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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고 스트리트
산드라 시스네로스 지음, 권혁 옮김 / 돋을새김 / 2008년 7월
평점 :
절판
내게 영향을 준 책을 꼽으라 할 때 나는 베티 스미스의 <나를 있게한 모든 것들>을 들 때가 있다.
가난하기만 했던 어린 시절, 그 빈민 동네에서 가족과 함께 어려움을 이겨나가던 어린 소녀의 이야기는 그 배경이 세계에서 가장 부자 나라의 화려하기로 이름 난 뉴욕이라는 데 읽는 재미가 남달랐다.
다른 아이들처럼 동네의 어두움이나 환경의 어려움에 얽매이지 않고, 스스로의 길을 개척한 용감한 소녀에게 가장 큰 힘은 독서와 글쓰기였다.
이 소설 <망고 스트리트>를 읽으면서 <나를 있게한 모든 것들>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다.
44편의 짤막한 이야기로 이루어진 이 소설의 배경은 가난한 멕시코 출신의 이민자들이 모여사는 어두침침한 빈민가이다.
우연히 집 앞을 지나가던 수녀 선생님께 자신의 집을 가리켜 보일 때, 선생님이 지었던 표정을 천진한 말투로 이야기하지만, 그 안에는 소녀의 아픔, 부끄러움이 녹아들어 있었다.
영어로 희망을 뜻하다는 소녀의 이름은 에스페란자이다. 스페인어로는 '글자수가 너무 많다'라는 뜻이라는 에스페란자.
소녀는 자기의 이름이 흐리멍텅한 느낌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할머니의 이름은 물려받았지만, 원치않는 결혼으로 평생 창 밖을 바라보았다는 할머니의 운명만은 물려받지 않겠다는 당찬 의지를 보여준다.
에스페란자 역시 프란시처럼 자신을 표현하는 글쓰기를 한다.
망고 스트리트에는 가난한 멕시코 이만자들이 많이 산다.
그들은 가끔씩 싸우고 때리고 서로 욕을 하기도 하지만, 마치 우리 나라 사람들처럼 정이 많고 가족간의 우애가 좋다.
멕시코에 사는 가족들을 위해서 돈을 보내려고 새벽부터 밤까지 일을 하느라 아이들을 돌볼 틈이 없어서 아이들은 거리에서 스스로 자라지만, 에스페란자는 그 거리 안에서 만나는 이웃들에게서 삶의 다양함과 현명함, 그리고 어리석은 선택들을 보면서 어른이 되어간다.
스페인어와 영어를 동시에 써야만하는 멕시코 이민자인 에스페란자의 아픔을 담은 이 소설은 작가의 경험을 많이 담고 있다.
미국이라는 나라를 한 때는 모두가 부자인 나라라고 생각한 시절도 있다.
누구나 잘 살 수 있는 기회가 있는 나라, 돈과 신분으로 차별받지 않는 완전한 평등의 나라라는 오해는 아직도 온전히 풀린 것 같지는 않다.
기실 알고보면 그 많은 성, 인종, 신분 차별이 오히려 우리나라보다 심하다고 한다.
그 안에서 이중언어 사용자이며 유색인이고 가난한 여성으로 자란 작가의 이 소설은 지금 미국의 초,중,고,대학교에서 교재로 사용될 정도로 문학성과 문체의 아름다움을 인정받고 있다니, 얼마나 아이러니한 일인가.
얼마전 미국과 멕시코의 국경을 넘기 위해서 목숨을 거는 남아메리카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책을 보고 난 후라서인지 이책에 대한 느낌이 좀 더 특별하다.
그 세권의 책을 같이 읽으면 더욱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