활동에 참가하러 간다는 것, 그런 얘기 전부를 알고 이해해 줄 사람이 한 사람은 있어도 좋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했다. - 67

- 인간의 행복이란 대체 무엇일까 하는 의문이 점차 마음속으로 퍼져갔다. 어쩔 수 없었다. 자신의 죽음을 생각했을 때, 그토록 어두운 표정을 지어야 한다면 사람이 살아서 얻는 행복은 대체 무엇인가 하는 의문이다. - 79

- 애초부터 없었다...... 사실이다. 약간의 선망은 있었겠지만, 실망은 없었다. 우리 세대는 기대와는 무관하다. 아니, 나는, 이라고 해야 할까. 나는 내일 일어날 것을 미리 가르쳐주는 세계에서 자라지 않았다. 내 앞에 있는 것은 계속해서 일어나는 사실뿐이었다. 나는 사실로부터 세계란 무엇인가를 배웠다. 나하고 실망이란 것은 무관했다. - 114

- 나는 그들이 유코의 죽음을 충분히 슬퍼하지 않는 것을 증오한 게 아니다. 그들은 충분히 슬퍼했다. 어쩌면 친구인 유코의 죽음을 순수하게 슬퍼하고 있기 때문에, 자신들이 지금 인생의 중대사와 관련되어 있다는 사실에 흥분하여 무의식 중에 쾌활해지기까지 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들의 그런 쾌활함을 증오했다. - 130

- 나는 내 속에 결코 회한이 찾아오지 않을 거라는 것을, 내 속에서 자기혐오가, 죄의식이, 그리고 그것과의 싸움이, 충실한 생활이 물결치듯 되살아나는 일은 절대 없을 거라는 것을, 나의 공허함은 일시적이거나 상황에 의한 것이 아니라 나 자신과 동의어라는 것을 알았다. - 133

- 짐을 부쳐 텅 빈 방안에 노을이 물들었다. 이 방에서 지내는 것도 앞으로 하루 이틀이다. 그러나 그걸로 됐다. 우리는 날마다 모든 것과 이별한다. 그럼으로써 우리의 시야는 더욱 자유로워질 것이다. - 196

2019. feb.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