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폴레옹 놀이
크리스토프 하인 지음, 박종대 옮김 / 작가정신 / 2008년 4월
평점 :
절판


이길 가망이 없다는 것, 그만큼 놀이의 멋진 자극과 매력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뿐입니다.

                                                                     본문 222쪽

 

여기 한 남자가 있다.

지적이고 우아하고 돈이 많은 유명 변호사인 그는 남들이 모르는 은밀한 즐거움을 누린다.

바로 그것은 '놀이'라는 것.

남들이 보기에 그는 무엇 하나 부족함이 없이 모든 것을 성취해 왔다.

인생에서 성공이라 부를만한 권력, 부, 명예 등을 다 가진 뵈를레씨.

그러나, 그가 성공을 위해서 끝없는 노력을 해서 성취한 것이라고 보기에는 어렵다.

그의 고백에 의하면 그는 단지 '놀이'를 즐겼을 뿐이다.

당구의 수처럼 다양한 길들을 연구하고 모색하면서 어리석은 사람들을 당구공처럼 가지고 놀았던 것이다.

그는 그 놀이를 '나폴레옹 놀이'라고 표현했다.

나폴레옹이 모스크바를 침공한 것은 유럽에서는 더 이상 놀이를 즐길 거리가 없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실패할 확률이 높을수록 진정한 놀이꾼은 흥분과 전의를 불태우게 되고, 진정 위대한 수를 이용한 놀이를 즐긴다.

이길 게 뻔한 놀이는 시작하지 않는다.

그런 것들은 노예에게나 어울린다는 것이다.

자유를 즐길 줄 아는 진정한 놀이꾼들은 모든 것을 걸고 놀이를 창조한다.

그런 자신을 가리켜 남들이 괴물이라고 부를지라도 개의치 않는 뵈를레씨는 오히려 그것을 즐긴다.

 

우린 흔히 우리의 경험 외부의 세상에 있는 존재를 가리켜 괴물이라고 부릅니다. 우리에게 낯선 존재이자, 일반적인 가능성에서 벗어난 논리에 따라 움직이고 우리의 삶과 동떨어진 곳에서 사는 생명체들이죠.

                                                                    본문 13쪽

 

그런 자신은 바로 나폴레옹의 후예인 것이다.

세상의 모든 놀이에서 권태를 느끼는 그는 새로운 놀이를 구상한다.

생판 모르는 사람의 목숨을 걸고 놀이를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놀이의 대가로 그는 이 고백을 한다. 끝나지 않은 그의 놀이를 암시하면서.

 

너무 이타적이지 않은 것이 인간적입니다. 괴물은 이기적인 사람이 아니라, 오히려 어려운 이웃을 헌신적으로 돌보는 성자나 숱한 선행으로 우리에게 존경심을 자아내게 하는 수녀가 괴물에 가깝습니다. 그들은 선행만큼이나 우리에게 심리적 부담을 안겨줍니다. 그렇다면 이런 몇 되지 않는 사람들을 기준으로 인간과 인간성을 규정하는 것이 옳을까요? ..................보통 사람들이 평소에 하는 행동을 인간적이라고 부르는 것이 더 적절하고 현실적이지 않을까요? 우리에게 이득을 가져다주는 자잘한 편협함이 오히려 인간적인 것에 맞지 않을까요? 나는 우리가 누구인지 솔직하게 받아들일 때 우리 자신을 더 잘 견뎌낼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본문 170쪽

 

온갖 궤변과 자기 합리화를 늘어놓지만 결코 얄밉거나 짜증스럽지 않은 그의 고백은 너무나 솔직한 인간의 내면을 드러내고 있다.

곳곳에 쏟아놓는 촌철살인의 유머와 시대와 세상에 대한 냉소, 그리고 시치미를 뚝 떼는 그 비유들이 읽는 내내 웃음을 짓게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