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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후르츠 캔디
이근미 지음 / 달 / 2008년 8월
평점 :
절판
날마다 세상은 조금씩 변해 가겠지만,
그 흐름을 시시각각 느끼는 것은 아닐 것이다.
느닷없이, 문득 고개를 들었을 때 그 동안 내가 알고 있던 그 세상이 아닌 어딘지 모르게 달라진 냄새가 날 때가 있다.
그것은 백화점에 걸린 이번 시즌 신상에서도 나고,
자주 보는 텔레비전의 홈쇼핑 방송에서도 난다.
동료들의 옷차림도 처음 직장 생활을 시작할 때와는 판이하게 달라져 있고,
나의 생각도, 습관도, 생활도 어느 순간 많은 것들이 달라져 있다.
특히나, 나는 소설이 달라졌음을 느낀다.
물론 문학이야 사회의 모습을 반영하는 거울이니 세상이 달라지면 당연히 달라지겠지만,
반대로 소설 속의 우리의 모습이 변한 것을 보고 세상의 변화를 실감하기도 한다.
사회에 대한 비판이나, 사회 변화의 요구 또는 역사 의식의 계승을 주된 관심사로 삼아오던 소설의 내용들이 여성들의 섬세한 일상 묘사, 자아와 현실 사이의 갈등, 여성의 사회적 자아 찾기를 거쳐서 요즘에는 진정 어찌보면 사소한 이야기들이 그 소재가 되고 있는 듯하다.
얼핏 읽다보면 외국의 티비드라마 시리즈와 할리우드 스타들의 가십거리를 주로 방송하곤 하는 한 텔레비전 프로그램의 내용을 글로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각종 명품의 브랜드 라인 이름과 요즘 아이들의 선망인 직업에 멋진 남자와의 로맨스까지 그야말로 삼박자가 딱딱 맞는 이런 소설들은 하룻밤이면 읽어낸다.
이 소설 <어쩌면 후르츠 캔디>도 그런 류의 소설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 소설이 가벼운 소설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앞에서도 이야기했다시피, 문학이란 사회를 반영하는 거울일 뿐이니 그 원래의 모습은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의 모습이다.
단지, 작가는 그런 현실을 그대로 옮겨다 놓았을 뿐.
스탕달도 말하지 않았던가.
소설가는 그가 묘사한 거리의 모습에 대한 책임이 없다고 말이다.
흥미로운 이름이 가득한 이 소설은 그 안에 삶의 진정성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다.
졸지에 오해로 신데렐라가 된 안나는 그 안에서 죄충우돌하지만, 스스로 자기를 잃지 않는다.
그리고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그것을 정당하게 얻기 위해서 노력을 한다.
피어싱을 하고 금발로 물들인 머리에 찢어 진 옷을 입고 다닌다고 그들에게 고민이 없다고 이야기 하지 말라.
그는 젊은 자기를 힘겨워하고, 스스로를 찾는 길이다.
때로는 겉모습이 내면을 가리기도 한다.
그것이 요즘 아이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