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만, 오드리!
로빈 벤웨이 지음, 박슬라 옮김 / 아일랜드 / 2008년 7월
평점 :
품절


상상을 해 본다.

어느 날, 라디오에서 내가 주인공인 노래가 흘러나온다.

갑자기 핸드폰의 문자함이 터질 듯하고, 하루 종일 울려대는 전화로 정신이 나갈 지경이다.

말 한마디 안 나눠 본 학교의 아이들이 친한 척 말을 걸고, 가장 싫어하는 왕재수가 친구임을 자처한다.

툭하면 방송국과 잡지사에서 인터뷰 요청이 온다.

신나는 콘서트에 갔더니, VIP석에 들어가게 해 주고,

그 좋아하는 리드 싱어와 멋진 시간도 즐긴다.

추워서 양말을 팔에 끼웠더니 유행이 되어버렸다.

다른 학교 아이들이 학교로 몰래 들어와서 나의 일거수 일투족을 도촬하고,

아르바이트하는 아이스크림 가게는 나를 보러 멀리서까지 온 손님들로 매출이 15%이상 올라서 본사에서 나를 모델로 광고를 찍겠다고 한다.

헐리우드의 유명 에이전트가 나를 스타로 만들어준다고 전화를 한다.

메신저는 졸지에 다운이 되고 이메일 계정은 메일을 수신할 수 없을만큼 꽉 차버렸다.

좋아하는 남자 친구가 생겨서 데이트 한 번 하려고 했다가 파파라치들에게 쫓기느라 낭만은 고사하고 경찰이 출동했다.

각종 화장품 회사에서 공짜로 화장품들을 보내주고 심지어 차도 보내준다.

그런데도 나는 너무나 어리둥절하다.

아무것도 못한다.

물건을 사면 그것이 갑자기 가장 잘 팔리는 핫 아이템이 된다.

학교에선 나때문에 수업이 방해된다고 따로 공부를 시킨다.

 

누구나 한 번쯤 꿈꾸는 신나는 일이 될 수도 있다.

온갖 아름다운 물건들을 협찬 받고, 나의 모든 움직임이 잡지를 장식한다.

요즘 아이들의 장래 희망 중 연예인이 가장 높은 순위를 차지한다는 것은 그들의 활동에 대한 희망이 아니라 그들이 유명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나로서는 지금 이 오드리의 상황은 너무나 신나는 일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오드리는 너무 힘들다.

유명인이라면 겪어야 하는 악성 루머도 무섭고, 혼자서는 무엇도 할 수 없는 자신의 처지가 억울하다.

왜냐하면 자신의 유명세는 스스로에 의해서가 아니라 헤어진 남자 친구가 자신을 원망하면서 부른 노래때문에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친구에게 늘상 하소연 했더니 친구는 참다참다 어리광쟁이라면서 화를 내 버린다.

정신적으로 가장 의지하는 빅토리아의 비난은 오드리에게 큰 결심을 하게 한다.

 

좌충우돌 철부지였던 오드리는 이 일을 계기로 성숙하게 된다.

정말 중요한 일이 무엇인지, 그리고 자신의 소중한 사람들을 어떻게 보호해야 하는지를 배우게 된 것이다.

신나는 음악과 함꼐하는 이 책은 각 장마다 어울리는 음악들을 추천하고 있다.

읽으면서 한 번쯤 들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나의 10대 딸은 이 책을 단숨에 읽어가면서 읽는 내내 낄낄거린다.

그 애들끼리 통하는 게 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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