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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 짝퉁 라이프 - 2008 제32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고예나 지음 / 민음사 / 2008년 6월
평점 :
품절
빨간 색의 자극적인 표지가 눈길을 끈다.
유행하는 지브라 무늬의 팬티가 리바이스로 짐작되는 진의 풀어헤쳐진 지퍼 사이로 보인다.
2008년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마이 짝퉁 라이프>이다.
245쪽의 결코 짧지만은 않은 분량이었으나, 오전 한 때 금새 읽어버리고 말았다.
다 읽고나서 작가의 연혁을 보니 1984년생이란다.
우리 나이로 25살이다.
참으로 젊다 못해서 어린 나이다.
세상의 일에 무관심한 주인공 진이는 어린 시절부터 울지도 않았다.
교우 관계도 좁고 깊다.
어머니는 어린 시절부터 없었기 때문에 그 존재가 어떤 것인지도 잘 모른다.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유통기한이 지나는 음식들을 친구와 함께 먹는다.
음식들이 그들의 뱃속으로 폐기된다는 것은 무엇을 상징하는 걸까?
연애도 하지않고, 학교도 다니지 않고, 놀지도 않는다.
이 소설을 읽고 난 후, 주인공 진이는 어떤 아이인지 생각해 본다.
스스로 살아가는 지금의 삶이 가짜라고 생각하는 아이.
가상의 인물에게서 날마다 사랑을 확인하는 진이는 현실의 인간 관계를 두려워 한다.
상처 받을까 두렵기 때문이다.
누구나 자신의 삶의 조건에 불만이 있을 때, 이것이 진짜 인생이 아니라는 생각을 한다.
지금의 이 짜증나는 시간들을 견디면 진짜 인생이 시작될 것이라고 상상한다.
학창 시절엔 스무살이 되면 새로운 인생이 시작되는 것인 줄 알았다.
날마다 허둥지둥 일어나서 학교로 가고, 지루한 수업과 시험과 야자를 하면서 사는 그것은 삶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스무살만 되면 "짠"하고 인생이라는 것이 시작되는 줄 알았던 그 시절에 어쩌면 그리도 시간이 안 가던지......
주인공 진이도 그런 생각을 한 것은 아닐까?
그러나, 나이를 먹은 지금은 그게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
스무살이 지나자 시작된 새로운 인생은 그 이전의 내가 살아 온 시간의 궤적 위에 쌓이는 것이었다.
그 지겨운 날마다의 시간들이 진정 나의 인생이었다는 것을 알게되는 순간 나는 어른이 되어 있었다.
이 소설은 진이가 그 진퉁 인생을 찾는 과정이다.
지금의 내 삶이 짝퉁이길 바라지만, 그래서 진짜 관계를 갖는 것을 거부하지만, 진이는 이제야 그 짝퉁이길 바라던 지금의 삶이 진짜가 되는 길임을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