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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처럼
가네시로 카즈키 지음, 김난주 옮김 / 북폴리오 / 2008년 8월
평점 :
절판
"자네가 사람을 좋아하게 되었을 때 취해야 할 최선의 방법은, 그 사람을 정확하게 알기 위해서 두 눈을 부릅뜨고 두 귀를 쫑긋 세우는 거야. ...... 어려워도 절대 포기하지 않고 대답을 찾아내려 애쓰는 한, 자네는 점점 더 그 사람에게서 눈을 뗄 수 없게 될거야. 왜냐. 그 사람이 새로운 질문을 자꾸 던지니까 말이야. 그리고 전보다 그 사람을 더 좋아하게 되는거고. 동시에 자네는 많은 것을 얻게 돼. 설사 애써 생각해 낸 대답이 모두 틀렸다고 해도 말이지."
325-326쪽 <사랑의 샘> 중에서
한 때 세상의 모든 영화를 다 보고야 말리라는 포부를 가졌던 나는 좋아하는 영화가 참 많다.
배우가 멋져서, 연기가 훌륭해서, 배경이 아름다워서, 음악이 좋아서 등등 그 이유도 다양하기만 하다.
그 중에서도 다른 사람에게 권하고 싶은 영화를 몇 가지 골라 놓고 있는데, 그 하나가 툭 하면 텔레비전에서 방영해주는 <쇼생크 탈출The Shawshank Redemption>이다.
아름다운 음악과 팀 로빈슨과 모건 프리먼의 뛰어난 연기, 멕시코의 푸른 바다와 초원 등이 나를 사로잡기에 충분하기 때문이다.
1990년 대 중반 처음 개봉 당시부터 지금까지 그 영화를 몇 번을 보았으나 그 때마다 주는 감동의 크기는 오히려 더 커져만 갔다.
그런데, 이 소설 <영화처럼>을 읽다보니 나는 그 동안 영화를 제대로 본 것이 아니었다.
"주인공의 이름인 '듀프레인'에 숨겨진 의미, 주인공과 예수 그리스도의 관계, 레드가 초원을 걸어다니는 장면에서 메뚜기가 무수히 날아다니는 이유(본문 328쪽 <사랑의 샘>중에서)"를 나는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겉만 보았던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수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는 재일 교포 작가인 가네시로 가즈키의 신작 <영화처럼>은 다섯 개의 소설로 이루어져 있다.
제목에 누가 되지 않게끔 각각의 제목은 모두 영화의 제목을 차용하고 있으며, 소설의 내용 또한 영화가 주된 모티브나 사건 전개의 고리가 되고 있다.
<태양은 가득히>, <정무문>, <프랭키와 쟈니>, <페일 라이더>, <사랑의 샘>.
이 소설의 주인공들은 모두들 어느 정도 사회의 소외 계층이라고 볼 수 있다. 아버지가 없는 재일 교포 용일이, 남편의 급작스런 자살로 삶의 허방을 짚고 허둥대는 나루미, 아버지때문에 학교에서 따돌림을 받는 이시오카, 부모의 갈등으로 외로움을 견디는 유, 그리고 할아버지의 죽음으로 부쩍 약해진 데쓰야의 할머니가 그 주인공이다. 이 소설 속의 등장인물들은 다들 영화에 대해서 무한한 애정을 갖고 있으며 늘상 영화를 본다. 그들에게 영화는 피난처이며 위로이며 안식처인 것이다. 게다가 좁으나마 타인과의 소통의 기회가 된다.
이 다섯 편의 소설들이 하나로 모아지는 곳은 <사랑의 샘>이다. 다들 신산한 삶을 겪는 그들은 8월 31일 7시에 구민회관에서 무료로 상영되는 영화 <로마의 휴일>을 보러 온다. 울고 웃으며 감동하며 두어 시간을 보낸 그들은 다시 그들의 세상 속으로 떠나버린다.
다섯 편의 소설은 각기 다른 소설이지만, 그 안에서 그 소설들은 서로 연결된 유기적 관계를 맺고 있다.
마치 우리 인간의 삶이 다들 각기 혼자인 것처럼 보이나 결국 우리는 모두 서로에게 연결되어 있는 것처럼 말이다.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와 사랑. 이것이 가네시로 가즈키의 매력이 아닐까 한다.